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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05월
  • 2017.05.02
  • 395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조정, 
국민 세금으로 벌인 채권자 잔치

 

 

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서울출생. 서울대와 미국에서 경제학 공부,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조교수로 근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근무 후 홍익대 경제학과에 현재까지 재직 중. 화폐금융론이나 거시경제학에 관심이 많음.


대우조선해양에 2.9조 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물 붓기’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게 되었다. 지난 4월 17일과 18일 양일 동안 있었던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채권자 98.5%의 동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은 막판 줄다리기를 통해 청산가치를 ‘보장’받고, 이익이 있는 경우 사실상의 우선변제권도 얻었다.


지난 2015년 여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수면 위로 부상한 후 대략 2년 동안 총 7.1조 원(4.2조 원+2.9조 원=7.1조 원)의 공적 자금을 명시적으로 투입해서 현재에 이르렀다. 그러나 4월 24일자 <매일경제>는 앞으로 2019년과 2020년에 다시 대우조선해양은 적자로 반전할 것이라는 삼정 KPMG의 실사 보고서를 단독 보도했다①. 


그렇다면 지난 2년 동안 금융위원회가 앞장서서 추진했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구조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일까? 이 과정에서 누가 이익보고 누가 손해를 본 것일까? 이하에서는 이런 물음에 대해 초보적인 답변을 시도해 보기로 한다.

 

구조조정에도 금융기관 등 채권자는 이익
우선 이익과 손해를 본 주체를 구분해 보자. 가장 이익을 본 주체는 민간 금융기관이다. 서별관회의가 부도 시점을 이연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가지고 있던 RG(refund guarantee, 선수금환급보증)를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감독당국의 자료에 의하면 2015년 12월 말 기준 민간 금융기관으로서는 최대 여신보유자인 농협의 경우 총 여신액이 약 1조 3천5백억 원이고, 이중 RG가 1조 2천5백억 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2월에는 이 수치가 총 여신 6천억 원, 이중 RG는 5천9백억 원으로 감소했다. 여신총액이 반토막으로 줄어든 것이다. 국민은행의 여신도 약 8천7백억 원(이중 RG는 약 5천7백억 원)에서 올해 2월 말에는 약 5천1백억 원(이중 RG는 약 3천2백억원)으로 줄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수혜자로 볼 수 있다. 만일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10월의 시점에서 그대로 법정관리로 이행했다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합해서 보유 중이었던 약 8조 4천억 원의 RG(산업은행 약 1조 7백억 원, 수출입은행 약 7조 3천6백 원) 중 상당 부분에 대해 지급청구가 들어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과거 여신 관리 행태에 대한 책임 추궁 역시 매우 추상같았을 것이다.


사채권자 역시 법정관리에 비해 이익을 보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로 법정관리로 갔다면 아마도 제대로 된 채권회수를 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거의 모든 채권자들은 국민의 세금 4.2조 원을 가지고 잔치를 벌였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및 시중은행 등의 금융채권자는 이 기간 중 2.6조 원을 회수했고, 회사채 채권자는 3천억 원을 회수했다. 4.2조 원 중 현재 집행된 것이 3.8조 원인데 이중 2.9조 원이 빚 갚는 데 사용된 것이다.

 

월간 참여사회 2017년 5월호(통권 245호)

 

모든 부담은 국민이 진 구조조정
물론 혹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국민세금 4.2조 원을 넣었지만 그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되살아나서 빚을 갚았다면 대우조선해양도 좋고 채권자도 좋아진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구조조정이 잘 된 것 아닌가?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같은 ‘착한 평가’는 진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대우조선해양이 되살아나서 이처럼 부채를 상환했다면 지금 또 돈을 넣을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또 돈을 넣어야 한다는 말은 과거 2.9조 원을 금융권이 회수한 것이 사실상 떼일 돈을 국민 부담에 힘입어 받아냈다는 말에 가깝기 때문이다.


물론 금융기관들은 ‘여신을 일부 회수했지만 또 신규 지원도 해서 총 부담액은 동일하다’고 강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농협과 국민은행의 사례는 이런 주장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은 여신 총액 그 자체를 줄인 것이다. 그리고 여신을 늘린 국책은행의 경우에도 신규 담보를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과거 대출의 지위를 그 사이에 강화했다.


이번 2.9조 원의 신규 지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지난 번 4.2조 원을 지원한 것이 금융기관의 희생 하에 진정으로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사용되었는가? 민간 금융기관이 희생한 것은 전혀 없었고, 국책은행은 일부 자신의 이익도 챙기고, 일부는 민간 금융기관이 부담을 떠안았다. 모두 국민세금으로. 


이제 이들이 그동안 슬금슬금 강화해 왔던 담보 채권과 RG액은 쏙 빼고 겉으로 드러난 무담보 대출액을 기준으로 출자 전환을 한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충분한 손실 분담인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거기에 더해서 무담보 채권자인 사채권자까지 청산가치에 대해 담보권을 새로 설정했다. 2.9조 원의 국민세금으로. 잔치는 계속되고 있다. 

 


① 매일경제, 2017년 4월 24일자 기사 <대우조선 2.9조 넣어도 2019년부터 또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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