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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09월
  • 2017.08.28
  • 1430

교통에너지환경세, 
이미 폐지된 세금이라고?

 

 

글.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원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활동가 출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활동.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에 기거 중. 조세제도, 예산체계, 그리고 재벌 기업지배구조에 관심이 많음. 『진보정치 미안하다고 해야 할 때』, 『최순실과 예산 도둑들』 공저.


우리나라 3대 세목이 무엇일까? 소득세, 부가가치세, 법인세다. 이 3대 세목으로 전체 국세의 4분의 3을 충당한다.① 그럼 4대 세목은? 여기에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추가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세금이다. 휘발유에는 리터당 529원, 경유에는 리터당 375원 붙게 되니 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529원이라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529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교통에너지환경세는 3대 세목과는 달리 목적세다. 목적세는 쓸 곳을 법률로 따로 정해 놓았다는 의미다. 


이렇게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하여 걷는 세금이 15조 원이 넘으니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넘버3는 못돼도 넘버4의 가치는 충분하다. 그리고 목적세로만 따지면 넘버1 보스급이다. 그런데 목적세 넘버1인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이미 한번 죽은 ‘좀비법안’이라는 사실은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좀비는 죽었지만 여전히 활동하는 시체를 말한다. 한마디로 산송장 또는 언데드(Undead)란 뜻이다. 오늘 아침 주유할 때도 부과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왜 좀비라고 칭할까?

 

좀비처럼 되살아난 교통에너지환경세
정부가 제출한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 법률안은 이미 2009년 국회에서 여야합의로 통과된 바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 걷는 세금을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목적세로 걷지 않고 개별소비세라는 일반세로 전환한다는 의미였다. 별 논란 없이 원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반대의 명분이나 논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폐지 법률안이 통과된 이후, 폐지 시점을 연장하자는 개정안이 계속 발의되었다. 2009년도 1차 연장법안, 2012년도 2차 연장법안, 2015년도 3차 연장 법안이 통과되었고 내년 말에 폐지하기로 정한 상태다. 폐지 법률안이 통과됐는데, 또 다시 개정 법률안이 발의되는 것은 좀 이상하다. 


어차피 걷는 세금을 교통에너지환경세로 부과하든, 개별소비세로 부과하든 ‘주머니돈이 쌈짓돈’ 아닌가? 그렇다기보다는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세금이 다른 주머니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보면 세입 규정은 명확하다. 휘발유와 경유에 부과된다. 그런데 세출규정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나와 있지 않다. 세출 규정은 국토교통부 소관 법안인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규정되어 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법」에 따라 교통에너지환경세 15조 원 중 80%는 무조건 교통시설에 지출해야 한다. 그리고 국토부 자체 규칙에 따라 그중 43%~49%는 도로에, 30%~36%는 철도에 써야 한다. 과연 어떤 근거로 우리가 휘발유 구입할 때 내는 세금의 80%를 교통시설에만 써야 하고 그중 43%~49%는 도로에만 써야 하는 것일까? 특별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기보다는 그냥 ‘경로의존성’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경제


복지에 쓸 돈은 없고 교통에 쓸 돈은 넘친다 
과거, 국가가 세금을 낭비하는 가장 상징적인 부분은 바로 보도블록 교체였다. 보도블록 교체는 필요해서 쓰는 돈이 아니라 돈이 남아서 어쩔 수 없이 낭비하는 세금의 대명사다. 현재 국가 재정을 들여다보면 돈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라 과거 보도블록 교체처럼 돈이 남아서 문제인 부분이 아직 남아 있다. 


우리나라를 ‘토목국가’라고 한다. 현행 「교통·에너지·환경세법」과 「교통시설특별회계법」을 합법적으로 따르다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된다. 12조 원 이상을 교통시설에만 쓰게끔 법적으로 정해놨으니 복지하는 데 쓸 돈은 없어도 교통시설에 쓸 돈은 넘친다. 이 돈을 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토목공사가 있다면 과장일까.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지난 2009년에 이미 정부 발의로 폐지 법안이 통과되었지만 3차에 걸쳐서 연장되고 있다. 그런데 왜 폐지 시점만 연장되고 있을까. 정부의 연장 명분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고 개별소비세로 전환되면 지방재정이 너무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가재정법에 따라 내국세의 19.24%가 자동으로 지자체 교부세로 전달된다. 그런데 교통에너지환경세 같은 목적세는 내국세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똑같은 15조 원이 개별소비세로 편입되면 내국세는 15조 원이 늘고 그 중 19.24%는 지방 교부세로 흘러들어 간다.


결국,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폐지되면 지방재정이 늘게 된다는 우려인데 이는 오히려 지방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긍정적인 효과로 작용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미 지방재정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를 신설하는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는 한편 지방 교부세가 큰 폭으로 증가한다는 이유로 이미 폐지된 교통에너지환경세를 연장하고 있다. 이런 모순되는 행동으로 지방재정 구조만 복잡해졌다. 2018년 말까지 활동하기로 되어있는 좀비 법안,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더 이상 연장되지 않고 우리가 지불하는 세금이 토목 공사가 아니라 우리의 복지 등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 

 


① 전체 국세 중 3대 세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소득세 약 28%, 부가가치세 약 25%, 법인세 약 2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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