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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08월
  • 200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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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건희, 빚잔치는 끝났다?



삼성특검, 사법부,

이건희 일가가 이루어낸 ‘그들만의’ 합의 = ‘사법정의’의 사망선고



                                             이송희 시민경제위원회 팀장 songhee@pspd.org



2008년 7월 16일, 지난해 10월 말 내부고발자인 김용철 변호사(전 삼성그룹 구조본 법무팀장)의 양심선언으로 불거진 삼성그룹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과정과 비자금 조성·운영 의혹 제기에 따른 삼성특검의 기소에 대한 사법부의 1심 선고공판이 있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제23 재판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는 경영권 불법 승계와 조세 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조세 포탈 혐의 일부만을 인정하여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하였다. 아들 이재용 씨에게 계열사 59개, 자산 총액 130조 원에 달하는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정점에 있는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 자리를 넘겨주기 위해 추진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했다. 같이 기소된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 등 다른 전·현직 임원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 또는 일부 유죄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무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재판부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이재용 씨에게 넘겨주기 위한 편법 승계 수단이 되었던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에 대해 기존 주주들에게도 인수할 권리를 주었던 주주 배정의 방식이었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즉 기존 주주들에게도 똑같이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주었기 때문에 이들이 어떠한 사유(비서실의 실권 지시)로 권리 행사를 포기했는지나 그 결과 자신(이건희)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회사의 경영권이 제3자(이재용)에게 넘어가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기존 주주나 기존 경영권자의 개인적 선택의 결과라는 주장을 폈다. 무엇보다 재판부는 “이사회 결의 및 주주 통지 절차 등 흠결이 일부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실질적인 인수권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고 인정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을 내놓았다. 즉 49%의 흠결이 있긴 하지만 51%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므로 100% 무죄라는 논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에버랜드 사건의 핵심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에버랜드의 대주주 지위를 아들인 이재용 씨에게 넘기기 위해 ①저가의 전환사채 발행 ②(사채 인수를 통해 엄청난 차익실현이 가능한데도) 기존 주주들의 전환사채 인수 권리 포기 ③실권된 전환사채를 주주가 아닌 제3자인 이재용 씨가 인수 ④이재용 씨가 에버랜드의 대주주로 등극하는 시나리오를 기획하고 추진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재판부는 제1과정에서의 형식적 절차에 문제가 있기는 하나 대세에 지장이 없고, 제2과정에서 비서실의 지시를 받고 실권하였다고 하나 그조차도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계열 법인 주주들이 스스로 용인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실권을 지시한 이건희 회장에게 배임죄를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장의 지시를 거스르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종업원이 있을까? 그러나 대한민국 법정은  사장의 지시가 있었다 할지라도 종업원 개인이 사장의 지시를 거스를 수 있는 형식적 여지는 있기 때문에 사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기막힌 논리를 편 것이다.




그들의 계산법


또한 재판부는 삼성SDS가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장가보다 훨씬 낮은 저가로 발행해 일부 핵심 관련자들에게 막대한 시세 차익을 안겨주면서 사측에 동일한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결과에 대한 위법 판단 여부를 떠나 실제 손해액 산출의 왜곡을 통한 공소 시효 만료라는 또 한 번의 형식 논리를 내세웠다. 특히 재판부는 손해액 산출에 있어 쟁점이 된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적정가를 기존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출한 주당 14,536원이나 당시 장외 거래 가격인 55,000원보다 훨씬 낮은 8,885원으로 산정(최대 손해액 44억원)해 결과적으로 50억 원 이상의 손해액에 대해 공소 시효 10년을 인정하는 특경가법의 적용을 회피하며 시효가 만료됐음을 선언했다. 재판부 스스로 “직전 거래가격이 5만 5천 원 상당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또 IT 기업은 미래 수익 가치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조차 거스르는 비정상적인 상증법상 평가 방법을 원용해 특경가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낮은 적정가를 산출해냈다. 재판부의 형식 논리적 평가를 최대한 인정한다 할지라도 실제 이재용 남매가 신주인수권부사채 인수를 통해 최대주주가 된바, 경영권 프리미엄만 따지더라도 배임액수는 거뜬히 50억을 초과할 것이라는 점을 재판부는 완전히 외면했다.

그들의 불법은 정도가 ‘약’하단다. 과연 그럴까?

재판부는 또 이건희 전 회장이 실소유주였던 차명 계좌 주식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 포탈죄는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매매와 그 소득의 은닉을 특징으로 한다는 전제로, 이 전 회장이 대주주 지분 유지 계획에 따라 차명 주식을 운용한 것인만큼 중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차명 주식 보유 자체가 명백한 금융 실명법 위반이고,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에 관한 과세 규정이 신설된 이후에도 여전히 실명 전환을 미룬 채 조세 회피를 하고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죄질 자체가 나쁘지 않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것이다. 일시적이거나 일회적 조세 회피가 아닌 차명 계좌 형식으로 장기간 지속해온 구조적인 행위이니만큼 전형적인 시세차익실현형 양도세 포탈 범죄보다 훨씬 더 죄질이 나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진정 빚잔치는 끝났는가

어쨌든 이번 1심 판결로 삼성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에 대한, 길게는 법학자와 시민단체가 처음으로 문제 제기한 10여 년, 짧게는 지난해 10월부터 9개월간의 의혹이 일단락되었다. 경영권자의 이해를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계열사와 계열사 주주들의 손해, 회사로 귀속되어야 했던 이익이 특수 관계인의 사적 이해로 전용돼 발생한 손실, 어떠한 경영 능력도 입증되지 않은 지배 주주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시장의 불안정성 및 비싼 수업료 지불 가능성 고조, 고의적 조세 포탈에 대한 부적절한 관용적 사법 판단으로 인한 조세 회피에 대한 사회적 불감증 확산 또는 적극적 조세 회피 방법 양산 등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채 삼성특검, 사법부, 삼성 이건희 일가와 삼성그룹의 빚잔치가 끝났다. 손해를 감수하며 빚을 내준 사실은 분명히 있는데, ‘삼성공화국’ 한국 사회에서는 그 빚을 아무도 갚지 않아도 된다고 ‘그들만의’ 합의에 도달했다. 그 합의로 ‘사법정의’와 대법원을 포함한 기존의 다른 사법부의 법적 판단에 대한 사망선고가 이루어졌음에 심심한 애도를 표한다. 분노와 애도 다음에 오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쪼록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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