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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1월
  • 2008.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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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국정감사, 설마 했더니 역시나


행정부 통제의 실질적 의미 살리도록 제도 개선 시급

황영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 joseph@pspd.org 

사람에겐 직감이란 게 있다. 혹은 예감이라고도 한다. 현안에 대한 분석과 자료가 뒷받침되면 ‘예측’이라는, 좀 더 과학적인 단어를 붙일 수도 있다. 예감 혹은 예측이 좋지 않을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조금은 희망적인 기대를 품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세상 많은 일이 그러하듯 불길한 예감 혹은 예측은 대개 빗나가지 않는다. 이것이 2008년 국정감사를 돌아볼 때의 심정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8개월이 지났고, 한국사회는 그리 좋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굉장히 나쁜 상황이다. 금융위기, 물가위기로 연일 신문지상이 떠들썩하고, 경제상황을 비관한 서민들의 자살 소식이 심심찮게 나온다. 아무리 어려워도 굳게 맘먹고 살아가야 한다 독려 해봐도,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절망적인 이들에게 희망의 말은 그저 ‘말’일 뿐이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다! 오히려 면죄부가 된 국정감사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의 실태를 감사하고, 잘못된 부분을 적발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입법부의 대행정부 통제 장치’이다. 독재권력의 장기집권으로 행정부에 대한 일상적 감시가 불가능했던 역사적 배경 속에서, 1988년 헌법 개정과 함께 부활한 한국 정치만의 특수한 제도이다. 국정감사의 실효성에 대해 지난 20년간 끊임없는 문제제기가 나왔지만, 어찌되었든 현 제도 하에서 국회가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는 최고의 장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제도의 취지에 걸맞게, 현 시기 서민생활을 나락으로 내몬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점검하고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했다. 그러나 여당의원 입에서조차 ‘국정감사는 행정부에게 면죄부를 주는 통과의례 같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번 국감은 과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는 국감이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경제정책의 최고 수장으로서, 물가와 환율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온 강만수 장관을 일관되게 감싸며 책임회피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또한 촛불집회에서 불거진 공권력에 의한 기본권, 인권 침해 문제와 검찰, 사정기관의 정치적 중립성 상실 문제는 야당 의원들의 제기에도 불구하고 거대 여당의 일방적 감싸기 속에 찻잔의 태풍으로 그쳤다.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를 무색케 한 여당의 감싸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피감기관의 자료제출 거부, 답변 거부 행태도 공공연히 벌어졌다. 18대 국회 첫 국감은 한마디로 ‘여당의 병풍국감, 피감기관의 버티기 국감’이라 부를 만하다.

여당의 병풍국감, 국감이 내식구 감싸는 자리인가?

이번 국정감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나라당의 공공연한 행정부 감싸기였다. 국정감사 시작 전부터 한나라당은 ‘지난 10년 간 좌파 정권의 폐해’를 드러내 보이겠다고 공언하며, 최근의 경제위기와 정책실패 규명에는 무게를 두지 않았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급기야 10월 7일의 당 국감대책회의에서 “장관들에 대해 모욕성 질문이 들어올 때는 반드시 대응해줘야 한다”는 황당한 주문을 하였다. 원내대표의 이런 태도는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언을 통해 현실화되었다. 8일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서는 공정택 교육감에 대한 야당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임해규 의원(경기 부천시원미구갑)이 “증언이 검찰 수사에 활용될 수 있어 불리한 증언을 할 필요가 없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조언하는 일이 벌어졌다. 9일 행정안전위의 경찰청 국감에서는 이은재 의원(비례대표)이 어청수 청장 동생의 성매매 업소 운영 현황을 묻는 야당 의원에게, “이게 제대로 된 국감 질문이냐”고 말하며 어청장에게는 “답변하지 말라”는 충고를 하였다. 15일 정무위 국감에서는 한나라당 박종희 의원(경기 수원시장안구)이 피감기관인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게 “안 이사장의 낙하산 인사에 대해 야당의원들의 질의가 있더라도 발끈하지 말라”는 쪽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처럼 여당 의원들의 각종 조언성, 변호성 발언은 행정부 통제라는 국감의 의미를 극도로 왜곡시켰을 뿐 아니라, 피감기관들의 버티기 행태를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피감기관의 버티기 국감,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

피감기관의 불성실한 자료제출과 무성의한 답변은 올해 국감에도 여지없이 반복되었다. 물론 짧은 국감준비 기간 동안 개별 의원실이 요청하는 수많은 자료 제출 요구를 감당해야 하는 피감기관의 애로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일부 피감기관의 태도는 거대 여당의 감싸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무성의와 버티기가 두드러졌다. 감사원은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 회의록의 ‘열람’만을 허용하였고, 기획재정부는 세입세출 관련 자료제출을, 행정안정부는 2008년 특별교부세 교부내역을, 보건복지가족부는 멜라민 식품 문제에 대한 공문 수발 대장의 제출을 거부하는 등 감사 수행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 제출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일부 자료들은 여당의원들에게만 편파적으로 제출되었다는 야당 의원들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또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일부 부처, 기관장들의 태도에서도 불성실과 오만함이 나타났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고압적인 태도로 답변을 하다 여당의원들로부터도 지적을 받았으며,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기자들을 향해 심한 막말을 해 물의를 빚었다.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은 갑작스런 입원을 이유로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아 당일 교육위 국감이 파행을 빚기도 하였다.

국감 제도 개선, 이번에는 공염불이 되지 않아야

여당의 행정부 감싸기와 피감기관의 버티기 외에도 고질적인 색깔론 제기와 국감장 경찰 배치, 국정원에 대한 정보보고, 증인 채택을 둘러싼 갈등, 인터넷 생중계 허용 논란 등으로 곳곳의 국감장에서 파행 사태가 벌어졌고, 정작 중요한 정책들에 대한 감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반복되는 ‘국감감사 무용론’이 올해도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나마 김형오 국회의장이 제도개혁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 반가운 소식이다. 김 의장은 국감의 ‘비효율’을 깨기 위해 상시국감과 사후 대책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제도개선으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분야의 일제감사를 실시하는 현행 방식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행정부 감독보다는 여·야간의 전면적인 정치 공방을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20일간의 짧은 기간에 500여 개 가까운 피감기관을 감사하는 것은 사실상 부실국감을 방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게다가 행정부의 국감 지적 사항 처리시한과 사후 감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의 부재는 피감기관이 소나기만 피하려는 태도를 양산하고, 실질적 개선 조치를 이끌어내기 역부족이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국회의장이 공헌한 바와 같이 제대로 된 국정감사 제도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켜볼 것이다. 또한 국민들의 의지를 모아 제도개선 논의의 장에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할 예정이다. 17대 국회에서도 매년 제도개선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올해는 그 약속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내년에도 똑같은 뉴스를 보는 것, 이젠 지겹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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