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2월 2008-02-18   770

참여연대는 지금_굿모닝 세미나

인류는 동반자살을 꿈꾸는가

글쓴이  기짱. 안에 들어 있는 기운이 끓어 넘치기에 별명도 ‘기짱’이다. 그녀의 기운이 세미나를 거듭하면서 점점 폭발하고 있다. 2008년 거대한 화산의 용트림을 기대해본다.


우연한 계기에 참여하게 된 굿모닝 세미나, 하지만 이젠 은근히 목요일 아침이 기다려진다. 이번 달 소재는 ‘생태’로 주교재는 제인 구달 선생님의 좥희망의 밥상좦이다. 처음에는 ‘침팬지들의 엄마’라고만 알고 있었던 제인 구달 선생님이 언제 이런 책을 쓰셨나 하는 신기함과 호기심이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 세미나를 하면서 생각해보니, 자연과 인간의 실로 자연(!)스러운 관계규정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때 침팬지박사가 밥상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참으로 궁합이 맞는 일이다.

솔직히 생태라고 하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웠던 ‘생태계’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았고 먹거리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짧고 굵게 살자’를 인생모토로 삼아온 나는 좋은 먹거리를 통해 생명을 연장할 의지도 없었거니와 유기농 음식을 챙길 바에야 술, 담배부터 끊는 게 순리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먹거리와 우리의 관계 맺기는 단순히 영양소를 섭취하고 찌꺼기를 배출하는 것 이상의 큰 의미와 또 그에 못지않은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 많은 이들이 패스트푸드가 나쁘다는 것이나 가축들이 학대당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고 나 또한 해롭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화학 공정이 이루어지며 각 과정들이 어떤 상관관계를 맺고 있는지는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런데 세미나를 한번 두번 하며 종합해보니, 오로지 이윤을 목적으로 한 기업들의 행태는 전 지구(地球)를 오염 지구(地區)로 만드는 동시에 인류의 생존 자체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목도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단순해 보이는 감자칩만 해도 유전자조작은 물론이고 감자에서 다량의 농약이 검출되고, 콩기름에 온갖 화학조미료까지 뿌려진다. 여기에 토양 오염, 종자의 변형, 노동자들의 노동착취와 농약중독(연간 2500만 명), 각종 암이나 성인병 등 소비자들이 받는 건강상의 피해, 화학물질로 인한 대기오염, 수질오염, 가축오염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이 그물망처럼 얽혀진다. 이것은 인류가 스스로의 무덤을 파며 서서히 죽어가는 동반 자살행위가 아닐까?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아토피에 시달리면서 그나마 환경과 먹거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이러한 불치병은 인공적이고 파괴적인 생산구조에 대한 경고요, 기형적 진화의 시작인 듯하다. 이 세미나를 진행하면서 나는 천 년 후 내 후손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거북이 등껍질 같은 피부에 탈모로 인한 선천적 대머리 그리고 골다공증으로 직립보행을 할 수 없어 누운 채로 선글라스를 끼고 이동하는(오존층의 파괴로  자연상태에서는 제대로 눈 뜰 수 없을 것이다) 동물들은 사람이 아닌 괴물이다’ 소름끼치는 상상을 하며 나는 구체적 대안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괴물의 선조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그간 속으로 온갖 욕을 하면서도 패스트푸드나 패밀리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로 내 몸과 지구를 자학하기를 일삼던 나를 반성하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솔직히 그런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밖에서 먹는 음식이 다 그렇지.’ 하고 다소 패배적인 합리화를 해가며 씁쓸한 마음을 외면하곤 했던 터였다.

 소비자의 위치를 십분 활용한 싸움. 어차피 기업이든 개인이든 사는 사람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므로 칼자루를 쥐고 당당히 유기농을 선택하며 요구하는 싸움, 얼마나 멋진가. 항상 우리는 우리 돈을 주고 우리가 사면서도 거대자본에 대해 주눅이 들어 있다. 무언가 바꾸기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무력감이 습성화되어 있고 어느 음식점에 가서 무성의한 음식을 보면 한마디 꼭 하던 나조차도 주눅 들어 있었다. 만약 내가 패스트푸드점에 가서 햄버거 속에 들어간 고기의 출처가 어디냐고 물어보고 유기농인증을 받은 고기로 바꾸어 달라고 말하면 지배인이 나를 ‘돌아이’로 보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 이젠 그런 생각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실제 미국에서 프랜차이즈로 성공한 체인점의 자연친화적 버거를  맥도날드에서 모방했다는 사실은 다국적기업도 소비자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참으로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최근 나의 가장 큰 변화는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이 음식은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를 생각해보면서 먹게 되었다는 것과 권력은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인 나에게 있다는 진리의 재발견이었다. ‘대충 먹고 살다가 때 되면 죽겠다.’고 생각하며 인류의 동반자살에 동참했었다. 하지만 난 더 이상 나 자신뿐 아니라 인류가 죽음으로 가는 그 잔인하고 무모한 행위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요즘은 내가 만나는 소중한 사람들을 붙잡고 ‘우리를 위한 행동’을 외쳐대고 있으니 확실히 세미나 약발이 제대로 먹히는 듯하여 마음이 뿌듯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마음의 공유와 소통이 건강한 기운으로 퍼져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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