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10월 2008-09-01   403

큰 이룸을 위한 작은 시작

큰 이룸을 위한 작은 시작

홍일표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전 참여연대 연구팀장 iphong1732@gmail.com

2008년 6월 30일. 아주 기분 나쁘고 가슴 답답한 오전이었다. 참여연대 간사들과 함께, 미국에서 연구하고 경험했던 미국 사회운동, 싱크탱크에 대해 얘기를 나누러 갔던 6월 25일 오후, 안진걸 팀장이 검거되었다.

1999년 1월 9일 참여연대 입사(?) 동기이자, 워낙 바쁘신 몸이었기에 자주 만나기 어려웠지만 틈만 나면 함께 술잔을 나눴던 동지가 폭력적으로 검거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참여연대 건물이 경찰에 의해 압수수색을 당했던 것이다. 이미 박원석 협동사무처장도 수배상태였기에 참여연대 동료들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책상에 앉아는 있지만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고 홍석인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우리 전직 간사들이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오늘 저녁에 좀 모이자.”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 했던가. 갑작스런 연락이었지만 그날 저녁 10명이 넘는 전직 간사들이 모였다. 지금은 다들 참여연대를 떠나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상황에 분노하고, 참여연대를 걱정하는 마음만은 하나같았다. 비록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어떤 결정이더라도 적극 돕겠다”고 한 간사들 또한 적지 않았다.

몇 시간 동안의 난상토론을 거치며 자연스레 의견이 모아졌다. 각자의 처지와 능력(?)에 걸맞은 역할들이 배분되었고, 장소 섭외와 사람들 연락에 이르기까지 일사천리 그 자체였다. 그 동안 연락이 거의 끊겼던 많은 ‘전직’ 간사들도, 갑작스런 이메일이나 전화에 반갑게 응답하였고, 각자 자신들이 과거에 담당(^^)했던 실행위원께도 ‘예전의 뻔뻔함’을 되살려 동참을 부탁드렸다. 그리고 지난 7월 7일 저녁 150여 명이 훨씬 넘는 전현직 임원들과 간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힘내라, 참여연대!!!’라는 이름의 후원행사를 열었다. 현장모금과 계좌입금 등을 통한 모금액 가운데 행사 비용 등을 제외한 1,000만 원가량을 참여연대에 전달했다. 단 일주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제 안진걸 팀장은 보석으로 풀려 나 다시 참여연대로 복귀하였다.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참여연대의 사정, 조계사 수배자들의 상황, 촛불시위의 전망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어려워진 것 또한 현실이다. 이명박 정권의 후안무치하고 어처구니없는 행보가 계속되고, 몇몇 보수단체들과 상인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각종 민사소송으로 참여연대의 재정압박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어느새 100회를 넘긴 촛불집회 또한 점점 약화되고 있다. 더욱이 조금 선선해진 날씨는 조계사의 수배자들에게 ‘따뜻한 이불’ 걱정까지 더하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 것인지 자신있게 ‘정답’을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제 참여연대는, 그리고 ‘촛불’은 새로운 시작을 필요로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정부의 엉터리 같은 협상결과를 비판하며 처음 청계천에 모였던 촛불소녀들처럼, 함께 땀과 눈물을 흘렸던 동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으로 ‘힘내라, 참여연대!!!’를 기획했던 전직 간사들처럼 누구나 또 다른 ‘시작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우리들은 언제나 그 ‘작은 시작’을 ‘큰 끝’으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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