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3   990

특집_한반도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이유:운하건설은 식수대란 부른다

 


운하 건설은 식수대란 부른다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  yumhc@kfem.or.kr


한강과 낙동강은 국민의 70%인 3,300만 명에게 거의 유일한 상수원이다. 수도권과 영남의 대부분이 이 물을 끌어다 쓰고 있으며, 달리 대체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한강과 낙동강을 손대는 공사라면 어떤 것이든 상수원에 대한 영향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경부운하 계획은 상수원 관리와 식수 대책이 안이할 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바뀌는 탓에 좀처럼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비현실적인 상수원 대책

우선, 이명박 대통령 측이 운하 계획을 내놓았을 때, 그들은 “운하를 만들면 배가 다니면서 스크류를 돌려 산소를 공급하니, 대책이 필요 없다.”고 했다(2006. 6). 하지만 “선박 운항이 많은 항구의 수질이 왜 가장 나쁜가? 스크류의 수질 개선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라.”는 지적에 곧 말을 바꿨다. 이후 한나라당 경선에서 “취수용 수로와 운하를 구별하는 이중수로로 하겠다(2007. 5).”고 했는데, 이중수로계획은 “낙동강-한강에 58개의 취수장이 있어서 사실상 두 개의 운하를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는 지적에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후 “강변여과 방식을 도입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했으나(2007. 6), “수량 확보가 가능하냐.”는 비판에 밀려, “수도권에 필요한 800만 톤/일 중 절반은 구리시 토평리에서 강변여과취수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북한강(양평)에 댐을 막아 끌어오겠다(2007. 10. 이후).”고 했다. 요즘엔 북한강을 주취수원으로 하고, 한강 곳곳에 강변여과수 시설을 설치해 보조 취수원으로 쓰겠다는데, 취수량이나 비용에 대한 계획이 불확실하다. 낙동강에서는 부족한 수량의 절반은 대형 식수댐을 건설해 끌어다 쓰고, 나머지는 강변여과수로 해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곳에서도 댐건설에 필요한 비용, 공사 시간, 환경파괴 등에 관한 대책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대통령 측은 경부운하 건설과 함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강을 운하로 사용하면서 취수원을 옮기거나 취수 방법을 바꾸기 때문에, 상수원에 대한 관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상수원 관리와 상수원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보상하기 위해 지급해 왔던 물이용 부담금(서울 160원/톤, 수도요금 평균 540원)도 줄이고, 이 기금으로 구입했던 수변지역의 토지는 팔아 낙후된 지역의 개발을 촉진할 것이라고 한다. 참으로 대범하고 획기적인 발상인데, 현실에선 무모하고 위험해 보인다.

북한강 식수 확보 주장의 허구

먼저 북한강에서 수도권의 식수 400만 톤/일~600만 톤/일을 확보하겠다는 주장은 무리하다. 이대통령 측이 취수하겠다는 북한강의 수문자료를 감안할 때 그렇게 확보할 수량이 없기 때문이다. 청평댐의 2008년 2월 1일부터 15일 사이의 방류량을 보면 초당 46.3톤(하루 400만 톤) 미만인 날은 3일, 초당 57.9톤(하루 500만 톤) 미만인 날은 9일, 초당 69.4톤(하루 600만 톤) 미만인 날은 무려 10일에 달한다. 즉 북한강에서 하루 600만 톤을 공급하는 계획을 수립했을 경우 보름 중 10일, 400만 톤을 목표로 했을 때는 3일을 제한 급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북한강 전체 수량을 모두 취수할 수 없고, 북한에 금강산댐이 가동되면서 수량 감소가 예상되고, 식수공급기준이 100년 빈도의 가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상황은 더 악화된다. 결국 이대통령 측의 과도한 취수 계획은 수도권의 잦은 단수와 막대한 경제활동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

강변여과수를 통한 식수 확보도 불가능해


다음으로 강변여과수로 수백만 톤을 확보하겠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강변여과수란 ‘하천표류수가 취수정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50일에서 100일 정도로 길게 하여, 지층을 통과하는 동안 토양에 의한 흡착과 미생물에 의한 분해 그리고 빛과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세균과 박테리아를 사멸하게 하여 양질의 원수를 확보하는 방법’이다. 하천수를 취수해 수돗물을 만들 경우, 수질기준 3급 이상의 원수(原水)에 약품투입, 응집, 침전, 오존 및 활성탄 흡착시설을 첨가한 고도정수처리공정 등을 거쳐야 하는데, 강변여과수는 화학약품첨가와 고도정수처리공정 등을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강변여과수는 모래 충적층이 잘 발달된 지역에서 소량의 식수를 취수하는 데 적합한 방식이다. 국내에서 운영 중인 시설이 함안군과 창원시 2만 톤/일, 6만 톤/일 두 곳밖에 없고, 김해시가 공사 중인 18만 톤이 전부다. 창원시 6만 톤/일 취수장의 경우 낙동강변에 36개의 관정을 무려 1.4킬로미터에 걸쳐 설치하고 있는데(80m 간격, 2열), 만약 400만 톤을 같은 방법으로 구하려면 2,400개의 관정을 200킬로미터의 구간에 묻어야 한다. 또 이대통령 측이 획기적으로 취수량을 늘릴 수 있다고 했던, 대형 방사형 관정 방식을 도입하더라도(김해시 경우 개당 2만 톤, 200m 간격 설치), 역시 40km에 관정을 박아야 한다. 더구나 한강 하류 구간에는 강변여과수를 이용할 수 있을만한 모래 충적층이 발달해 있지 않고, 이들 지역을 모두 상수원으로 관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식수 공급 계획의 문제점


이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만들었던 보고서, ‘서울시 간접취수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서울시, 2006. 7)’가 “수량이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쳐, 비상 급수원 및 상수원수로서 활용 가치가 떨어지며, 소규모 시설 도입에 대해서도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이 뒤집히기는 대단히 어렵다. “하루 3,000톤을 양수했던 미사리 지역에서 한 달 후 1,000톤만 취수할 수 있었다.”는 내용은 한강에서 강변여과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증거다. 모래 충적층이 발달해 있지도 않고, 모래 사이에 점토질이 포함돼 있어 관정이 쉽게 막히는 곳에서, 강변여과수를 활용해 수도권의 식수를 해결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대통령 측은 낙동강 유역에 대규모 식수 전용댐들을 건설해 연간 6~7억 톤(하루 170만 톤에서 200만 톤)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비슷한 수준의 강변여과수를 개발하겠다고 한다(팔당댐 총저수량 2억 4,400만 톤, 밀양다목적댐 0.74억 톤). 영남권에서 필요한 생공용수 34.55억 톤 중, 현재의 7개 다목적 댐과 계획 중인 3개 댐에서 공급할 수 있는 21.81억 톤을 넘는 양을 식수전용댐과 강변여과수로 절반씩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이용하던 현재의 방식을 포기하고, 상류의 다목적댐들과 추가로 건설하는 대형 식수전용댐들에서 수십㎞ 혹은 100㎞가 넘는 거리를 끌고와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다.


사회  유지를 위한 인프라인 수도정책


그러나 이대통령 측에선 이런 정책이 가져올 여러 문제들에 대해 거론하지 않고 있다. 여러 개의 초대형 댐을 짓기 위해서 들어가는 비용, 환경파괴, 공동체 붕괴, 건설 기간, 사회적 갈등 등에 대해 구체적 대안이 없다. 또 상류에 댐을 막아 별도의 관망으로 하류의 도시들에 용수를 공급하고 나면, 운하를 운용하기 위한 용수는 어떻게 확보할지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운하 건설을 위해 십조 원이 넘는 재원이 소요됨에도 이들 사업들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대통령 측의 경부운하 계획이 대부분 그렇지만, 특히 식수 대책은 근거가 모호하고, 논리가 부실하며, 특히 끊임없이 말 바꾸기를 하는 통에 종잡기 어렵다. 아무리 개발과 성장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2/3가 이용하는 한강과 낙동강의 식수대책을 이렇게 앞뒤 없이 주장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대통령의 무모한 경부운하 계획은 우리나라 수도정책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사회의 유지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인프라인 수도정책을 혼란에 빠뜨리고, 결과를 알 수 없는 위험 속으로 국민들을 몰아가고 있다. 과연 이대통령의 경부운하 계획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지 답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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