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3   1138

특집_한반도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이유: 경제성 없는 운하건설, 환경대재앙만 일으킨다

경제성 없는 운하건설,
환경대재앙만 일으킨다

박진섭 생태지평 연구소 부소장 ecoparkjs@gmail.com

예측컨대 2008년 한국사회는 ‘운하’ 논란으로 시끌벅적할 것 같다. 당장의 기류로 보면 새만금 논란에 이어 최대 환경이슈로 등장할 것처럼 보인다. 그 이상으로 심각한 국론분열까지도  예상되고도 남는다. 왜 그토록 파행과 대립이 예상되는 운하건설 사업을 추진하려고 할까? 좀더 차분하게 검토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는 없는가? 그런 과정은 불필요한가? 정작 길은 없는가? 대다수 국민들은 궁금하다.

왜 우리나라는 운하가 없는가?

우리나라는 대형 물동량을 운송하는 내륙주운(운하)이 없다. 왜 없을까? 답은 간단하다. 대형선박이 다닐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강이 없기 때문이다. 배가 다닐 수 있는 자연스러운 물길이 없다는 뜻이다. 강이 기울어져 흐르고 수심이 얕기 때문이다. 운하가 발달했던 유럽의 대륙은 알프스 산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평지이다. 라인강과 도나우강은 평지로 흐른다. 수심도 깊고 강의 유역면적을 보면 라인강은 한반도 면적과 같고 도나우강은 한반도 2배 크기다. 이런 강에 배가 다니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대형 선박운행이 불가능한 우리나라 강에 선박을 운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강을 인공적으로 모조리 개조해야만 가능하다. 운하 찬성 측의 주장대로 2,500톤급~5,000톤급 선박운행을 위해서는 경부운하 구간인 한강과 낙동강에 19개의 갑문과 12개의 댐을 만들어 물을 채워야 한다. 한강과 낙동강은 수심이 2~3m로 얕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선박운행이 가능한 수심인 6~9m 유지를 위해 강 폭 100~300m까지 강바닥을 파야한다. 제방도 선박운행에 따른 파랑(波浪) 등의 영향으로 붕괴되기 때문에 콘크리트화해야 하고 상류에서 내려오는 토사를 쉼없이 긁어내야 한다. 배가 다닐 수 없는 강에 운하를 만들면 이렇듯 자연스러운 강은 사라지고 거대한 인공 욕조가 탄생한다. 백두대간 통과구간에는 26km 정도의 거대한 수로터널을 뚫어야 한다. 이 지역은 석회암지대로 물을 만나면 위험천만하다. 이 터널에 대략 600만 톤의 물이 항상 채워져 있어야 한다. 운하 찬성 측은 자연하천을 그대로 이용한다고 하지만 운하를 만들면 5000년 동안 흘러왔던 우리의 강은 더 이상 없다.

물류운송 시스템이 포화상태인가?

현재 우리나라 물류 운송 체계는 도로, 철도, 해운, 항공이 있다. 다만 내륙주운(운하)이 없을 뿐이다. 운하는 선박으로 운송하기 때문에 장거리 물동량이어야 하고 시간을 다투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 국가의 물류운송을 보면 시간을 다투고 단거리인 경우 도로를 이용하고, 장거리이지만 물동량이 많은 경우 철도를 이용한다. 항공은 고가품의 물동량을 취급하고 국가와 국가 간의 물동량은 해운선박으로 운송한다. 운하를 이용하는 나라들은 대륙이 넓은 지역으로 유럽,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다. 운하를 이용하는 물품은 벌크화물(원자재 물품 등)이 40% 정도를 차지하며 목재, 석탄, 시멘트, 곡류 등이다. 우리나라에는 운하를 이용할 벌크화물이 없다. 시멘트는 동해에 생산기지가 있으며 서남해안에 출하기지가 있어 경부운하와는 운송경로가 전혀 다르다. 유연탄은 전량 수입물품으로 발전소, 시멘트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연안지역에 있다. 역시 경부운하와는 거리가 멀다. 그 이외의 벌크화물은 물동량이 크지 않기 때문에 거론할 필요조차 없다. 남는 것은 수도권에서 생산-소비되고 부산항을 통과하는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이 경부운하로 어느 정도 흡수가능한가 하는 점에 달려 있다. 이 컨테이너 물동량 정도에 따라 운하의 경제성이 결정된다. 운하 찬성 측에서는 경부축 물동량의 15%가 운하로 흡수될 수 있다고 가정한다. 지금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확정된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2011년 기준으로 1,039만 톤을 흡수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경부운하로 이동할 물동량은 그보다 훨씬 적지만 그래 봐야 하루에 2,500톤급 선박으로 12척에 불과하다.  찬성 측 주장대로 16조 원을 투자해서 하루 12척의 물동량으로 경제성이 있을까. 2010년 경부 KTX가 완성되면 기존 철도노선의 화물운송능력이 높아진다. 인천항에서 부산항까지 바다 뱃길은 752km인데 선박운행시간은 28시간이며 평균속도는 26~27km이다. 평택항과 광양항은 터미널 등이 확장되어 이용량이 늘어나고 있다. 운하보다 경쟁력이 높은 철도와 연안 수송 등 충분한 대안이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어느 곳이나 접근성이 용이한 3면이 바다이다. 찬성 측은 운하를 이용한 관광이 활성화된다고 한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크루즈 관광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관광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이 있는 관광을 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정확한 조사와 분석이 있어야 한다. 자, 한 번 상상해보자. 서울에서 충주까지 찬성 측의 주장을 보면 편도로 10시간 가량 걸린다. 물론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서울에서 오전 7시에 출발해도 충주에는 오후 5시에 도착한다. 저녁 식사하고 다시 오후 7시에 출발하면 다음날 새벽 5시에 서울에 도착한다. 이런 관광을 즐기겠는가. 그나마 겨울철에는 운행이 어렵다. 유럽도 11월~3월까지는 선박관광이 중단된다. 찬성 측은 20%가 물류이고 나머지는 관광효과라고 주장한다. 16조 원 투자액 중 10조 원을 관광산업으로 회수한다고 가정하면 1인당 비용 10만 원으로 1억 명이 관광선을 타야 한다. 할인기간인 30년 동안에 말이다. 참고로 금강산 관광도 10년 만에 100만 명이었다.

운하를 만들면 물이 깨끗해지는가?

이명박 당선자는 운하를 만들면 물이 깨끗해진다고 한다. 물이 깨끗해지는데 다시 취수지점을 옮겨야 한다고 하기도 하고 강변여과수로 식수원을 바꾸어야 한다고도 한다. 하도 말이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정확한 속내를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취수원을 옮겨야 하고 간접취수방법을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물이 나빠진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복잡한 공학이나 과학논리로 설명하지 않아도 흐르는 강물을 댐으로 막아놓으면 물은 오염되고 나빠진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쉽게 생각해보자. 강 상류에 오염원이 유입된다. 강이 지속적으로 흐르면 그 과정에서 어느 정도는 자연 정화된다. 물론 오염물질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 않으면 수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다 댐을 만들어서 물길을 막아버리게 되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수질도 더욱 심각하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상류에 들어오는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해야만 한다. 이런 연유로 상수원보호구역을 설정하여 공장 등 오염물질을 유발하는 각종 업체들의 설립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하이닉스 반도체의 이천 공장설립에 대해 환경부가 허가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물론 경제만을 놓고 본다면 어떤 산업도 가리지 않고 허가해주는 것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겠지만 물이 오염되면 궁극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피해를 주며 이를 개선하려면 경제적 비용이 훨씬 늘어나게 된다. 운하는 댐 건설만이 아니라 그 이상으로 환경을 파괴하며 식수원을 오염시킨다. 선박 수심을 유지하려면 강바닥을 파서 평형을 유지해야 한다. 구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9m의 강바닥을 파야 한다고 한다. 2~3m 이상 강바닥을 파게 되면 대부분이 암반층이다. 이를 9m까지 판다는 것은 암반을 수중에서 폭파시켜야만 가능하다. 이렇게 하면 강바닥을 이루고 있는 생태계는 온전히 파괴되고 만다. 이런 일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그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 예측 자체가 힘들다.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면 식수오염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수십 조 원을 투자해서 살리겠다는 강은 무용지물이 되고 말 것이다. 현재 한강과 낙동강에는 38개의 취수원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공사를 완료하기 위해 4년 안에 50여 곳에서 동시에 공사를 한다고 한다. 최소한 취수에 대한 대책이 수립된 이후 공사를 시작해야 하는데 아무런 계획이 제시된 바 없다. 그 기간 동안 국민은 무슨 물을 먹는 것인가. 수량도 부족하다. 취수지점을 옮기면 한강과 낙동강을 합쳐 연 28억㎥ 가량의 생활용수와 공업용수가 부족하다.

운하를 만들면 재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찬성 측은 운하를 만들면 홍수가 방지된다고 한다. 댐을 만들어서 물을 가둬 놓기 때문에 홍수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강은 홍수기에는 빠르게 물이 흘러 바다로 빠져나가야 한다. 강에 물이 차있지 않아야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홍수에 대비할 수 있는데도 댐으로 물을 채워 놓아야 홍수가 예방된다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현재 충주댐이나 소양강댐 등 한강 상류에 있는 댐들은 홍수기를 대비하여 한 달쯤 전에 물을 방류한다. 많은 비가 내리기 때문에 댐을 비워놓아야만 홍수기에 물을 저장하여 하류의 홍수피해를 예방한다. 그런데 한강의 경우 운하 수심을 위해 6개의 댐을 하류까지 건설한다고 한다. 그리고 홍수기에 앞서 이 댐들의 물을 방류하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을 방류하면 수심이 낮아져 선박운행이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경제성이 없는데 선박운행일수까지 줄어든다면 운하를 만드는 목적이 사라지게 된다. 또한 홍수기를 대비해서 댐을 개방하여 물을 방류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기상이변으로 인해 국지적으로 엄청난 비가 퍼붓는다. 태풍 매미와 루사를 연상하지 않아도 여름철이면 이런 국지성 호우가 빈번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을 미리 방류시킬 수 있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선박 통행시 이런 집중호우가 발생한다면 대책이 있는가? 결국 운하는 홍수를 키울 뿐이다. 그뿐이 아니다. 운하가 발달한 독일의 경우 1990년~1999년 10년간 선박 사고가 매년 평균 500건이나 된다. 유럽의 나라들은 지하수를 70% 식수원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흐르는 강물을 70% 식수원으로 이용한다. 선박 기름 유출사고라도 발생하면 식수원에 대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누가 이를 감당할 수 있는가?  

우리나라 국토의 근간이자 젖줄인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 강을 개조하는 계획은 어떤 근거를 내세우더라도 무모한 발상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기술능력이 높아졌다고 하나 자연 앞에서는 여전히 무력하다. 수 만년 동안 자연의 진화에 의해 형성되어온 강을 4년 만에 개조하겠다는 주장이야말로 억지다. 게다가 운하특별법을 만들어 추진한다는 것은 모든 절차와 법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엄청난 국토개조사업을 계획하면서 차분한 검토와 검증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이 가장 발달한 21세기, 이런 고민거리 앞에 서 있는 우리 국민은 행복한가, 불행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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