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2월 2008-02-01   772

[특집] 기름 방제에 이어 태안에 부는 법률자원봉사 바람




기름 방제에 이어 태안에 부는
법률자원봉사 바람



박경신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고려대 법과대학 교수



끔찍한 환경재앙인 태안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하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하나 둘 인터넷 카페로 모여들었고 태안으로 함께 달려가 절망에 빠진 검은 바다를 희망의 바다로 일구어냈다. 생태계와 지역 주민들의 삶을 지키는 차원을 넘어 자발적인 시민참여에 의한 새로운 시민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이번 태안 자원봉사가 자발적 시민참여운동의 첫 사례는 아니다. IMF 당시 범국민적 금모으기 운동, 여중생 미군장갑차 압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 탄핵을 규탄하는 촛불시위 등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 사회에 희망의 빛을 비춰주었다. 반면 황우석 사건과 같이 진실과 정의가 사라진 시민 집결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하는가는 고민으로 남는다.


태안 사고의 책임주체인 삼성과 정부는 훼손된 태안 주민들의 삶의 터전 복원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도 여전히 모르쇠와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변호사, 사법연수원생, 대학생 등으로 이루어진 법률봉사단이 피해주민을 위한 공익법률상담소를 현지에 열어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어내면서 한국사회에 부족한 전문가의 사회참여 본보기가 되고 있다. 건강한 시민들의 단결이 단발성에 머물지 않고 폭넓은 사회적 영역으로 꾸준히 퍼져나가 보다 다양하고 진일보한 사회참여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 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08년 1월말 현재 법대생, 대학원생, 예비연수원생, 연수원생 등 180여 명(싸이월드 등록자 기준)으로 이루어진 법률자원봉사단을 조직하여 태안 현지에서 공익법률상담소를 1월 5일부터 운영해오면서 이번 사태의 올바른 법률적 해결방안에 대한 주민 대상 홍보와 피해입증의 다양한 방법에 대한 개별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공익법센터가 현지에 상담소를 개소하기 이전에 이미 여러 법무법인들이 현지에서 설명회나 개별접촉 등을 통해 피해주민들로부터 사건을 수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었다. 이들 법무법인들은 거의 모두 기존 어업권 소송의 관행을 따라 인지대와 감정비용이 주축이 되는 소송비용을 자신들이 대신 납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임료 역시 사건이 해결된 후에 받는다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피해자들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법무법인들이 사건을 맡기 위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험도, 자금력도 없는 법률자원봉사단 공익법률상담소는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일까?



완전 배상, 완전 복구, 가해자 책임 지켜져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공익법률상담소 및 법률봉사단을 통해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있는 ‘올바른 법률적 해결방안’의 3원칙은 완전한 배상, 완전한 복구, 가해자 책임이다. 언뜻 읽어보면 거창해보이지만 이 3원칙은 일반적인 민사사건에서 적용되는 원칙이다. 가해자가 과실로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면 그 피해를 완전하게 보상하거나 복구할 책임을 진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사상 최대의 사고라고 말할 수 있는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서 실현하는 것은 공익법센터의 장기적인 목표인 법치주의 실현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피해보상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억울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온전한 피해보전을 받지 않으면 그 사람은 법질서에 대한 신뢰나 법치주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건전한 자긍심을 포기하려는 유혹에 강하게 노출되어 위법 행위에 대한 경계심이나 권리의식이 약화되고 장래의 부정부당에도 침묵하게 된다. 남에게 억울한 피해를 준 사람 역시 피해보상을 강제하지 않으면 그와 같은 피해를 방지하려는 동기가 사라질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피해보상을 올바르게 이루려는 노력 속에서 우리 전체의 자산인 환경의 복원작업도 책임 있게 이루어질 수 있다. 환경자원에 대한 장래피해를 돈으로 환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에 대한 피해는 피해보상의 일환으로 사고를 일으킨 자가 복원을 하도록 함으로써만 보전될 수 있다. 정부가 1차적으로 환경복원작업을 하겠지만 이것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면 국민 전체와 국토 전체를 위해 예산을 균형 있게 운영해야 하는 정부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부담은 가해자들로부터 반드시 보전 받는다는 약속이 있을 경우 환경복구작업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피해주민이 올바로 알고 요구하고 적극 입증해야


그렇다면 누군가 법률자원봉사를 통해 노력하지 않더라도 올바른 피해보상이 이루어질까? 1만 2,000톤의 기름을 유출한 태안사고보다 유출량이 적었던 (5,000톤 정도) 95년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에도 법무법인 등 기존의 법률전문가들이 사건 해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당시 실제 재산상 손해는 1,500억 원에 달했지만, 여러 가지 입증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국제기금에 실제 청구된 어장피해 액수는 735억 5,400만 원이었다. 이 중에서 증거수집 미비로 실제 배상액은 150억 원 수준에 그쳤으며 방제비용까지 합쳐도 502억 2,700만 원에 그쳤다(연합뉴스 2007년 12월 10일자).


1989년 인구밀도가 훨씬 낮은 미국 알래스카에 일어난 3만 5,000톤 가량의 유출 사고에 대해서 엑슨 정유사가 피해자들에게 지급한 실손해액 약 5,000억 원 및 징벌적 손해배상 약 2조 원 (미확정) 그리고 정부에게 환경복구비용 및 환경피해배상조로 지급한 1조 원 등 총 4조 원에 비하면 씨프린스호 사고에서의 보상액수는 터무니없이 적은 액수다.


자발적인 방제작업에 있어서도 95년부터 97년 사이의 방제작업에 대해 GS칼텍스는 207억 원만을 지출했다. 반면 알래스카 유출사고에 대해 엑슨사는 3년간의 방제비용으로 그 100배가 넘는 2조 2,000억 원 가량을 지출했다고 주장한 것에 비하면 여수에서 과연 적정한 방제노력이 이루어졌는지 의심스럽다.


이 당시에도 법무법인들이 없었던 것이 아니고 소송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씨프린스 사태가 처리된 방식대로 이번 사태가 처리된다면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한 민사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없음은 물론 충분한 환경정화작업도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며 실제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는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올바른 피해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피해자들 스스로가 바로 서야 한다. 피해자들 스스로가 법적 권리와 절차에 대해 올바로 알고 실제로 이 절차를 대리하여 밟아줄 법무법인들에게 올바른 요구를 하고 스스로 피해입증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공동변호인단 구성해 중과실 증명을 목표로


이번 기름 유출 사고의 피해액수는 1조 5,000억 원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한다(KBS 시사투나잇 1월 22일 방송분). 피해에 대한 완전한 보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과실의 입증을 통한 책임제한의 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법무법인들은 일부 피해자들을 대리하여 IOPC펀드(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의 배상한도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과실책임’하의 보상을 받아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피해자들을 분리하여 대리하게 될 경우 피해자들 간에 한정된 IOPC펀드 배상액을 두고 경쟁을 벌일 뿐이지, 어느 누구도 법률적으로 난이도가 높은 중과실의 입증을 통한 완전보상에는 관심을 갖지 않게 된다. 피해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동변호인단이 구성되어야 하며 이 공동변호인단은 ‘중과실’의 증명을 목표로 해야 한다.



위법소득, 관광업피해, 고용피해도 빠짐없이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


완전한 보상에 대한 장애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법원은 IOPC보상매뉴얼을 해석함에 있어서 소위 ‘위법소득’에 대한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아왔다. 그러나 숙박업과 맨손어업의 대부분이 허가 등의 필요한 조치없이 이루어져왔다. 이외에도 우리나라 법원은 숙박업과 요식업의 피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도 인색했으며 고용피해에 대해서도 인정한 바 없다. 실제로 95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에서 실제 피해는 1,500억 원이었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청구는 700억 원 정도만 이루어지는 ‘자기검열’식 피해 집계가 이루어졌으며 결국 150억 원만 인정되었다. 정부도 대법원의 입장에 편승하여 피해자들이 배상참여를 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와 같이 위법소득, 관광업피해, 고용피해 등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것은 법과 현실의 괴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국제적 추세에도 반하는 것이다. 현재 수임경쟁에 뛰어든 법무법인들은 주로 수월하게 인정되는 유형의 피해자들을 대리하려 하면서 실제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피해자들이 피해 집계에서 누락되고 있다. 공동변호인단은 한 사람의 피해자들도 빠지지 않고 피해배상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주민과 함께 호흡하며 공익법률상담 방향 제시


이와 같이 올바른 법률적 대응이 이루어지도록 법률자원봉사단은 공익법률상담소를 통해 다양한 피해자들에게 상담을 해왔다. 사실 상담소에는 처음에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유형의 피해자들도 많이 찾아왔다. 그리고 여러 피해자단체들이 공익법률상담소를 찾아 앞으로의 운동방향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있다. 처음에는 공익법률상담소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던 단체들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담내용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참하고 도움을 주고 있다.


실제로 공익법률상담소에서 근무하는 자원봉사자들의 숙소를 천리포에서 펜션을 하던 노일승 씨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난방비, 자동차연료비, 인쇄비 등 지원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법률자원봉사단의 활동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자 하는 이들은 싸이월드의 클럽(http://club.cyworld.com/ taeanlegalservice)을 찾아보면 된다.


상담내용의 일부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친다.



※ 상담사례


① 맨손어업자 또는 해녀들로부터 생선을 구입하여 유통시키는 중간상인이다. 매매 장부를 기록해오고는 있으나 중간에 유실된 부분도 있고, 제3자가 알아볼 수 있게 정리된 것은 없다. 또 일부 통장거래 내역은 있는데 없는 것도 많고 신용카드나 소득신고서, 세금계산서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증빙자료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 통장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하여 연 매출-경비-소득 등을 산출하여야 한다. 통장거래 내역에 없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매매장부 혹은 기억을 바탕으로 하여 연, 월, 일 단위로 매매내역을 작성하여 연단위 결과를 산출하여야 한다. 거래내역은 제3자가 보았을 때 이해가 되도록 작성해야 하고, 그 내용은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합의된 사항이어야 할 것이다.


② (민원인은 위 중간상인) 상점에서는 소득신고가 끝났다고 확인서 작성을 거부하고 있다. 상점 측에서는 과세를 우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나중에 국세청이 이를 근거로 과세권을 행사하지는 않을지?


   – 비슷한 사례에서 국세청이 뒤늦게 과세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고 있으므로 상점이 나중에 과세를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민원인과 상점 상호간에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상점은 확인서를 작성하여 주어도 무방하다. 맨손어업자 또는 해녀들이 민원인에게 확인서 작성을 요구하면 민원인만이라도 이를 작성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③ 민박을 하기 위해 건물을 신축 중에 있으며 2월 완공 예정에 있는데, 아직 숙박업을 개시한 사실은 없다. 현재 아무런 등록증이 없어 피해보상 신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완공 후에 피해 보상 신고가 가능한지?


   – 가능하다. 일단 현재 건축허가를 받았음을 증명하는 건축허가증을 제출해둔 후, 건물이 완공된 다음 보상에 관한 절차를 밟으면 된다. 피해 보상 신고에 관하여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④ 민원인은 굴 양식장에서 굴만을 매수하고, 양식할 때 사용하는 양식장 철근시설은 매수하지 아니하였다. 기름  유출사고로 철근 양식장 시설도 못쓰게 되었는데, 이에 대한 피해보상은 굴 매수인, 철근 양식장 시설 소유자 중 누가 받게 되는 것인지?


   – 철근에 기름 유출로 인한 피해가 직접 가해졌다면 철근 소유자가 철근에 대하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서산환경운동연합, 서산YMCA, 푸른태안21, 민변 대전충청지부는 삼성중공업 예인선-허베이스피리트호 충돌 서해 기름 유출 사고 피해주민 법률지원을 위한 태안 현지 법률상담소인 ‘서해기름유출사고 공익법률상담소(Legal Aid Clinic)’를 열어 철저한 사고원인 규명을 통한 완전복구와 완전배상 및 가해자책임부담을 실현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법률지원을 하고 있다.

태안 현지 공익법률상담소  태안읍 태안참여자치시민연대 내 041-673-46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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