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7월 2008-06-30   505

기획_내 촛불의 의미: 광장에선 촛불지킴이 변호사

광장에 선 촛불지킴이 변호사

이재정 변호사 leejj@seoulbar.or.kr

잠시 무너진 체력으로 병실에서 보내던 5월. 한달 내내 뉴스를 채우는 광우병, 촛불문화제 이야기들에 멀어져 속만 태우던 시간. 퇴원을 한 뒤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촛불을 들고 청계광장에 섰던 그날은 국민들이 처음 거리로 나서던 바로 그날이었다. 마이크도 대열도 없이 거리로 나서던 시민들, 그러나…가슴에서 터져나오는 분노를 싸늘한 머리 속에 구겨넣고 그 틈에서 빠져나와 돌아서고 있던 소심한 변호사, 나.

민변이라는 공간에서 활동하고 있었지만 법률지원 활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집회에 나서지 못한 며칠 동안, 연행자들은 늘어났고, 시위대는 공권력동원에 속수무책이었다. 아침마다 날아오는 연행자 현황 알림메시지를 따라 경찰서 접견을 함으로써 전날의 시위현장을 알게 되던 나는 갈증을 느꼈다.

그러던 차에 민변에서 인권침해 감시단을 꾸리게 되었다. 감시단을 표시하는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처음 나서던 날은 5월 30일. 민변이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있던 날이었다. 당일 기념행사 내용으로 준비된 짧은 다큐 안에서 변호사라기보다는 현장활동가로 시대를 짊어지신 선배님들의 모습을 본 뒤라 거리를 향해 나서던 그 첫날의 걸음엔 남다른 감회가 함께했다.

5월 31일 살수차가 살인적으로 퍼붓던 효자동 입구길에서 우리의 걸음은 더 바빠졌다. 집회장 근처에서 행해지던 위법한 불심검문에 대한 항의와 증거채집활동, 불법채증에 대한 경고. 들은 척도 않는 경찰들이었지만 현장에서 이러한 사실들을 확인하고 법적 대응을 위해 채증하는 등의 활동은 유의미하였다.

그러나 경찰에 의해 행해지는 바로 눈앞의 폭력 앞에서는 아무 도리가 없어 무기력감마저 느끼기도 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구급차에 실려나가고, 살수차에 젖은 몸이 새벽 찬공기에 한기가 더해갈 무렵 느닷없이 경찰특공대가 투입되어 진압작전이 시작되었다.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서 무리한 진압에 대한 법적 경고를 하던 우리 변호사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날의 진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했다. 나는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서 있다가 다른 동료 변호사님 한 명과 연행이 되었다.  변호사라는 띠가 지켜줄 것이라는 알량한 믿음은 얼마나 순진한 것이었는지…제 몸 감쌀 어떤 보호장구도 무기도 없는 맨몸뚱이 시민으로서 남용되는 경찰 공권력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낀 순간이었다.

미란다 원칙이니 변호인 접견이니 뭐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변호사인 나조차도 피의자의 신분으로 신문을 받던 당시에는 알 수 없는 위축감이 들던 기억들. 그렇지만 이 모든 기억들이 거리에 나선 노란 조끼, 그 뒤에서 값지게 얻은…기억들이다.

지금,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폭력으로 다친 시민들의 소장을 작성하고 있다. 내가 변호사로서 현장에서 함께한 시민들을 위해 지금은 조끼를 벗고 컴퓨터 앞에서 글을 적고 있다.

내일도 또 촛불집회에 나갈 것이다. 그러나 내일은 조끼를 벗고 참여연대 회원으로 함께한다. 참좋다 모임 가족으로 무대에서 노래도 할 것이다.

고시는 여전하고 재협상이라는 것도 졸렬하지만 그래도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회원님들~ 이해하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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