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4월 2008-03-17   638

기획_뉴라이트가 네오콘이 될 수 없는 이유

뉴라이트가 네오콘이 될 수 없는 이유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stpark@pspd.org

최근 공석 중이던 한나라당의 여의도 연구소 이사장에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선임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뉴라이트의 대부인 안교수가 한나라당의 두뇌집단인 여의도 연구소를 대표하는 자리에 선임 된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언론들이 공히 논평하듯, 이명박 체제 당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것이 그 첫 번째다. 한나라당의 부패한 수구 정당의 이미지를 걷어내고, 합리적 실용적 보수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하듯, 안병직 이사장은 ‘선진화’를 향후 한나라당의 이념적, 정책적 기치로 제시했다. 이명박 체제 외연확대의 시발점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선을 앞두고 당 밖의 다양한 분야와 집단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만,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명박 후보로서는 당 장악과 총선을 전후한 물갈이를 겨냥한 세력교체까지도 고려한 포석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조직화되어 있고, 깨끗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기치를 내세운 뉴라이트 계열이 일차적인 제휴의 파트너가 된 것은 예측 가능했던 수순이다.

안병직 이사장 취임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뉴라이트로 대표되는 보수 시민단체들의 한나라당 외곽조직화가 본격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수 단체들의 이 같은 조짐은 기실 이전부터 나타났다. 뉴라이트 전국연합 공동대표인 유석춘 연세대 교수는 지난해 「참여연대 보고서」를 발간하고 시민운동의 권력화를 맹비판한 직후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장에 취임한바 있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보수단체들이 이명박, 박근혜 양 진영으로 갈려 분열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며, 경선 직후 이명박 후보 진영에서 대표적 보수 시민단체 대표들을 만나 분열을 수습하고 범보수대연합을 모색하기로 한 것도 보도를 통해 확인된바 있다. 최근에는 뉴라이트 및 선진화 계열의 300여 단체들이 ‘나라선진화·공작정치분쇄 국민연합’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구성했으며, 중도우파를 표방한 단체들도 정권교체를 목표로 한 ‘2007국민연대’라는 명칭의 단체를 결성했다. 이 단체들의 중심세력이나 표방하는 명분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나라당의 집권을 목표로 한 결집이라는 점을 스스로도 부정하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 외곽조직화 되는 뉴라이트와 보수단체 

역설적인 것은 뉴라이트 전국연합, 자유주의시민연대 등 최근 노골적인 한나라당 지지행보를 보이고 있는 보수진영의 단체들이 과거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참여연대를 포함한 시민운동 단체들을 정권의 홍위병으로 매도하고 비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비판 논지는 권력을 감시해야 할 시민단체가 권력에 참여해 정치화되고 변질되었다는 것이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두 정권 동안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의 인사들이 정권의 요직에 진출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한다. 유석춘 교수가 발간한 「참여연대 보고서」는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이 현 정부 각종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한 것을 주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거의 모든 정부위원회가 갖고 있는 거버넌스 성격에 따라 시민사회의 대표성에 근거해 민간 비상임위원 신분으로 참여한 것이거나, 각자의 직업적 전문성에 기초해 전문가로서 참여한 경우이다.
정부위원회 참여의 맥락은 사장시킨 채 참여한 사실만을 놓고 권력참여라 규정하는 것은, 수많은 정부위원회에 대표자나 임원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민주노총이나 경총, 전경련과 같은 단체들도 정권에 포섭된 것이라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목적의식성을 띤 단순논리에 근거하다보니 유석춘의 보고서는 참여연대 활동기구의 전직 임원 중 변호사 자격을 갖고 금융감독원에 취업했던 것이나, 국책연구소에 공무원도 아닌 민간인 신분의 연구위원으로 취업했던 사실까지도 권력참여로 분류하는 어이없는 오류마저 범하고 있다. 현 정부 집권기간 동안 중대한 정치적, 사회적 이슈였던 비정규직입법, 이라크 파병, 한미 FTA 등의 사안들에서 현 정부와 입장을 같이했던 것은 오히려 보수 단체들이란 사실만 보더라도 유석춘식의 규정과 비방논거는 전혀 타당성이 없다.

최근에는 국민의 정부 시절 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을 거친 뒤 한나라당 지구당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보수로 커밍아웃한 운동권’임을 자처하는 한 인사가 유석춘 보고서를 토대로 시민운동을 비방하는 책을 출간했다. 그리고 사실의 근거도, 이론적 근거도 취약한 팸플릿 수준의 이 책을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은 다시 시민운동 비방의 자료로 활용하는 치고 받기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보수대동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보수 지식인, 언론, 단체들이 총동원 되어 현 정부와 시민운동을 의도적으로 연결시키고 이념적, 도덕적 비방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이처럼 집요하고 의식적인 보수의 시민운동 때리기의 목적은 앞서 보수 단체들의 정치행보에서 나타나듯 명확하다. 이는 ‘권력탈환’의 경로에 행여 조그마한 차질이라도 빚을까 우려하는 위기의식에서 나오는 예방적 공세이며, 정치투쟁이다. 과거 방어적이고 권력기제에 의존해 이루어지던 보수의 정치투쟁이 ‘잃어버린10년’, ‘무능한 진보’와 같은 공격적 담론을 앞세우고 시민사회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도 권력탈환의 절박함과 위기의식이 가져온 전략과 방법론의 수정이라고 볼 수 있다. 

권력탈환 위한 보수의 대결집과 시민운동 공격 

그렇다면 한국사회에서 길게는 10년 짧게는 지난 5년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보수의 결집과 세력화는 지속성을 갖는 사회적 세력화로 갈 것인가? 필자는 이에 관해 매우 회의적이다. 수구와 극우, 부패가 잡탕처럼 섞여 있는 태생과 체질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한계이며 사회 세력으로서 신뢰를 획득할 수 없는 결정적 결함이다. 이 때문에 뉴라이트의 등장을 깨끗하고 합리적인 보수의 사회적 세력화로 보는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뉴라이트를 표방한 보수단체들도 잡탕 보수와 올드 레프트를 넘어서는 차별성과 쇄신역량은 보이지 못했다. 또한 안티 이외에는 보여주거나 만들어낸 것이 없는 빈약한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최근 보이는 정치적 조급증과 편향은 사회세력으로 성장할 싹을 스스로 잘라내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네오콘은 수십 년 기획과 집요한 이념적, 정책적 캠페인을 통해 공화당과 워싱턴 그리고 미국사회의 주류 세력으로 부상했다. 이에 비할 때 한나라당 뒤를 따라다니다 운명을 같이할 집단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를 한국의 뉴라이트는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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