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7월 2008-06-30   558

기획_내 촛불의 의미: 촛불, 20대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다

촛불, 20대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다

 

백승덕 대학생 pdsd100@hotmail.com

 

몇 주 전, 천주교열사추모미사에 참가했다. 가톨릭학생회도 연대단체로 참가하는 자리이기에 적잖은 대학생들도 자리를 함께 했고 뒤풀이도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 2차를 어디로 갈까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 즈음에 후배 몇몇이 시청으로 가겠다고 했다.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었던 ‘20대 운동권’의 상과는 거리가 있던 친구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에 나도 술자리를 포기하고 시청으로 끌려 나갔다. 그렇게 나간 거리에서, 나는 그곳에서 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후배들을 만났다.

거리에서 만난 후배들을 보며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간 스스로를 자조적으로 ‘운동권’이라 이야기했지만, 어쩌면 그러면서 더 스스로 고립되어만 갔던 것은 아닌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피맛골 술집 어디선가 운동을 했거나, 운동을 하고 있다는 ‘운동권’들이 촛불 소녀들을 찬양하며 20대 보수화를 한탄하고 있는 시간에, 적잖은 ‘보수화된 20대’들은 각자의 촛불을 들고 거리를 지키고 있었다. 거리에서 만난 후배들은 물대포나 바리케이트가 된 전경차같이 자기가 직접 겪은 국가의 폭력에 분노하고 답답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폭력들 앞에 놓인 우리를 지켜줄 것은 정부도 아니고 윗세대도 아닌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라는 것을 느끼는 듯했다.

다만 이들은 시위가 끝나면 다들 처음에 혼자 왔듯 각기 집으로 흩어지고 있었다. 시위의 경험들, 시위를 통해 느낀 바, 우리가 요구할 목소리의 방향 등을 논의할 자리가 마땅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단지 학업이 바빠서 동아리 같은 자치활동에 소홀한 것이 아니다. 이들은 애초부터 대부분의 대학 동아리들이 취미나 즐기는 곳이 되어 정치적인 이야기는 할 만한 곳이 못 되거나 아니면 정해진 정치노선-단체의 것이든 몇몇 선배의 것이든-으로 깔때기식 토론만 있어서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못 된다고 여기는 듯하다. 시위라는 급진적인 경험을 했는데도 일상에서 논의할 자리가 마땅치 않다면 월드컵처럼 한 번의 추억 정도로 흘러갈까 우려가 되었다.

그러나 역시나 이런 우려도 꼰대스러운 것일까? 내가 이런 우려나 하고 있을 때, 거리에서 만난 후배들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자 하는 이들과 자발적으로 모여 모임을 하고자 움직이고 있다. 몇몇은 앞으로 시위에 나갈 때는 같이 가자며 연락을 돌리기도 하고,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하고 있다. 앉아서 “운동이라는 건…”이라고 헛기침이나 하는 선배에게 “내 경험에는 그렇지 않던데요”라며 자기 판단도 거침없이 제시한다. 이런 움직임은 단지 가톨릭학생회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닌 듯하다. 보수화되어 포기해야 한다던 20대가 꿈틀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요즘 촛불의 규모가 잠시 줄기는 했다. 그래서 나는 역시나 꼰대스러움을 폴폴 풍기며 ‘이러다 사그라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만 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또 훈계나 하듯 한 후배는 “시험 끝나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시청에 갑시다”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처음에는 홀로 ‘첫 번째’ 촛불시위에 참여했지만, 잠시 숨을 고르는 기간을 보내고 나면 자기 ‘무리’들과 함께 더욱 업그레이드해서 등장할 나의 또래들을 상상해본다. 장마 기간 동안 이명박 정부야 잠시 숨을 돌리겠지만, 이 기간 여기저기서 수군덕대고 있는 내 후배들을 보면 이번 여름은 꽤나 뜨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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