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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04월
  • 200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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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지구촌 평화 기상도는

‘여전히 먹구름’


글·사진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 kimsphoto@hanmail.net


인류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할 만큼 지금껏 수천 년 동안 전쟁의 회오리 속에서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살아남은 이들도 환경파괴를 비롯한 전쟁의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큰 고통을 겪어야 했다. 21세기 지구촌도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디에선가 유혈충돌로 사람들이 죽고 다쳤다는 뉴스를 듣는데 우리는 어느덧 익숙해졌다. 평화를 갈구하는 많은 이들은 인류가 전쟁의 공포와 고통에서 해방될 날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만, 현실을 살펴보면 그 소망이 이뤄질 날은 아득하기만 하다.

날마다 유혈투쟁의 참혹상을 전해 들으면서 우리는 “과연 무슨 까닭으로  전쟁이 터지는가? 굳이 피를 흘려야 할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이와 더불어, 전쟁으로 이득을 보려는 ‘어둠의 세력’ 때문에 전쟁이 그치지 않는 게 아니냐는 분노를 품게 마련이다. 매장량 세계 3위인 이라크 석유를 노리고 ‘더러운 전쟁’을 벌인 미국과 영국이 좋은  본보기다.

끊이지 않는 큰 전쟁과 ‘소리 없는 내전’

2007년은 역사의 무대 뒤로 밀려나고, 무자(戊子)년 새해를 맞았다. 2008년의 지구촌은 평화로울까? 아니면 각종 유혈사태로 어수선한 한 해가 될까?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평화보다는 유혈 쪽이다. 인도-파키스탄의 해묵은 분쟁지역인 카슈미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서 보듯, 일단 한 지역에서 정치적 긴장에 따른 유혈사태가 일어나면 금세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라크와 수단은 지금껏 4년 동안 전쟁의 불길에 휩싸여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온 지역으로 꼽힌다.

2008년 지구촌 분쟁상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료가 하나 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국제분쟁연구소(HIIK)는 지구촌에서 일어나는 여러 종류의 분쟁(국제분쟁, 내전, 정치적 유혈충돌)을 꼼꼼히 조사해서 해마다 12월이 오면 그에 관한 보고서를 내왔다. 지난 연말 나온 HIIK 보고서를 보면, 2007년 한 해 무려 328건의 정치적 충돌이 발생했다. 어림잡아 하루 한 건 꼴로 정치적 폭력 상황이 새로 일어난 셈이다.

HIIK 보고서가 집계한 유혈충돌의 대부분은 저강도(low-intensity)로 그쳤지만, 그래도 31건(6건의 전쟁과 25건의 심각한 유혈충돌)의 분쟁에서 많은 사상자를 냈다. 6건의 전쟁이란 수단(다르푸르 지역), 소말리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 국경에 가까운 와리지스탄 지역)에서 벌어진 무력충돌을 가리킨다. 미국의 침공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라크를 빼면 5개 지역의 분쟁은 모두 내전의 성격을 지녔다.

HIIK 2007년 보고서에서 그나마 다행스럽게 여겨지는 부분은 2006년에 비해 심각한 유혈충돌 건수가 조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2006년엔 6건의 전쟁(수단 다르푸르 지역, 소말리아, 스리랑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이스라엘-레바논 헤즈볼라 전쟁)과 30건의 심각한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2006년에 견주어 볼 때 2007년에는 전쟁 건수는 같지만 유혈투쟁 건수가 5건 줄어들었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혈투쟁 건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리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온갖 폭력과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 그런 통계 숫자의 변화가 위안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2008년에도 계속될 ‘소리 없는 내전’을 빼놓을 수 없다. 이라크나 중동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벌어지는 유혈투쟁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우리에게 익숙해있다면, 현재 지구촌에는 국제적인 언론보도에서 소외된 내전들도 많다. 이른바 ‘소리 없는 내전’들이다. ‘소리’야 있고 민초들의 고통도 크지만, 지역적으로 세계 언론의 접근이 쉽지 않는 탓에 국제사회에 크게 부각되지 못하는 내전들이다. 네팔, 알제리, 콜롬비아, 그리고 중앙아프리카 지역의 콩고, 우간다, 부룬디 등지에서 벌어지는 내전들이 그러하다.

두려움에 떠는 인류의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중동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레바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인도-파키스탄), 수단 다르푸르, 동남아시아의 필리핀, 남아시아의 섬나라 스리랑카, 남미의 콜롬비아 등 지구촌의 만성적인 분쟁지역들에서는 2008년에도 많은 희생이 계속될 것이 틀림없다. 지금 8만2,000 명의 유엔평화유지군(군인, 경찰)이 레바논을 비롯해 전 세계 17개 분쟁지역에서 활동 중이지만, 모든 분쟁지역에 유엔평화유지군이 파병된 것도 아니다. 중동의 만성적인 분쟁지역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은 유엔평화유지군과는 인연이 없다. 그런 답답한 상황은 2008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전쟁의 불안에 떨기는 유일 초강국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사일방어망(MD)과 소형핵무기 개발을 비롯해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 가까운 군사비를 써가며 ‘미국 요새’(American fortress)를 구축하고 있는 미국이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진 반미감정이 문제다. 미국인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제2의 9·11과 같은 대형테러 불안에 떨며 미국요새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21세기를 맞아 우리 인류는 ‘밀레니엄 축제’를 벌이면서 지구촌에 평화가 뿌리내리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희망이 아직은 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이라크를 비롯한 지구촌 곳곳은 전쟁과 폭력에서 비롯된 죽음, 굶주림, 두려움, 눈물과 한숨이 뒤섞여 음울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2008년 지구촌 평화 기상도는 ‘여전히 먹구름’이라 말할 수밖에 없다. 1946년 창설된 유네스코 헌장의 전문에는 “전쟁은 인간의 마음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속이다”라고 씌어 있다. 21세기 문턱을 넘어선지 벌써 8년. 지구촌은 분쟁과 폭력으로 늘 어수선하다. 2008년 새해, 지구촌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평화의 비둘기가 날아들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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