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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05월
  • 2008.04.02
  • 166

 

강대국 중국에 빼앗긴 60년

티베트 자치의 불씨는 꺼져만 가고


글·사진 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kimsphoto@hanmail.net

21세기 들어 ‘개방’이라는 깃발을 내건 이른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물결은 국가끼리의 경계선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덩달아 민족 개념도 희미해져가는 모습이다. 어떤 대기업이 순수한 민족자본으로 꾸려가는 기업이냐, 아니면 외국 투자가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매판자본이냐를 따지기도 어렵게 됐다. ‘민족주의자’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한 모습의 국수주의자를 떠올리는 사람들조차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민족이란 개념은 21세기 국제분쟁과 내전의 배경을 헤아리는 유효한 잣대의 하나다. 지구촌을 피로 물들이는 각종 유혈투쟁의 배경에는 민족끼리의 갈등과 충돌이 깔려 있다. ‘20세기 세계의 화약고’라 불려온 발칸반도와 ‘21세기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른 중동지역 그리고 중국 티베트를 떠올려보면 그런 사실이 분명해진다.

 

소수민족 통치, 자원 확보 위해 티베트 강경 억압

중국 티베트에서 지난 3월 중순부터 유혈사태가 벌어져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티베트는 중국에 점령당한 이래로 크게는 독립, 작게는 자치권 확보를 위한 싸움을 벌여왔다. 티베트가 오랜 분쟁지역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인민해방군 4만여 명이 국경선을 넘어 티베트를 침공한 때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0월. 중국은 ‘티베트의 중국화’를 겨냥, 많은 티베트 불교 사원들을 파괴하거나 폐쇄했다. 티베트의 정신적 기둥인 달라이 라마(1989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연설문과 녹음테이프는 물론, 사진을 갖고 있는 것조차 법으로 금지됐다.

그동안 티베트 사람들의 저항은 줄기차게 이뤄졌다. 달라이 라마가 인도로 몰래 망명한 1959년과 그 30주년을 맞아 벌어졌던 1989년의 봉기가 대표적인 보기다. 그때마다 중국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시위 군중을 향해 총을 쏘는 등 강경대응에 나서곤 했다. 국제사회의 따가운 눈총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강경한 입장을 누그러뜨리지 않았다. 걸핏하면 “체제전복을 꾀했다”는 혐의를 씌워 티베트 지도자들의 집을 압수수색하곤 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한족(漢族)의 국가’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만큼 한족은 중국의 지배민족이다. 그런데도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서로 다른 문화적 전통을 지닌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국가다. 13억 2,000만(2007년 6월 현재) 인구 가운데 한족이 92%를 차지한다. 나머지 8%가 55개의 ‘소수민족’이다. 말이 소수민족이지, 숫자를 다 합치면 1억 명이 넘고 중국영토의 62%를 이들 소수민족이 차지하고 있다. 그 가운데는 조선족이 193만 명(2005년 11월 현재), 티베트족(짱족)이 46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을 차별하고 억압하기보다는 민족융합정책을 펴면서, 소수민족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선전해왔다. 현실을 돌아보면 소수민족 차별에 따른 불만은 티베트 유혈사태 같은 일들을 언제 터뜨릴지 모른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아니라 자치권 확보를 요구해왔다. 강대국인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차선책으로 자치권 확보를 통해 티베트의 문화적 전통과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희망에서였다. 그러나 중국으로선 티베트를 느슨하게 풀어줄 수가 없다. 티베트 사람들의 자치권 요구를 들어줄 경우 중국의 다른 소수민족들도 마찬가지 요구를 해옴으로써 통치권에 위협이 될 게 뻔하다. 석탄, 석유, 농산물을 비롯, 중국경제 발전에 바탕이 될 주요 자원들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배권이 약화되는 것도 베이징은 바라지 않는다. 인권탄압이란 비난을 무릅쓰고 중국정부가 강경책을 펴는 것도 그런 사정에서다.

 

인권보다 실리 노리는 국제사회의 눈치 보기

중국은 해마다 두 자리 숫자의 경제발전을 이룩해왔다. 군사적으로도 강국이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세계지배 패권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잠재적인 적국’으로 꼽는다. 중국에서 유혈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난하는 것도 중국을 우방국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미국은 해마다 ‘국가별 인권실태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상황을 비난해왔다. 미 국무부는 올해 3월 초에 펴낸 ‘2007년 보고서’에서 중국의 인권실태를 지난해에 비해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는 올여름에 열릴 베이징 올림픽에 맞춘 중국정부의 노력과 외교적 선전에서 비롯된 결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 보고서는 “중국의 전반적 인권 기록은 열악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자 중국은 ‘2007년 미국의 인권기록’이란 문건으로 맞대응했다. 미국 정부가 흑인, 히스패닉, 동양계 등 미국내 소수종족에 대해 차별정책을 펴며, 이라크를 비롯해 다른 약소국들을 침범함으로써 인도주의적 재앙을 불러왔다는 내용이다. 이런 식으로 중국이 맞대응을 해온지는 벌써 9년째다. 여기에 최근 티베트 유혈사태가 미국으로선 중국을 비난하는 호재로 떠오른 상황이다.

두 나라가 서로의 인권문제를 꼬집으면서 가시 돋친 설전을 펴지만 두 나라 다 떳떳하지는 못하다. 평화를 사랑하는 지구촌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인권탄압에 관한 한 중국과 미국 모두 비난 받아 마땅하다. 인권이 한 국가의 대외정책에 들러리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티베트 사태는 새삼 지구촌 인권문제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중국의 인권문제를 교역협상 등에서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은근히 이용하려들 뿐 더 이상의 개입은 중국의 눈치를 보며 삼가는 분위기다.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략 때 겨우 15살이었던 달라이 라마(1935년생)는 이제 70대 중반의 노인이 됐다. 달라이 라마를 정신적 구심적으로 삼아 티베트 사람들은 지금껏 많은 희생을 치러왔지만, 자치권 확대(나아가 독립)를 향한 불길은 안타깝게도 금세라도 꺼질듯 가냘프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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