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8년 07월 2008-06-30   494

기획_한 판 축제의 장에서 노래한 ‘민주주의’

한 판 축제의 장에서 노래한 ‘민주주의’

홍의표 서울수송초등학교 교사, 참여연대 회원 노래모임 참좋다 회원 koky74@hanmail.net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불거지고난 후 달라진 교실 풍경.

점심시간. 오늘도 아이들은 급식을 받으며 꼭 한마디 묻는다.

“선생님, 이거 쇠고기예요?”

미국산인지 굳이 묻지도 않는다. 매일 점심때마다 국이건, 볶음이건, 비빔밥이건 급식으로 나오는 반찬에는 어김없이 고기가 숨어 있고 아이들은 늘 그렇듯 오늘도 나에게 오늘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떤 고기인지 어김없이 물어본다. 그 순간 나는 졸지에 고기감별사(?)가 된다.

아이들의 말 속에는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마음과 제 입에 들어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는 구별할 만큼 이미 커버린 우리 아이들의 걱정이 함께 묻어 있다. 세상이 어쩌다 제 입에 들어가는 것조차 이렇듯 걱정하도록 되었는지…….

5월 초부터 꾸준히 밝혀온 촛불의 행렬에 동참하기 시작한 건 5월도 중순이 한참 지나고나서였다. 이번 촛불집회는 이미 많은 사람이 얘기했듯 여태껏 보지 못하던 감동과 흥분 그 자체였다. 거리를 가득 매운 촛불의 물결은 감동 그 자체였고 그 촛불들 사이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코끝이 찡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행진이 끝나고 광화문 네거리에서 벌어지는 시민들의 마당은 민주주의를 한 판 축제로 만든 흥겨운 자리였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자기 목소리로 자신의 얘기를 하고, 스스로 평화롭고 흥겨운 축제의 자리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민주주주가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자리였다. 아마 누구라도 촛불의 의지에 힘을 보태고자 하는 시민이었다면 그 자리가 그 어느 누구를 위한 자리도 아닌 자신을 위한, 자신이 만들어가는 자리라고 느꼈을 것이다. 기타 하나 매고 노래하는 사람들, 시민들과 함께 멋진 난타 공연을 하는 사람들, 그도 아니면 촛불 하나 사이에 두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쇠고기 얘기부터 그저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는 모습은 이제 거리의 문화가 일부 사람들이 주도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 되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모여 무엇인가를 주장하는 자리에 참여연대 노래모임인 우리 ‘참좋다’는 무대의 규모와 상관없이, 마이크 시설의 좋고 나쁨을 따지지 않고 항상 시민들과 함께 했었다. 2004년 탄핵 폭풍 속에서도 10만 촛불과 함께 노래했고, 평택 미군기지 확장반대 투쟁에도 함께 했었다. 하지만 2008년 쇠고기 반대를 외치는 거리의 현장은 이전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무대는 앞서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앉아서 일방적으로 듣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참여한 시민들 스스로가 자기 뜻을 밝혀나가는 자유발언의 장이었다. ‘참좋다’에게도 무대에서 노래할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노래를 통해 지금까지 세상과 소통해온 우리에게 무대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무대가 없는 거리에서 오히려 시민들과 거리감 없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참좋다’를 알건 모르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함께 노래했다는 그 자체가 더 의미를 가지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참좋다’는 비로소 우리가 노래할 자리를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보이는 공연’이 아닌 ‘함께 하는 노래’. 무대 위에서 무대 아래를 향해 부르는 노래가 아닌 사람들 속에서 어깨 겯고 부르는 노래. 그런 노래가 ‘참좋다’가 지금껏 부르고 싶었던 노래였던 게 아닌가 싶다. 시대는 변한다. 사람들도 변한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시대와 사람을 관통하여 흐르는 참여와 소통에 대한 갈망인 것 같다.

‘참좋다’는 2008년을 지나며 새로운 소통의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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