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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년 12월
  • 2008.12.04
  • 911
 


오바마, 중동과 한반도 평화정책에 기여할까

글·사진김재명
<프레시안> 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겸임교수 kimsphoto@hanmail.net


미국은 세계 역사에서 우리 인류가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강대국이다. 엄청난 생산력과 자본, 전세계 국방예산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는 군사력을 바탕으로 세계를 압도하는 나라다. 1990년대 초 옛소련이 작은 공화국들로 나뉘어지고 동서냉전체제가 사라진 뒤 미국은 유일초강국으로 떠올랐다. 지구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많든 적든 미국의 영향을 받고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에 어떤 성향의 사람이 당선되느냐에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미국은 새로운 정권을 맞이했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일방주의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전쟁에 대한 국제법(침략당하거나,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통해서만 전쟁할 권리를 가진다는 법)을 무시하고 이라크를 쳐들어간 것이 좋은 보기다. 비판자들은 이를 강대국 미국의 ‘패권전략’이라고 지적했고,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 중동취재 갈 때마다 그곳에서 들은 얘기는 “아메리카 노굿(America, no good!)”이었다. 한마디로 부시의 대외정책은 산뜻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오바마 당선자의 민주당 정권은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를 되살릴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오바마와 부시의 닮은 점, 다른 점

여기서 우리가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그런 기대는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고, 지나친 기대를 품게 되면 실망도 클 것이란 점이다. 대외정책에서 오바마가 부시와 차이를 보이더라도, 미국의 국가이익과 전세계적인 리더십(패권)을 지키려 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오바마의 대외정책에서 첫번째 목표는 미국의 국가이익을 지키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를 지켜나가는 데 모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미국 대외정책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석유를 비롯해 미국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전세계에 걸쳐 미국이 지닌 패권 및 달러의 힘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때에 따라 무리수와 강공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부시처럼 힘으로 밀어붙이기식 일방주의를 삼가고,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다자주의 쪽으로 조금 방향을 바꾸려드는 것뿐이다.

오바마에 큰 기대를 걸었다가 실망하게 될 사람들을 위해, 미리 그가 지닌 한계를 알아보자. 먼저 중동정책. 후보 시절 오바마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더불어 반미노선을 걸어온 이란에 대해서는 강경책을 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미국 내 600만 유대인 집단의 표를 의식한 점도 있겠지만, 부시행정부의 정책과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최대원조 수혜국이다. 해마다 30억 달러 규모의 원조를 받는 데에 미국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찬성표를 던진다. 친이스라엘 일방주의 성향을 보이는 데는 오바마 후보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 “이스라엘은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이다.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것은 미국을 위협하는 것이다. 이것이 내 중동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스라엘이 미국산 무기를 사용하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이고 억누르는 데 대해선 단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너무해!”라는 말 대신 오바마가 팔레스타인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스라엘의 존재를 위협하는 하마스”라는 말뿐이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저항조직으로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팔레스타인 민중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지만, 오바마의 눈에는 한갓 ‘팔레스타인 테러단체’일 뿐이다. 오바마 당선자가 이스라엘 친일방주의를 버리지 않는 한 이슬람 민중들의 반미감정은 누그러지기 어렵고 ‘폭탄테러’를 비롯한 저항은 그치기 어렵다.

북미수교와 평화협정이 가능할까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어떠할까. 부시대통령은 집권 전반기인 2002년부터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으로 못 박고 그 뒤 내내 긴장국면을 이어갔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을 2003년 아예 무력으로 뒤엎기도 했다. 이라크와 북한의 차이는 뭘까. 이라크는 석유가 많은 반미국가여서 침공비용(투입)보다 이익(산출)이 훨씬 큰 데 비해 북한엔 미국이 애타게 바라는 석유는 없고, 미국 본토를 위협할 만한 장거리미사일과 6개쯤의 핵무기를 지녔다. 게다가 중국, 한국 등 북한 주변국가들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반대한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전쟁보다는 외교와 협상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미국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 때는 매들린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비롯한 고위급의 방북이 잇달았고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지만) 북미 정상회담을 진지하게 검토했었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북한 지도부와 얼굴 맞댈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았었다. 미 강경파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그 핵무기를 끌어안고 굶어죽으라지!” 하며 빈정거렸다.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것은 부시 2기 행정부 후반부 들어와서였다. 안타깝게도 북한핵을 막기엔 너무 늦었고, 따라서 그동안 귀한 시간을 허비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오바마 당선자는 어느 반미 지도자와도 만나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행스런 점이다. “대화는 카스트로하고도, 이란하고도 할 수 있다, 대화 자체를 포기한 것은 진정한 국익 증진이 아니다”라고 여러 번 얘기했다. 같은 맥락에서 “집권 1년 안에 (북핵문제를 말끔히 풀기 위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왜 북한이 핵을 가졌는가, 부시 행정부가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결국 북한이 핵을 갖게 됐다”고도 말했다. 한마디로 오바마의 한반도 정책은 열린 모습이다. 그러나 핵폐기를 둘러싼 북미 사이의 대화가 삐꺽거릴 경우 긴장국면이 위기를 낳고, 북미 양쪽 모두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한국 이명박 정부의 답답하리만큼 완고한 대북 강경정책도 갈등의 한 불씨다. 북한은 미국과 대사를 주고받는 정식 외교관계와 평화협정을 오래 전부터 바래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의 이런 꿈이 이뤄질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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