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7년 01월 2007-01-01   715

2007년 텔레비전에 거는 기대

연초 각 방송사는 자사가 그 해 펼칠 연중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지난해의 경우 KBS는 ‘아시아의 창’을, MBC는 ‘여성의 힘, 희망한국’을, SBS는 ‘함께 가요 행복 코리아’를, EBS는 ‘미래를 여는 지식채널’을 모토로 내세웠다. 이와 같은 연중 캠페인의 모토는 한편으로 방송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공적 책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오늘날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점과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KBS의 ‘아시아의 창’에서는 한류의 급성장이라는 문화적·경제적 배경을 읽어낼 수 있었고, MBC의 ‘여성의 힘, 희망 한국’에서는 우리 사회가 경제적 계급 분할 뿐만 아니라 젠더라는 문화적 정체성의 문제까지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SBS의 ‘함께 가요 행복 코리아’ 속에는 더불어 살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이 역설적으로 놓여 있었으며, EBS의 ‘미래를 여는 지식 채널’을 통해서는 전통적 제조업의 쇠퇴와 지식 산업의 부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연중 캠페인이 작년 한 해 동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의 일상 속에서 그간 텔레비전이 차지하였던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한다면 최근의 연중 캠페인은 오히려 주춤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한해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중 캠페인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방송 환경에서 이와 같은 공적인 연중 캠페인을 펼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기 때문이다. 케이블 TV의 급성장 속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여전히 연중 캠페인을 통해 방송의 사회적·공적 책임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더욱이 방통 융합의 산업적 흐름 속에서 방송이 사회적·공적 책임을 견지한다고 스스로 말하는 행위는 방송을 공적 영역으로 규정하며 시장 논리로부터 벗어나게 하려는 진보진영에게 전략적 제휴와 운동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방송통신 융합을 기회로 새롭게 방송 영역으로 들어오려는 신규 진입자에게도 지상파 방송의 연중 캠페인은 방송이 상품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2007년에도 이러한 방송사의 사회적·공적 서비스가 계속 될 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의 여지가 남는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큰 틀에서는 각 방송사들의 연중 캠페인을 긍정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연중 캠페인은 펼쳐질 것이다. 하지만 걱정되는 것은 각 방송사들의 의지이다. 작년 몇몇 방송사들의 연중 캠페인 속에는 은근슬쩍 산업적 논리가 개입되어 있었다. KBS는 ‘아시아의 창’을 자임하며 한류 산업의 중심이 되고자 욕망했고, EBS 역시 지식 산업으로의 이동 속에서 자신이 중심이 되고자 했던 것 같다. SBS는 분배의 정의를 말했지만 캠페인이 상반기에만 집중적으로 배치됨으로써 그 진실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그나마 MBC만이 지속적으로 연중 캠페인을 펼쳤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묵은해의 각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중 캠페인은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선언적 의미에 있어서는 큰 점수를 주지만 실질적 내용에 있어서는 낮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래서 2007년 각 지상파 방송사들의 연중 캠페인에 거는 기대는 더욱 크다. 각 방송사의 연중 캠페인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성일 님은 이번호를 마지막으로 발언대의 연재를 중단하게 되셨습니다. 그동안의 소중한 글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홍성일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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