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5월 2006-05-01   993

‘잔소리’해방의 날을 원한다.

흔히 스트레스는 어른에게만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어린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제어 능력이 있는 어른들은 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까?

서울 성동구의 어린이도서관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를 찾아 어린이들이 이야기 하는 ‘스트레스’에 대해 들어보았다.

교사-너희들은 ‘스트레스’라는 말을 아니?

아이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동시에 큰 소리로 답한다. “네.”

어린이-엄마가 앞 뒤 상황 모르고 무조건 화낼때요.

어린이-나는, 동생이 없으면 진짜 스트레스 안받을꺼야. 동생이 없는 친구를 가리키며)네가 동생이 있다면 우리가 받는 차별과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어린이-학원 많이 가는거. 학교 끝나자마자 피아노 갔다가 태권도장 갔다가 집에 와서 숙제하면 자는 거예요.

시간을 많이 뺏긴다며 툴툴대는 아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아이가 “별로 안다니네”, 다른 아이가 맞장구 친다. “맞어”.

어린이-그래도 나보단 낫다. 난 집에서 공부한다. 엄마 잔소리 들으면서. 구박당하면서 공부하는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문제집 풀고 있는데, “야, 너 한자부터 해”. 그래서 한자 외우고 있는데 “야, 문제집 풀어.” 그러는데…….

어린이-선생님이 다른 친구들 앞에서 막 혼내고 때리실 때, 그때 진짜 짜증나요. 다 때리고 나서 “미안하다” 그러는 거.

어린이-자폐아인 친구가 있는데, 얘가 잘못했다고 선생님이 막 때렸더니 얘가 선생님한테 욕을 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이 또 화가나서 때리면서 “어디 두고 보자”라고 말하는 거예요.

교사-그럼,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떻게 푸니?

어린이-너무 화날 때는 벽에다 제가 싫어하는 사람 그려 놓고 막 때려요.

어린이-책장에 있는 책을 다 빼 버리고, 공부했던 거 어지러 놓고 문 잠그고 자요. 아침에 학교 안 가려고 귀에다 무거운 걸 놓고요. 그럼 안들리거든요.

어린이-엄마도 매일 학교 가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야 해.

여기저기서 아이들의 탄식이 흘러나온다. “아~잔소리 해방의 날을 갖고 싶다.”

교사-그러면 잔소리 해방의 날처럼 잔소리 없는 그날 하루를 상상해서 이야기해보자.

어린이-정말 꿈같을 거예요.

어린이-1시에 일어나서 컴퓨터 할거예요. 그리고 용돈 올려달라고 해서 PC방 가서 게임할거예요.

어린이-그런데 잔소리 없는 날 지나면 “너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썼어! 어제 하루 얼마 썼는지 알아?” 그럴거야.

아이들은 엄마가 하는 모든 말이, ‘안돼’라는 말이 들어가거나 아이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는 모든 말이 잔소리라고 생각되나 보다.

어린이-전부 그런 건 아니 예요. 충고로 들을 때도 있어요.

교사-아무리 좋은 어른도 아이들과 마음이 꼭 같을 수는 없지. 그렇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해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모습이 있을텐데, 이야기해볼까?

어린이-엄마가 막 때리면서 그게 다 너를 위해서라고 말하는 거. 진짜 이해안돼요. 차라리 공부 시키려면 다독여 주면서 “이게 다 너를 위해서야”라고 하는 게 훨씬 낫지.

어린이-엄마가 먼저 어디 가자고 했으면서, 가자고 하면 “오늘 꼭 가야겠니?”라고 하는 거. 그러다 안가고…….

어린이-저는 컴퓨터를 토, 일요일 두 시간밖에 안하거든요, 제 할일 다 끝내면 9시가 되요. 그러면 한 시간 정도 할 수 있잖아요. “엄마, 나 컴퓨터 해도 돼?”그러면 “안돼. 자기나 해” 아니면 “컴퓨터 할 시간 있으면 공부나 해” 그래요.

어린이-솔직히 엄마 아빠들이 썰렁한 이야기 하면서 “웃기지?” 그럴 때 정말 짜증나요. 우리가 그냥 순진하게 속는 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린이-맞아. 어른들은 우리를 어린아이라고 생각해.

교사-세상을 살다 보면 힘든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데, 어린이를 위해서 이런 법이 생겼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말해볼까?

어린이-잔소리 금지법.

어린이-저는 체벌 금지법. 미국에서는 아무리 위험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중학교 교사가 머리통 때리는 거 있자나요. 그런 거 다 금지 됐으면 좋겠어요.

어린이-우리가 비싼 것은 못 사잖아요. 그래서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이나 어린이가 사용하는 것은 싸게 만들도록 하는 법.

어린이-어린이 공부 강조 금지법.

어린이-‘노우(NO)’금지법.

어린이-체육을 했으면 좋겠어요. 체육을 안 해요. 선생님이 힘들다고.

어린이-어린이라고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른한테는 물건 더 보시라고 하면서 어린이한테는 살 꺼 아니면 만지지 말라고 해요.

교사-컴퓨터, 잔소리, 공부, 용돈, 동생과의 차별 문제 등, ‘내가 부모라면 우리 엄마 아빠가 나에게 했던 행동을 이렇게 해 볼꺼야’하는 게 어떤게 있을까?

어린이-화내면서 물건 던지지 않을거예요. 유머스럽게 말할수도 있잖아요.

어린이-동생이랑 싸울 때 보통 언니부터 혼내잖아요. 저라면요, 둘을 앉혀놓고 왜 싸웠는지부터 들어보고 누가 잘못했는지, 다음부터는 그러지 마라 그럴거예요.

어린이-웬만하면 잔소리 안 할거예요.

어린이-어떤 엄마 아빠들 보면 시험 성적 떨어졌다고 때리는 경우도 있자나요, 왜 틀렸는지 같이 해보고, 다음부터 틀리지 않게 열심히 하자 할거예요.

어린이-무얼 살때 가격과 값을 따져보고 그게 꼭 필요한지 의논해보고 살거예요. 아이와 함께 생각을 나누면서 사요.

짧은 시간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풀렸을까? 어른이 되었다는 이유로, 지금의 아이들의 생각과 입장이 많이 달라졌지만, 어린이들도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 반대로 어른들도 이전의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교사-부모님께 너희들의 이야기를 꼭 전해줄께.

깜짝놀란 아이들이 대답한다.“안돼요.”

■참가자-김소희(교사, 도서관 관장), 김단비(행당초, 4), 김동오(행당초, 5), 이영인(숭의초, 4), 임동화(행당초, 4), 김동오(행당초, 5), 장승순(무학초, 4), 장윤진(무학초, 5), 정수진(행당초, 5)

참여사회편집부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