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5월 2006-05-01   635

10대가 만들어가는 10대들 만의 세계, 아이두

우리나라에 10대가 만들고 운영하는 사이버 공간이 있을까? 인터넷 공간에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10대들은 ‘초딩’ ‘중딩’이라고 무시당하기 일쑤다. 그래서 10대가 만드는 10대 커뮤니티 아이두(idoo.net)는 10대만을 위한 포털 사이트를 표방하고 있다.

관리자 없이 운영되는 10대들의 포털 사이트

아이두는 포털 사이트지만 비상업적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모을 필요가 없고 광고를 고려하여 사이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실제로 아이두에는 상업광고가 하나도 없다. 아이템을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는 고민도 없다. 단지 10대가 들어와 즐겁게 놀 수 있을까, 10대들의 생각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만 고민하면 된다. 그래서 무한한 상상력이 무기다.

아이두는 1999년 12월 4명의 중3 학생들이 만들었다. 당시에도 이미 몇 개의 10대 대상 사이트가 있었지만 주제가 연애와 입시의 두 가지에 집중돼 있어, 10대들이 생활이나 학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중학생들 스스로 만든 것이 바로 아이두였다. 7년 뒤 회원 수가 10만 명이 넘고 하루 접속자가 20만 명이 넘는 사이트로 성장할 줄은 만든 사람들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회원 수에서부터 사이트의 영향력까지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바뀌지 않은 것은 10대들이 만들고 운영한다는 원칙이다.

아이두를 만들 때부터 참여했던 이준행 씨는 10대들이 원하는 사이트를 만들기 위해 이 원칙을 반드시 지킨다고 한다.

“20대가 되면 그때부터는 감이 오지 않아요. 예전에는 교환일기나 사진 게시판 등 제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되었는데, 그러나 이제 제가 원하는 것을 아이들이 원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교육 관련 담론의 생산기지

아이두는 블로그 등 자신의 공간이 있고 교환일기를 통해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또 광장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 공간을 통해 10대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10대의 여론이 만들어져 나간다. 10대들이 최초로 여론의 생산자가 된 것이다.

2000년 5월 10일 아이두에서 시작된 〈두발제한반대서명운동 ‘자르지 마!’〉캠페인은 아이두를 통해 한국 청소년의 힘이 표출된 첫 사건이었다. 두발규제에 항의하는 글이 늘어나고 이용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의견을 원활히 나누기 위해 별도의 사이트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약 16만 명의 청소년과 학부모, 교사들이 이 캠페인에 참가하면서, 마침내 교육부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두발자율화를 실시하라는 발표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외계어? 언어파괴 이제는 그만〉 캠페인이나 〈2002대통령선거 18세 선거권 인하〉 캠페인, 〈NEIS를 치워라-교육행정정보시스템 폐지〉 캠페인, 2005 〈두발제한 폐지〉 캠페인, 5·14 전국 동시다발 청소년 인권 거리축제〉등으로 이어져 10대 청소년들의 생활환경이나 인권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외계어? 언어파괴 이제는 그만〉 캠페인은 언어파괴로 인한 의사소통 불편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문제점들이 제기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 과정에서 몇몇 상업 사이트가 사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여 수익을 늘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언어파괴를 유도하고 있다는 뜻밖의 사실을 밝혀내는 수확도 올렸다.

〈NEIS를 치워라-교육행정정보시스템 폐지〉 캠페인은 청소년들이 정보누출의 현실을 체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의식이 더욱 컸다. NEIS 이전에도 많은 교사들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게 아니라 반장을 시켜 했기 때문에 반장들은 친구들의 신체정보부터 성적, 가족관계, 주민등록번호까지 알 수 있었다. 기존의 시스템도 철저히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보가 수집 통합된다는데 위기감을 느낀 아이들은 분석보고서를 만들었다. 거기다 교육청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사이트의 내용이 유출되었는데, 거기에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까지 담겨 있었던 사건까지 벌어졌다. 아이들이 만들었던 자료는 뒤에 전교조에서 자료집을 만들 때 활용되기도 하였다.

아이두의 영향력을 이용하려는 사람들

이제는 아이두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지니게 되다보니 그 힘을 이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생긴다. 어제 회원 가입하고 글 한 번 올린 적 없는 사람이 아이두 회원으로 성명서를 내거나 집회 때 아이두 로고가 담긴 깃발을 만들어 마치 자신이 아이두의 의견을 대표하는 척하는 있고 사람도 심지어 자신이 아이두 회원임을 내세움으로써 어느 정당의 위원으로 뽑힌 경우도 있다.

“부적절한 회원활동에 대해서는 제재조치는 없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관리합니다. 반응이 없는 글이나 광고성 글, 부적절한 글은 지워버리기도 하구요. 아이두는 관리자가 없이 운영되는 한국에서 유일한 사이트입니다. 관리를 투표로 하는데 시스템으로 일정이상의 삭제요청이 올라오면 그것을 배심원들이 심사하는 시스템입니다. 배심원은 운영진과는 다릅니다. 자신이 언제 배심원이 될지 알 수 없고 자격이 되면 어느 날 통보를 받고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권한이 넘어갑니다.”

아이두의 최대장점은 어른들의 간섭이 없다는 것이지만 어른들은 어떻게든 간섭하고 싶어 한다. 접속자 통계를 내어보니 1위가 부산광역시 교육청, 2위가 광주광역시 교육청, 3위가 서울특별시 교육청이었다. 교육청 직원들은 아이들인 척하고 글을 남기기도 한다. NEIS를 치워라 캠페인 때는 “삼성이 사업자면 믿을 수 있어요.” “NEIS가 그렇게 나쁜게 아니에요.” 같은 글들이 올라왔는데 확인해보면 교육청 IP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자기들의 손과 시각으로 자기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며 자기들의 세계를 가꾼 경험을 가진 아이들이 자라 이 사회의 주인이 되었을 때 세상은 분명 조금 더 다채로운 색깔을 띠게 될 것이다.

장정욱(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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