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06월 2006-06-01   551

"니들이 참여의 맛을 알아?"

겨울 어느 날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참여연대 회원 되지 않을래?” 마음 한 켠에 고여 있는 부채의식에 파문을 일으키는 제안이었다. 누군가는 나서서 우리 사회를 위해 애써주기를 바라면서도 정작 나 자신은 침묵하는 다수에 섞여 익명의 편안함과 무임승차의 이익을 누리고 싶었다. 이기적이지만 합리적 선택이라고 자부했지만 누군가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회원이 되었다. 시민단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세금을 내는 기분으로. 나름대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이었다. 그러던 차에 신입회원 한마당이 있다는 공지를 보게 되었다. 궁금했다. 참여연대는 어떤 곳일까? 물신이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사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가장 반시대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참여연대 사무실은 의외로 찾기 어려웠다. 안국역 1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일 줄 알았는데 간판이 안 보여서 당황했다. 무작정 길을 걷다가 경찰 아저씨에게 물어봤더니 모르겠다고 한다. 조금 떨어진 가판대 아저씨는 웃으시며 내 어깨 너머를 가리키셨다. 거기에 참여연대가 있었다. 참여연대는 내 바로 뒤에 그렇게 있었다. 길을 멈추고 고개만 들면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신선했다. 멀리 있어서 안 보였던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볼 줄 몰라 못 보았던 것이다. 문제는 세상을 보는 나의 시각에 있었다.

건물 2층에 들어서자 유리창 너머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빼곡히 들어선 책상들, 자료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시민 사회를 움직이는 심장 박동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좁은 계단을 내려가니 반갑게 맞아주는 분들이 계셨다. 모임은 단촐했다. 사람 수도 적었지만 진행에 있어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것만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특별히 우리를 위해 준비한 노래패 ‘참좋다’의 공연. 평범한 것이 아름다웠다. 이어진 뒤풀이 시간. 여러 회원들이 어울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십대의 학생부터 칠십대의 노신사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한국 사회를 걱정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꾼다는 동질감이 있었기에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시간은 빨리 흘렀다. ‘참여’의 의미를 몸으로 느끼고 ‘연대’의 가능성을 가슴으로 확인하는 만남이었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친다. 『아름다운 참여』 동료 사회교사들이 쓴 책이지만 이 책의 내용을 가르쳐본 적이 없다. 사회 교과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지만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 자신이 참여를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참여하는 시민들의 덕만 보며 ‘무임승차자’로 살아온 내가 참여를 가르치는 것은 게가 새끼들에게 똑바로 기어라고 가르치는 격이었다. 학생들은 금방 안다. 선생님이 책에 적힌 글을 그저 읽고 있는지, 아니면 스스로 믿는 바를 당당하게 말하고 있는지. 학생들에게 우리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참여를 마음에 와 닿게 가르치고 싶었다. 그러나 역부족이었다.

창백한 지식이 아니라 푸릇푸릇한 삶의 진실을 전하고 우리 사회의 희망을 말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사들의 꿈일 것이다.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양극화와 신자유주의가 우리 공동체에 드리운 그늘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된다. 자라는 청소년들이 희망보다 절망을 먼저 배우는 사회라면 정말로 그 사회는 절망적인 사회일 것이다. 그들에게 희망을 말해야 한다. 그런데 청소년들이 그 희망을 믿지 않는다면?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사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나 자신이 믿지 않는 희망은 아무리 입으로 말해도 그들은 믿으려 하지 않는다. 희망을 말하기 전에 나 스스로 희망을 확인하고 싶었다. 그리고 참여연대에서 희망을 보았다. 기뻤다. 참여연대를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아이들에게 참여를 잘 가르치고 희망을 말할 수 있는 교사가 되면 좋겠다. 참여가 좋으니 필요하다고 가르치기 전에 나 자신이 참여의 맛을 알아가고 싶다. 모를 일이다. 이담에 학생들에게 이런 농담도 던질 수 있을지. “니들이 참여의 맛을 알아?”

4월 신입회원명단 (총109명)

강세형 강현주 고은애 고은진 공영배 곽지영 권기석 권영기 김건표 김광헌 김금발미 김대호 김덕진 김민지 김선철 김선태 김성조 김수백 김수현 김승유 김양호 김우범 김우중 김윤권 김은숙 김정순 김정희 김준석 김현구 김형근 김희국 나동주 남궁정애 노장욱 문명호 문정아 박기화 박명숙 박민우 박상길 박선희 박성화 박수찬 박시구 박애자 박영주 박재민 박주현 박지회 박혜성 백상철 백용태 봉준호 서재욱 서정호 손용민 송동식 신성은 신지영 신현구 안미자 양길호 양신현 양재영 오선영 오세학 오진우 유동근 유상숙 유정숙 윤민철 윤병문 이경호 이명희 이병호 이상석 이영민 이원철 이재승 이정애 이중관 이진남 이찬주 이충래 이현숙 이호 이효직 임덕빈 임병수 정경호 정동수 정미원 정선욱 정신아 정종인 정혜신 조미현 조시현 조재운 최권규 최규훈 최상섭 최선규 최영균 최종서 표홍정

한국신용분석사회 함지웅 현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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