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08월 2005-08-01   821

9월 대법원장 교체를 주목하는 이유

대법원은 입법, 행정, 사법으로 나뉘어있는 대한민국 권력 3부의 한 곳이다. 대법원을 대표하는 자리가 대법원장이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은 거의 매일 텔레비전과 신문을 통해 만나다보니 국민은 대통령을 모르는 이 없고 국회의원 이름도 꽤 여럿 댈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잘 모른다.

대통령은 5년, 국회의원은 4년마다 선거로 선출된다. 대법원장은 선거로 뽑지는 않지만 6년마다 대통령이 지명하게 되어 있으며 대법관도 6년마다 바뀐다. 연임할 수 없는 대법원장과 달리 대법관은 연임이 가능하지만 6년만 하고 사퇴하는 게 관행으로 굳어져 있다. 대통령보다 임기가 1년 더 긴 대법원장의 교체 시기가 올 9월로 다가왔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퇴임하고 새 대법원장이 오게 된다. 13명의 대법관 중 3명도 임기 6년을 채우고 10월 초에 사직할 예정이다.

최종영 대법원장이 취임한 것은 1999년 9월이었다. 그동안 사법부에 대한 개혁 요구가 여러 차례 터져 나왔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같은 최고 사법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인식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무엇보다 대법관을 뽑는 방식에 대해 사법부 안팎의 비판과 개혁요구가 높아졌다. 4차 사법파동이라 불린 2003년의 대법관 인사파동은 그 대표적 사례다. 대법관 후보로 제청할만한 사람을 대법원장에게 자문하는 기구인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 위원들이 위원직을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자문위원회를 대법원장이 내정한 사람을 추인하는 형식적 기구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비슷한 때, 사법부 소장판사들의 사법 개혁 요구가 분출되었다. 1993년 3차 사법파동 이후 10년 만에 터져 나온 내부의 집단적 요구였다. 사법부 밖에서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대법관 시민추천위원회 구성과 바람직한 대법관 후보자 추천 등의 방식으로 감시 수준을 뛰어넘는 새로운 활동을 펼쳤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03년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처음으로 여성 법관을 지명한데 이어 작년에도 40대의 여성 법관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었다. 하지만 두 사건은 대법원장이 사회 여론과 소장판사들의 개혁 요구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한 것이었다. 뒤이은 헌법재판관 후보 지명과 대법관 후보 제청이 기존의 승진 발탁 인사관행으로 완벽히 복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법부 관행에 철저히 순응하여 승진을 거듭한 끝에 각급 법원장에 오르는 사람 중에서 또 다시 승진 개념에 따라 대법관에 지명하는 인사방식으론 더 이상 안 된다. 승진발탁을 통한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이 사회적 약자와 국민의 기본권 보호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관행과 전통에 충실한 판결을 반복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누구를 대법원장으로 지명할 지가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권은 물론 2,000여 명에 이르는 전체 법관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만큼 기존의 법관인사관행을 깰 수 있는 당사자이다. 지나치게 수직화해 있어 개별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정도에 이른 사법부 구조에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올 수 있는 힘을 가진 사람도 바로 대법원장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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