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5월 2004-05-01   1209

[회원마당]<역사로 풀어보는 사회이야기> 거품처럼 헛된 버블(bubble) 이야기

물에도 거품(bubble)이 일고 맥주에도 거품이 난다. 물거품은 빛이 산란(scattering)할 때 눈에 보이는 현상이고, 맥주거품은 맥주를 술잔에 따르는 순간의 압력 차이와 충격으로 맥주 안에 녹아있던 탄산가스가 유리되면서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이 거품이 경제에도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의 꿈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한다.

거품(bubble)이란 말이 경제에 쓰이게 된 것은 18세기 초부터다. 1711년 당시 대제국이던 영국에 ‘사우스 씨(South Sea)’라는 회사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는 노예를 필요로 하는 스페인령 식민지와 영국산 공업제품을 판매하는 무역독점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투자했다. 당시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런 호황기에는 별의별 회사들이 설립되었는데, ‘영국 전역의 단층주택을 2층으로 만드는 회사’나 ‘매우 수익성이 좋으나 내용은 밝힐 수 없는 회사’ 같은 곳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 1720년이 되자 주가가 갑작스레 하락해 순식간에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사람들은 이 사태를 ‘사우스 씨 버블(South Sea Bubble) 사건’이라고 불렀다.

후대의 경제학자들은 최초의 버블을 네덜란드의 튤립 광기(tulipmania)에서 찾아냈다. 모자이크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붉은색의 화려한 꽃을 피우는 튤립의 광기는 1636년 12월에서 1637년 1월 사이에 절정에 이르렀다. 15길더(길더:네덜란드 화페, 단위)였던 ‘아드미랄’이 175길더가 되고, 45길더였던 ‘비자르덴’이 550길더가 되었다. 1636년 당시 물가가 돼지 한 마리가 30길더, 황소 한 마리가 120길더, 배 한 척이 500길더였다고 하니 폭등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꽃값이 계속 오르자 대박을 꿈꾸던 사람들은 아직 땅속에 묻혀 있는 것까지 사고 팔았다. 실물은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는 이 현상(선물거래)에 대해 당시 사람들은 ‘바람장사(windhandel)’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1637년 2월, 튤립 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듯이 값이 올랐던 때보다 더 빨리 하락했다. 5천 길더를 호가했던 것이 50길더가 되었다. 대박을 꿈꾸며 ‘막차를 탔던’ 사람들은 결국 쪽박을 차고 만 것이다.

버블현상은 튤립 광기, ‘사우스 씨 버블(South Sea Bubble) 사건’ 외에도 프랑스의 미시시피 버블(1870년대), 영국의 철도 버블(1830∼40년대), 미국의 대공황(1920년대) 등 역사 속에서 수 없이 발생했다. 이러한 ‘거품(bubble)’ 발생은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에서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이 물거품 같듯이, 거품 없는 맥주가 맛이 없듯이 세계 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악인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거품은 일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냥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 세상살이의 이치가 아닐까?

박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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