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7월 2004-06-15   1985

[인터뷰]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 세 마리 토끼잡으러 의원회관 입성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의원회관에 새로운 그룹의 상주자들이 등장했다. 국회의원들의 파파라치를 자원하고 나선 이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기자. <울진21>,<옥천신문>,<뉴스서천>,<평택시민신문> 그리고 <인터넷신문 수원일보> 등 지역언론과 함께 해당 지역 9명의 국회의원들을 시작으로 한국 최초의 ‘국회의원 모니터 전문 매체’를 표방하고 나선 <여의도통신>(가칭) 소속 기자들이다.

이들은 일상적 국회의원 모니터와 정치보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한다. 그 취지에 맞게 취재와 보도시스템부터가 다르다. 의원회관은 이들의 출입처이자 사무실이고, 기사는 해당 지역의 언론사로 송고한다. 이들은 풀뿌리언론의 국회 특파원이다.

의원회관 출근 첫주를 마감하는 6월 11일, 정지환 <여의도통신>대표기자를 만났다. 별도의 사무실이 없어 비롯되는 고충부터 물었다.

“취재와 보도관행을 바꾸려면 이런 것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하지 않겠나. 회의공간? 의원회관 곳곳에 있는 테이블 이용하면 된다. 기사송고와 통신? 노트북과 디지털 카메라, 휴대폰으로도 충분하다. 세밀한 의사소통은 인터넷 통해 하면 된다. 그뿐인가. 식사하고 쉬는 것도 의원회관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웃음).”

17대 국회 개원과 함께 출범한 <여의도통신>은 첫 행사부터 기존 관행을 깼다. 출범기념 강연에 정치학자가 아닌 영화감독을 초청한 것.

“국회를 모니터 한다고 정치학자를 부르는 것도 타성이다. 대신 우리는 독립영화 감독을 만났다.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인 황철민 감독은 독일에서 10여 년 지내면서 녹색당 등 독일정치에 대해 세심하게 지켜봤다. 국회모니터의 기반은 인문학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한다. 충분한 상상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의 첫 일과는 풀뿌리언론사 방문으로 이어졌다. <인터넷신문 수원일보>,<평택시민신문>,<옥천신문> 등 회원사들을 방문하며 “초심을 잃지 말자”고 결의한 것. 그리고 바로 의원회관으로 출근한 <여의도통신> 기자들. 이들은 1층 로비에서 회의를 하고 각자 맡은 의원실의 세차게 두드렸다. 이들의 아침인사에 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처음에는 굉장히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주로 보좌진들과 만났는데, 아주 노골적인 반감과 경계심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데 <여의도통신>이란게 각 풀뿌리언론과 같이 움직이지 않나. 한마디로 지역신문의 국회특파원인데(웃음).

총선을 통해 풀뿌리언론을 접한 의원들은 <여의도통신>이 거부할 수 없는 존재라고 바로 깨달은 것 같다. 첫날은 잠깐 경계하다가 다음날부터는 생각을 바꾸더라. 거부할 것이 아니라 도리어 활용을 해야겠다고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

<여의도통신>은 ‘누가누가 못하나’에 주목하는 기존 정치보도에서 탈피해 ‘누가누가 잘하나’에 주목하려고 한다.

“<여의도통신>은 국회취재의 보도관행 문화도 바꿔가는 운동이기도 하다. 정치개혁이라는 의미가 가장 크겠지만 이게 지방자치하고도 연결되어 있고. 지방자치, 정치개혁, 언론개혁이 맞물려 돌아가는 것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우리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 물론 시작은 미약하다. 5개 풀뿌리언론사와 모니터 대상 의원 9명일 뿐이다. 처음에는 작고 구체적인 것으로부터 시작해 성장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 개개인을 모니터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선된 의원과 당선시킨 유권자와 소통을 하도록 만들자는 것이다. 편견과 선입관을 떠나 최소한 의원 개개인 활동의 모든 것을 유권자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그렇게되면 선거운동기간은 한달이 아니라 4년이 된다.”

<여의도통신>을 통해 정치개혁과 언론개혁 그리고 지역자치 활성화, 이렇게 3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포부다. 그럼 언론개혁은 어디서부터 출발할 것인가. 정지환 기자는 기존 정치보도에 대한 문제는 국회에 대한 취재시스템에서부터 출발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언론은 중앙당사 중심의 취재시스템으로 운영된다. 10여 명의 정치부 기자가 있다면 열린우리당에 4∼5명, 한나라당에 3∼4명 이런 식으로 배치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정치면에서 각 당의 대표, 원내총무, 정책위원장 등의 얼굴만 지겹도록 봐야했다. 앵글만 달라질 뿐이었다. 취재시스템이 그러니 보도도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그 외에 일반 의원들은 이색적으로 튀거나 스타급 정치인이거나 스캔들 그리고 검찰에 소환되어 출두하는 경우에나 중앙일간지나 9시 뉴스에서 볼 수 있었다. 국회의원 뽑아놨는데 도저히 얼굴을 볼 수가 없는 거다. 도단위 일간지에서도 보기 힘들고. 동네 지역신문은 인력과 재정이 열악해 여의도로 간 의원들을 감시할 수가 없고.

많은 국회의원들이 한 6개월 준비해서 10∼15개, 많으면 20개 정도의 ‘작품’들을 발표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보면 워낙 많다보니 중앙언론은 보도를 못했다. 선정적이고 말초적인 것들이나 일부 보도되고 나머지는 방치되고 버려졌다. 그런 노력이 버려지는 것도 문제지만, 선정적인 언론보도로 인해 의원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 더 문제다.”

기존 언론의 정치보도 관행은 여러가지 폐해들을 양산해 냈다. 개별의원들은 언론보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 <여의도통신>은 이들을 주목하며 이들의 활동을 낱낱이 보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은 열심히 한 사람들이 억울했다. 대충 편하게 의원생활 하는 사람들은 너무 편했고. 이제 통신사 개념의 전문 모니터 대행 언론매체인 <여의도통신>이 만들어 졌으니 이런 문화도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유권자들에게 의원활동이 상세히 전달된다면, 의정보고서도 만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특히 국정감사 때 15∼20개씩 발표하는 그들의 ‘작품’들을 해당 지역 언론을 통해 모두 실어줄 것이다.”

그럼 <여의도통신>을 통해 우리는 의원 개개인의 활약상들만 보게 될 것인가. 물론 아니다. <여의도통신>의 집요한 추적은 방치된 사건으로도 따라 붙는다.

“중앙언론이 방치하는 일반 의원들의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는 계속 모니터링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의 태도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를 떠올려 봐라. 설사 카메라가 고장났다 해도 그 존재만으로도 예방효과가 있다. 불시에 경찰이 체크할 수도 있지만, 예방효과는 없다. 차들은 계속 달리고 사고는 계속된다. 차들이 질주하다가 카메라를 보면 일단 조심하게 된다. 간혹과 일상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잘 하려는 의원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고 대충 지내려던 의원들은 큰일이 난거다. 중앙 언론들도 자극을 받을 것이다. 동시에 지역언론의 위상과 영향도 높아질테고. 여러 변화들을 기대한다.”

그렇다면 <여의도통신>은 과연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정지환 기자는 10년 전의 기억부터 떠올린다.

“개인적으로 <시민의 신문>,<말>지 기자를 하던 93-4년부터 지방자치에 관심이 많았다. 95년 김두관 씨가 군수에 당선되어 기자실 문제가 터졌을 때, <말>지에 관련기사를 쓰기도 했다. <말>지에서 99년 ’21세기 희망, 지역에서 찾는다’라는 7개월짜리 연속시리즈를 할 때 총괄기획을 맡아 전국 풀뿌리운동단체들의 활동가들을 많이 만났다. 그러면서 지역자치와 풀뿌리운동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안티조선’운동을 하다 <옥천신문>의 오한흥 사장을 만났고. 약 2년전부터 이 형태를 어떻게 할까 논의를 했는데 17대 총선을 보면서 결심을 굳혔다. 17대 국회를 만들어낸 정치개혁의 민심을 위해서라도 이걸 해야겠다고나 할까.

사실 사회운동까지도 중앙 중심인 측면이 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완결적인 개혁이라면 풀뿌리운동도 함께 발전하고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가야하는 것 아니겠나. 풀뿌리운동과 함께 해야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안티조선운동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여의도통신>이라는 새로운 출발이 안티조선운동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오히려 안티를 넘어 대안을 모색하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안티조선운동은 기본이다. 조선일보가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만으로 빨갱이로 몰아가는 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편협하다는 비판을 받는다해도 안티조선운동은 계속 될 것이다.

오히려 오한흥 사장이나 나나 안티조선운동에 앞장 섰던 우리가 이제 대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맞다. 사실 그동안 안티조선운동을 해 오면서 왜 특정신문을 미워하느냐라는 항의를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안티로부터 대안이 출발하는 것 아니겠나. <여의도통신>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대안으로 가기 위한 진통을 시작하는 것으로 봐주면 좋겠다.”

일단 9월까지는 <여의도통신>을 보려면 동참하는 지역언론 보도를 찾아야 한다.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인터넷사이트를 오픈할 계획이다.

“9월 정기국회에 맞춰 사이트를 오픈하려고 한다. 그걸 통해 <여의도통신>기사와 시민사회의 의정감시활동 등 국회 관련 자료를 제공하려고 한다. 일단 그 전에는 의원 모니터 내용을 일기나 보고서 형식으로 <시민의 신문>을 통해 연재하려고 한다. 제목은 ‘정지환의 여의도통신’ 정도가 될 것 같다.”

<여의도통신>이 출범한다는 보도가 나가자 많은 풀뿌리언론사들이 동참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다고 한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한다.

“우선은 작게 운영하더라도 성공모델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2005년이 되어야 활동이 본격화될 것 같다. 2년이 지난 2006년 정도에는 비례대표를 제외한 모든 의원들을 대상자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의원 100명만 대상자가 되도 국회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할 것이다. 우리사회를 하나의 그물로 비유하면, 국회는 그물을 조정하는 굵은 밧줄인 ‘벼리’에 해당된다. 벼리에 해당하는 국회를 집중적으로 감시한다면, 그 효과는 그물 전체로 전달되지 않겠나.”

<여의도통신>은 국회라는 벼리를 통해 우리사회라는 그물을 어떤 방향으로 조정하고 싶은 것일까.

“풀뿌리언론은 약하지만 함께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이런 시도가 진정한 지방분권의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여의도통신>기자들은 모니터 대상인 의원이 있지만 동시에 해당 지역도 있는 것이다. 일상적인 모티터를 통해 의원 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전문가도 되지 않겠나.

<여의도통신>이 계기가 되어 풀뿌리언론도 발전하고 지역도 활성화된다면 자진해서 지역으로 내려갈 기자나 활동가들도 많아질 것이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그렇게 인적 교류가 활성화되면 지역에서 희망과 대안이 만들어질 것이다. 국회가 매개가 되어 이러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것이다.”

* 사진 : 김진석 <여의도통신> 기자, 글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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