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8월 2003-08-01   917

“새집”증후군

“3일 기분 좋으려면 이발을 하여라.”

“3개월 기분 좋으려면 결혼을 하여라.”

“3년 기분 좋으려면 집을 지어라.”

역시 맞는 말 같다. 새집 짓고 이사하는 기분이란 집 짓고 이사해 살아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

새 흙냄새, 새 나무냄새, 새 종이냄새, 그리고 장판에 발라놓은 기름냄새 등 어느 한 가지 싫은 냄새가 없다. 집 짓는 과정에서 온 식구들이 힘을 합해 일하면 가족애도 느끼게 되고,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도와주니 이웃 간의 정도 두터워진다.

사람은 누구나 변화를 원하고, 그 변화가 지금 환경보다 나은 것이면 즐겁기 마련이다. 헌집에서 살다가 새집을 마련하면 우선 경제적으로도 나아졌다는 것이니 기분 좋을 수밖에. 우리는 이렇게 살아왔다.

그러나 1970년대부터 생활양식이 바뀌고 건축양식도, 건축자재도 달라졌다. 건축양식은 기술이 없으면 집 한 채 못지을 정도로 바뀌어서 마음이 있다고 아무나 거들어줄 수도 없다. 건축자재도 마찬가지다. 건축자재는 크게 나누어 벽돌이나 시멘트, 철근과 패널(Panel) 등을 주로 쓰고 있다.

내부는 비닐장판과 고급 벽지, 외부는 페인트로 마감한다. 문제는 건축자재로 시멘트 블록이나 벽돌을 쓰면 공기소통이 잘 안 된다는 점이다. 여기에 단열재까지 스티로폼을 쓰면 공기소통은 더더욱 안 된다. 그래도 스티로폼은 좀 나은 편이다. 석면이라는 유리솜은 더 나쁘다. 요즈음 제일 많이 사용하는 조립식 패널은 공기소통과 습도조절 면에서는 최악이다.

벽지는 고급일수록, 값이 비싼 것일수록 역시 공기소통이 안 된다. 비닐장판, 플라스틱 건축자재, 페인트에도 발암물질이 있다고 한다.

나는 조금씩 먹어도 병이 걸리지 않는 물질로 건축자재를 삼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나무, 흙, 기와, 볏짚, 염색 안 한 종이 등으로 말이다. 자연의 건축자재에서는 발암물질이 아닌 항암물질이 나온다고 한다. 외국 나가서 보니까 유럽쪽에서는 건축자재가 주로 돌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시멘트 블록을 쓰기는 하지만 도색은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처럼 울긋불긋 색칠한 나라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새집 짓고 이사가면 몸이 아프게 되어 있다.

지난 주 의정부에서 젊은 여자 한 분이 전화를 했다. 새집 얻어 이사를 했는데, 몸이 아프길래 처음엔 이사하느라 힘들어 그런 줄 알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도무지 낫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이사 때문에 몸살이 난 게 아니다. 바로 ‘새집증후군’이다.

선진국에서는 건축준공 검사를 할 때 우리나라처럼 부실공사인지 아닌지만 살펴보고 끝내지 않고, 환경오염 여부까지 측정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유치원 건물을 완공했지만 환경오염심사에서 지적당해 다시 수리하고 건축허가가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제도를 이제는 시행했으면 좋겠다.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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