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7월 2000-07-01   602

100년을 계획하는 리더십이 우리에게 있는가?

시민단체 평간사 4인 좌담


4월 총선에서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시민운동의 대표적 리더가 성추행 사건으로 감옥에 갇혔다. 이 사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다른 일각에서는 이 기회에 시민운동 전반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평간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4명의 활동가와 만났다.

이인숙 : 장원 총장의 성추행사건으로 진보진영 내에서의 성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은폐돼오고 묵인됐던 문제들이 터져나온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개인적으로 이번 사건은 시민사회운동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운동가 개인의 자질, 여성관, 성적 지향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양원영 : 저는 장원총장 사건보다 회원·시민·언론의 반응이 더욱 실망스러웠습니다. 환경연합만해도 이 사건으로 탈퇴하겠다고 나선 시민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환경운동가들을 싸잡아 비난하며 욕설을 퍼붓기도 하더군요. 한편으로 그들의 분풀이를 이해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론 섭섭하더라구요. 그냥 묵묵히 일하는 다수의 활동가들이 도매급으로 넘어간다는 사실이 속상했고, 또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심경이 어떨까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김영숙 : 저는 장원총장 사건을 바라보면서 총선연대 활동을 계기로 개혁연대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연대운동을 하기로 했는데, 사실상 그 논의가 늦춰진 게 아쉬워요. 이런 사건은 개별단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운동진영 모두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게 현실입니다. 특히 왜 맨날 ‘사고’는 중앙에서만 터지냐고 말하기도 했는데(전체 웃음), 지역활동가들의 힘을 빼는 일인 것 같아요.

차승렬 : 이 사건은 철저히 개인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남성중심적 사회가 만든 일그러진 문화로도 볼 수 있지만, 장원 총장의 행위 자체는 성폭력이라는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양원영 : 남성중심적 문화의 줄기에서 술문화와도 연관된다고 보는데, 가끔 술자리에서 합의된 게 공식적 논의도 거치지 않고 의결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비공식적인 뒷풀이문화도 시민단체가 가진 문제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숙 : 저희는 간사노조 수준의 간사협의회가 있어요. 논의과정을 공식화하기 위해 만든 구조인데 그걸 만들고나서 부장회의 등에 대한 발언력도 높아지고, 비공식적인 문화도 약간은 사라졌습니다.

차승렬 : 저는 ‘작은것이 아름답다’에서 펼치는 생활양식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시민단체들도 자본주의적 생산문화에 익숙해져 진정코 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문제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데 보다 근원적 차원에서 삶의 변화를 일굴 수 있는 노력을 했으면 합니다.

양원영 : 그러려면 대표의 역할도 중요한데, 시민단체의 대표들은 주로 단체의 운영문제에 매달리다보니 그런 점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없는 것같아요.

차승렬 : 어쨌든 저는 시민운동의 리더가 내부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민주성을 구현해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원영 : 시민단체의 리더… 너무 높이 있고, 너무 멀리 있어요. 또 너무 바쁘고요. 그런 시민운동 리더들에게 대안의 리더십을 요구한다면 이런 거예요. 80년대 운동가의 모습엔 카리스마가 배어 있어야 했어요. 그러나 90년대 운동가의 모습은 친구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못마땅해도 후배를 키우는 미덕을 발휘하고,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을 바라보면서 내가 보듬고 가야할 사람들이다 생각하면서 끌고 가고, 호흡조절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숙 : 현재 시민운동 리더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업무의 과부하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시민운동 리더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업무를 나누고,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구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지적하고 싶습니다. 의사소통공간을 열어두고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조직내 비민주적 요소도 없어지고, 합리적 대화도 가능하며 서로간의 불신이 종식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하나 평간사들은 인지하지 못하지만 대표 혹은 임원들(시민운동 리더)은 단체에 왔을 때 어떤 소외감을 느낀데요. 불친절하다거나 간사들이 인사를 잘 안한다거나… 그래서 제안을 하면 평간사들도 그런 문제점은 받아들여 시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차승렬 : 시민운동의 스타시스템 문제는 외적으로는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적으로는 불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1인에 의해 장악되는 조직문화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한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이 날아가면 조직이 다 날아가는… 그런 점을 지양하기 위해서는 많은 활동가들이 자기위치에서 분명한 역할을 해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인숙 : 총선연대 활동할 때 박원순 최열 장원 총장은 스타대열에 끼여 환호받는데 똑같이 열심히 하는 정강자 지은희 선생님은 왜 스타대열에 못낄까(모두 웃음) 그런 생각을 했는데요. 저는 무엇보다 시민단체가 기성사회와 다른 차원의 조직문화를 갖으려면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성사회와는 뭔가 다른 조직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장원총장 사건에서 보듯 또 우리가 처한 현실을 보듯 시민운동 내부 조직문화도 기성사회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숙 : 사실 저희는 지역적으로 너무 스타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언론에 안나가려고 하는 임원들 때문에 실무자가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전 눈에 띄는 시민운동 스타가 지도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양원영 : 환경연합은 꾸준히 구조를 바꿔가며 좀더 나은 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렇게 해도 문제가, 저렇게 해도 문제가 생기는 건 왜인지…, 어쨌든 꾸준히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습니까?

차승렬 : 대안의 리더십은 보스중심의 1인체제보다 중간 간부, 팀장, 국장들에 의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숙 : 대안의 리더십은 개별단체의 노력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활동가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내 단체들과 서울 단체들이 함께 만나고, 폭넓게 논의하면서 상호발전해야 더 큰 리더십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양원영 : 다수의 임원과 다수의 활동가가 동시에 움직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인의 다층적 참여구조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김영숙 : 쉼없이 달려온 시민단체들이 이제는 100년을 계획하며 그에 맞는 리더십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0년을 바라보는 상상력이 우리에게 있는가 그 화두를 품고 시민운동의 리더십을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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