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가 개원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아직 초반임을 감안하더라도 현재까지의 국회 운영을 보면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들 것 같다. 선거비용 실사개입의혹, 국회법 날치기 시도, 대북정책 등 사사건건 여야는 민생개혁을 뒷전으로 한 채 극한 대립으로 치달았고, 국회는 개점휴업인 상태로 공전을 거듭했다. 정기국회 기간의 거의 1/3을 허비하고 나서야 국정감사 등 국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으나, 수북이 쌓여 있는 민생개혁 법안 등을 제대로 소화하기 힘겨울 정도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해 버렸다. 국회 운영의 부실화 정도는 여러 자료를 종합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는 의정자료실을 구축하고, 16대 국회의 시작부터 국회공보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 자료를 종합해 일상적인 모니터 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 273명의 개인별 파일을 만들어, 출결상황과 법안 발의, 상임위 이동 등을 꼼꼼히 모니터 해왔다. 지난 6개월 간의 모니터 결과를 종합해 본 결과 우리 국회의 문제점이 여전히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위원회 회의록과 표결실명제 유명무실
지난 2월 개정된 국회법은 다소 미진한 면이 없지 않았지만, 이전에 비해 상당히 개혁된 법안으로 환영을 받았다. 시민사회단체가 국회개혁의 핵심적인 과제로 제기해왔던 소위원회 회의록 작성과 기록표결제의 도입이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록표결제의 경우 11월 13일 현재까지 전자기표기 사용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는 기록표결 관련조항(국회법 112조 3항) 중 “의장은 안건에 대한 이의의 유무를 물어서 이의가 없다고 인정한 때에는 가결되었음을 선포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일반적으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기표기를 이용해 본회의에서의 표결 결과를 실명으로 기록함으로써 의정활동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기록표결제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한다. 오랜 국회 공전으로 많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음을 감안해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예외조항이 일반화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소위원회 회의록 작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소위원회가 열렸던 29회 중 12번의 회의록이 작성되어 회의록 작성률이 41.4%(표1 참조)로 나타났다. 국회사무처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보건복지위원회는 사회적 논란이 적지 않은 의약분업을 다루면서 소위원회를 12회나 개최해, 전체 소위원회 개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12번의 의약분업대책소위원회는 단 한 차례밖에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회의록이 비교적 잘 작성된 다른 상임위의 경우 대부분 남북이산가족 상봉관련 결의안과 같이 정치적 부담이 적은 경우였다.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소위원회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고, 그렇지 않은 경우만 작성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소위원회 회의록 작성이 의원들의 취사선택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은, 위의 기록표결제와 마찬가지로 “구체적 요지만을 기록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확대해석해 일반적으로 적용했기 때문이다. 예외없이 소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함으로써 정책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유권자의 알권리를 신장해야 한다.
상임위 중심의 우리 국회에서 잦은 상임위 이동(보·사임)은 의안의 부실한 심의로 이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가령 의결정족수가 미달되어 재경위 소속 의원이 어느 날 갑자기 보건복지위원회로 상임위를 이동해 약사법개정안을 심의하고, 심지어 표결에 참여했다가 다시 재경위로 복귀한다고 가정해 보자.
논의과정에 전혀 참가하지 않았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하고, 혹은 정족수가 모자라 자리 메우기 식으로 상임위 변경이 이뤄진다면 그에 따른 심의의 부실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잦은 상임위 이동 현상은 16대 국회에 와서도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일반화되었다.
잦은 상임위 이동, 상임위 부실화의 원인
개원 이후 현재까지 6개월여 동안 총 193번의 상임위 이동이 있었고, 이 중 불과 하루사이에 이동이 이루어진 횟수만도 82건이나 되었다. 상임위 보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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