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0년 01월 2000-01-01   1108

‘성역은 없다’

전망대라고? 하구 많은 말 중에 왜 하필….

이렇게 명명한 까닭은 단 한가지일 터이다. ‘길다’는 것!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래, 내가 좀 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많이 길다”.

그래서 내 사이버 문패도 ‘keenae@hanmail. net’이다. 발음에 따라 ‘긴-애’가 될 수도 있고, 와! 정말 ‘기-네’가 될 수도 있다.

그 사이 세상이 그래도 많이 바뀌어 좀 덜해지기는 했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긴 사람의 애환을, 그 고달픔을….

특히 천장 낮은 재래식, 또는 임시 화장실에서 소변볼 때 그 자세가 어떨지 한번 상상해 보라!

다른 건 몰라도 높은 곳에서 보면 우선 너무 많이 보인다. 세상이 엉망일수록 많은 걸 보아 좋을 게 없다. 요즘 말로 ‘알면 다친다’는데 자꾸 보이고 호기심이 발동하니 인생이 고달퍼질 수밖에.

귀한 지면에 왜 이런 허튼 소리부터 해야 하나? ‘전망대’라는 말이 갖는 이 시대의 함의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말 뜻대로라면 ‘펼쳐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일 게다.

전망대는 그 자체로서 ‘분석’이니 ‘비전’이니 ‘종합’이니 ‘비판’적 ‘평가’니 하는 뜻들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심지어 망루란 의미로 감시와 안내를 지칭하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무거운 걸 감당 못한다. 그럴 주제도 못된다. 이런 건 기왕 참여연대가 잘하고 있지 않나.

그러나 展望臺가 아닌, 癲忘隊라면 감당 못할 것도 없다. 말 그대로 ‘미쳐 잊고자 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험악한 세상, 제 정신 갖고 살기에는 너무도 위험천만하고, 피해막심한 이 세기말의 한 귀퉁이에서 미치고, 잊지 않고서야 과연 입에 풀칠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사실 고백하건대 폭탄주를 즐기는 이들은 우리 전망대의 방계 사이비조직원이다. 그들은, 미치고 잊자는 뜻은 우리와 같이 하지만, 우리와는 틀리게 ‘음주가무(飮酒歌舞)’의 방법을 쓴다. 사이비라면 사이비고, 방계라면 방계랄 수 있다.

전망대의 사이비 조직원의 대표적인 사람을 들라치면, 진형구 전 공안부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비록 폭탄주라는 사이비 방법이 통하긴 했지만 전망대(癲忘隊)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은 사람이다. 그의 취중 발언이, ‘전망대’적인 진술과 처신이, 공안권력의 광기를 얼마나 적나라하게, 그리고 코믹하게 고발하고 풍자하였는가?

잘라 말하건대 우리가 ‘전망대’를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바는 진형구 식의 사회고발과 풍자이다.

나는 이 지면을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더불어 전망대(展望臺)가 아닌 전망대(癲忘隊)를 가꿔가길 소망한다. 거꾸로 가는 세상을 뒤집고, 앞뒤가 뒤바뀐 세태를 고발하고 풍자할 것이다. 엉터리 사이비와 불의, 부정, 비리가 활개치는 현실을 미친 듯이 뒤집어 버릴 것이다.

단지 현실 속에서뿐만 아니라 생각 속에서, 심지어 기억 속에서조차 잊어, 없어질 때까지 미친 듯이 헤집고 다닐 것이다.

혹자는 “이건 또 무슨 음모…?”할지도 모른다. ‘전망대’를 가장해 뭔가 또 수작을 부리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의 발로일 터이다.

투명성으로 보자면 ‘視界 제로’ 상태인 우리 사회에서 음모론이 횡행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음식점에서 영수증 달라는 것도 “아줌마 문건 주세요!”한다는 세태 아닌가. 전망대도 굳이 음모론적으로 보자면 음모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음모는 차차 밝히도록 하겠다. “왜?” “음모니까!”(그런데 “음모”, “음모”하니까 영 뉘앙스가 엉뚱해지네)

여기에 성역(聖域)은 없다. 혹 성역(性域)은 있을지 몰라도… .

김형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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