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0월 1998-10-01   401

98 서울국제민중회의 참가보고서

전세계 민중이여, 신자유주의를 응징하라

오늘은 지구적 민중행동의 날입니다. 한국의 5개 도시를 포함하여 전세계 60개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과 IMF를 반대하는 시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9월 12일, 서울 종묘공원에서는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세계 2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온 35명의 진보운동가들이 펼친 ‘실업자 대행진’이었다. 프랑스 실업자운동단체인 ‘유로마치’ 대표로 참석한 크리스토프 아귀통은 1997년 겨울 전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진 프랑스의 실업자 운동을 간략히 소개했다.

“현재는 실업자와 노동자의 구분이 필요하지 않다. 개인의 성실성과 노력과는 상관없이 누구나 실업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자들이 스스로 하나의 운동세력으로 조직화될 수 있어야 하며 노동자들과의 절대적인 연대가 필요하다"고 호소해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참가한 외국인들은 9월 8일부터 서울대에서 개최된 ‘신자유주의, IMF그리고 국제연대’라는 제하의 서울국제민중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었다. 그들은 이 ‘실업자 대행진’을 끝으로 5일 간의 국제민중회의 일정을 모두 마쳤다.

′98 서울국제민중 회의는 민영화, 자유무역화, 규제완화 등의 방법으로 진행된 세계자본주의화가 불러온 각국 민중의 삶의 파괴와 그에 저항한 민중의 투쟁사례를 발표한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각국의 투쟁 사례와 더불어 실업, 이주 노동자, 생태계 등의 주제별 워크숍이 함께 진행되었고 회의 막바지에는 세계 민중 연대를 위해 어떻게 네트워크를 형성할 것인가가 논의되었다.

멕시코 한영노조를 위한 모금활동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각국 대표 사이에는 또 다른 공감대 형성이 가능했다. 한국을 비롯한 이들 나라 모두가 IMF 구제금융을 받았거나 선진국 다국적기업들에 의한 수탈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회의 마지막 토론으로 아시아 대표들은 아시아 노동자·민중의 권리방어를 위한 아시아회의와 APEC 반대 민중회의를 했다.

방글라데시 타파줄 후세인은 “국가는 외국자본 유치가 대안인 것처럼 얘기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필리핀의 예를 들면 5년 동안 외국기업은 세금면제 혜택을 누린다. 그리고 5년이 지나면 그 기업은 어떤 책임도 없이 필리핀에서 철수해 다른 곳으로 이동해버린다"고 발표하면서 1년 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미국 석유회사의 폭발사고를 소개했다. 기업의 부주의로 일어난 폭발사고로 600억 달러 이상의 시설파괴와 피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에 대해 아시아 노동자들이 함께 연대투쟁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게 이 자리에 모인 진보운동가들의 생각이다.

한편 회의기간에 연대를 위한 작은 실천이 있어 모두를 흐뭇하게 했다. 현대정공 하청업체인 멕시코 한영기업 노동자들의 독립노조 설립을 위한 투쟁기금 모금행사가 그것. 참가한 많은 사람이 이 뜻에 동참했으며 마지막 날 한영 노동자에게 투쟁기금과 격려문이 전달되었다.

깨달음을 주고받는 게 진짜 연대

정치사회적 상황이 다르고 경험이 달라 논의 과정에서 이해가 부딪친 면도 있었다. 이 회의가 학문적인 수준에서만 논의되지는 않을지 의심도 있었고, 실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모두가 깨달은 바는 신자유주의하에서 자행되고 있는 ‘전세계적 자본화’가 허구임을 확신했다는 것이다. 자본의 방종을 규제하지 않는 한, 세계 어디에서도 인간의 진정한 자유와 안정된 삶은 보장될 수 없다는 것이 회의에서 검증되었다. 자본의 막강한 힘에 의해 표류하는 삶일 수밖에 없는 민중은 다시 꿈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한 꿈을 넘어 자신의 존재와 가정과 공동의 삶을 지키기 위해 방향을 잃어버린 민중은 다시 무기를 들 때가 아닌가 한다. 다름아닌 사랑과 열린 연대의 무기다. 마지막으로 회의 첫날 있었던 발제에서 독일 경제학자 홀거 하이데 교수 말을 인용한다.

“연대란 경쟁으로부터 의식적으로 이탈하는 것이며 분열을 깨부수는 것이다. 인간, 자연과의 모든 분열을 극복하는 것, 즉 사랑과 영성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연대는 외부에서 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사람들끼리 협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깨달음을 주고받는 것이 진정한 연대다."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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