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6월 2010-06-01   1086

2010 지방선거-“충분히 반성했다, 그래서 희망에 투표한다”


“충분히 반성했다, 그래서 희망에 투표한다”

『참여사회』는 2010 지방선거 기획으로 이번 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고민인 시민들이 모여 고민을 토로하는 수다방을 열었다. ‘시민들, 지방선거에 관심없다’던 언론보도와는 달리 5월 15일 참여연대 회의실에 모인 6명의 시민들은 6·2지방선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편집자주



 


* 수다맨

김나래  20세, 대학생, 6·2지방선거가 생애 첫 투표
방준호  24세, 대학생, 이번 지방선거는 어떻게 투표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선거
임진희  49세, 주부, 투표권이 생긴 후 투표하지 않은 경우는 없음. 이번 지방선거 역시 투표할 것이나 아는 게 없어 대략난감
탁윤아  27세, 직장인, 정치, 경제, 사회… 관심 없었음. 당연히 투표도 안 함. 그러나 6.2지방선거엔 꼭 투표 참여 결의
박지숙  32세, 취업준비,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
내툰나인 40세, 이주노동자,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온 지 16년. 한국인들보다 더 한국사회를 걱정하지만 시민권이 없어 투표권도 없음



지방선거가 뭐길래?


지방자치는 실제 주민 삶과 밀접한 정책과 행정을 다룬다. 친환경무상급식, 서울광장조례개정 등 주요 현안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에 결정 권한이 있다. 오히려 내가 사는 지역문제를 다루는 것은 국회의원보다 지방의회 의원들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총선보다 훨씬 떨어진다. 왜?



임진희(이하 임)  사람들은 큰 것엔 관심이 많은데 작은 일들엔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박지숙(이하 박)  교육감, 교육의원 포함해 8명을 뽑는다. 근데 이 8명이 각각 우리 지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언론이 보도도 잘 안한다. 모르니까 무관심하게 되어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 같다.


내툰나잉(이하 내)  전 투표권이 없다. 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을 못한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힐 수 있는 기회였는데 아쉽다. 하지만 한국인들과 같은 마음으로 지방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은 1만 2천 여 명으로 2006년 지방선거 때의 약 2배로 늘어났다. 현행 공직선거법에는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으로, 해당 지방 자치단체의 외국인 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경우에 한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100만 가까운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에서 수년을 살았지만, 참정권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20대 투표율, 이번엔 오를까?


사회자(이하 사)  지난 대선 20대 투표율이 20%가 안 된 것 때문에 20대의 정치 무관심이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여기 모인 세 명의 20대는 어떻게 생각하나? 또 20대를 바라보는 다른 세대의 시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방준호(이하 방)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하고 나서 느낀 것이 스펙의 중요성이다. 일단 정치사회 이야기를 하면 관심 없는 친구들은 불편해 하니까 피하게 된다.


김나래(이하 김)  학회동아리를 하는데 점점 더 새내기를 받기가 힘들어 진다. 정치는 성향이 다르다기보다 아예 관심이 없어서 얘길 안 한다. 20대가 보수화가 아니라 아예 무관심화다.


  정치가 내 생활과는 굉장히 유리됐다고 생각했다. 사실 20대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힘들다고 하고 당장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게 정치 문제라고는 생각 안 하는 거다.


  ‘정치…’라고 하면 거부감을 많이 느낀다. 그 친구들은 정치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정치인들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누가 당선되든 똑같다는 거다.
 
   ‘그 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은 우리가 주로 쓰는 말이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개인에 대한 이해도가 훨씬 더 높다고 생각하는데 기성세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 않나?


   사실 그 친구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다. 주어진 구조 속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해나가는 친구들한테 ‘왜 그렇게 사회에 관심이 없냐’고 묻기가 참 어렵다.


탁윤아(이하 탁)  제 청소년기와 대학 시절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 당시엔 그때의 문화가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으로 들어서면서 ‘이게 아니구나’ 느끼면서 ‘이래서 투표를 해야 하는구나’하고 깨달았다.


   미얀마는 어렵게 혁명을 이뤘지만 다시 군부 독재가 들어서서 우린 그 이후로 투표를 못하고 있다. 한국의 20대들한테 하고 싶은 말은, 투표권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당투표의 관성을 넘어

2002년 지방선거 때 부산에서 시체가 당선된 적이 있다. 부산 지역구 한나라당 후보자였는데 선거 전날 자살을 했는데 아무도 몰랐었다. 나중에 당선되고 사망한 것이 확인 돼 재선거를 치렀다. 특정 정당이 우세인 지역에서 그 당의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제가 시체를 당선시키는 시민이 될 수 있겠다 싶다. 투표 할 결심을 했지만 누구를 뽑을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후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으면 엊그제 자살한 후보를 뽑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동안 투표를 잘 안했다. 작년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나의 무관심과 방관 때문에 그렇게 만든 거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에게 주어진 권리나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보들이 명확하게 자기 색을 보여줄 만큼 구분되는 지역 문제가 없는 게 문제다. 각 지역마다 이슈가 거의 똑같다.
박  한국은 정당이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모여 있어 차별성이 없다. 몇 년 전만 해도 시민단체들이 낙천·낙선운동도 했는데 지금은 시민단체가 너무 탄압받아 위축되어 있다. 그러니 더 알 수 없고, 문제제기 하면 선거 운동, 반정부 운동한다고 가만 놔두질 않고.


  선거 때 까지는 누구든 4대강 반대 운동을 못 한다. 특정 정당을 비판하는 등 정치적 의미로 보인다고 어떤 사회참여 활동도 하지 말라는 거다. 시민들이 잘못을 바로잡고 사회가 똑바로 잘 굴러가게 만들기 위해 선거를 하는데 정책검증을 하지 말라니… 이건 뭔가요~.



정권 바뀌고 세상이 변했다?


   지난 정부들과 현 정부의 사회 분위기가 다르다고 하는데, 그 변화와 다름을 어떤 경우에 느끼나?


  예전에는 개그 프로그램에 통제가 없었다. 대통령을 희화하거나 사회풍자 코미디가 성행했다. 어떤 외압도, 공격도 없었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유인촌 장관이 회피연아 동영상 만들었다고 네티즌 고소한 것, 너무 유치하다.


   계속해서 통제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들은 지난 정부시절 흐트러진 것들을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다시는 설 수 없다고 보는 거다. 드라마에서는 노골적으로 시위 현장에서의 경찰을 옹호하더라.


  내가 가고 싶은 길을 가지 못한 건 처음이다. 작년 가을 덕수궁에 갔다. 그곳에서 용산참사 유족들이 덕수궁 앞에서 집회를 했는데, 그 인원보다 몇 배 많은 완전무장한 전경들이 덕수궁엘 못 들어갔다.



6·2 지방선가 특별한 이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 됐다. 선거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김  4대강 등 여러 가지 현안 때문에 이명박 국정운영에 대한 반발심이 생긴 국민들이 지방선거에 주목하면서 투표로 민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심판론이 힘을 얻는 것 같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이제 막 높아지고 있다. 조선일보와 이 대통령 덕에 ‘촛불 반성’을 하게 돼 촛불 민심이 타오르기 시작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가 기점이 되는 것 같다.


  학교 안에 부재자 투표소 설치 건으로 학생들에게 서명 받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거가 인식 됐었다. 개인적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가 재밌었다. 그렇게 웃으며 선거를 했으면 좋겠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선거문화에 관한 주제로 이어졌다.


  독특한 네 가지 선거문화가 있다. 첫째, 지연과 학연으로 뭉친다, 둘째, 선거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셋째, 정책이 아닌 인물 중심이다, 넷째, 후보 간 상호비판이 심하다는 것이다. 선거 운동기간이 얼마나 길다고, 정책이나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얘기하기보다는 다른 사람 비판하기에 바쁘다.


  맞다. 후보자와 관련된 학교의 지역 사람들은 거의 그 후보를 찍는 분위기다. 며칠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서울시장으로 오세훈 씨를 뽑으라며. 왜냐고 물었더니, 잘생겼다고.


  40~50대 주부들이 외로워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직장여성이 아닌 주부들의 패턴을 생각해보자. 오세훈 시장을 지지하는 주부들 중에는 삶이 정체된 분들이 많다. 에어로빅 하고 수영장 다니고 나름 여유 있는 생활을 한다. 그분들을 비하하는 게 아니라 40~50대 여성의 외로움이 지역 문제나 정책보다는 외모중심으로 표가 간다는 것이다.
임  맞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굴 보고 시장을 뽑겠나 싶기도 하다. 한 친구가 “오세훈이 너무 잘 생겼잖아. 사람은 생긴 것 보면 안다”고 한다. 뭐라 말해야 할지… 이럴 때가 고민이다.



“나는 이렇게 투표하겠다”


  오늘의 수다를 마무리해야겠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 정리가 됐나?


  ‘내 생애 첫 투표’인만큼 고민이 많았는데, 제가 사는 경기도는 야권단일화를 해서 결정하기가 쉬워졌다.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가 있어도, 그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것 같으면 차선을 택하게 된다. ‘누가 됐으면’하는 마음보다 ‘누구는 절대 안 됐으면’하는 부정적인 마음으로 투표를 한다는 게 슬프다.


  그 동안은 사표가 되더라도 내 의견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될 것 같은 후보를 뽑는 게 나을 것 같다.


  실질적인 투표권은 없지만… 도덕적이고 깨끗한 사람, 좋은 세상에 대한 지식과 자기 비전이 있고 책임감 강한 사람, 또 지구적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주겠다. 가장 중요하게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을 뽑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듣겠다.


  이번에 캠페인을 하면서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20대가 많은 것을 느꼈다. 20대를 88만원 세대라고 하는데 투표율을 88%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도 나왔고 하니, 이번엔 투표율이 좀 높게 나와서 20대들도 뇌가 없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제 생활과 관련 있는 것들 찾아보려고 애쓰는 노력들이 필요할 것 같다.


  20대 초반에 서울시 선거에 참여할 수 있었다면 투표했을 것 같다. 법적으로는 울산 시민이었어도 제가 살고 있는 서울에 관심이 더 많았다. 이번에는 거주지 이전 후 첫 지방선거이니 우선 자료들을 꼼꼼히 챙겨 볼 거다.


  기초단체 선거만이라도 내 생각대로 투표를 던져야겠다고 생각한다. 아까 말한 제 친구를 만나면 주저하지 않고 ‘아닌 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고 다시는 이런 정권 나오면 안 되니 투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끝나고 나서가 더 중요하다. 항상 국민들이 자각하고 깨어있지 않으면 좋은 정부가 들어서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래서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는 평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투표는 꼭 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아니다. 분명 다른 사람이 있다. 외국인인 제 눈에도 보인다.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 당선 돼 한국 민주주의가 계속 발전하길 바란다.


  지방선거 관련해 시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감사드린다.


지난 17일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제 1차 유권자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6·2지방선거에서 81.8%가 투표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로 조사됐다. 이중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54.8%, 또 ‘아마 투표할 것’이라는 답변도 27%로 집계 돼 전체 응답자의 81.8%가 투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보 선택 시 인물·능력에 대한 고려는 지난 지방선거 때보다 줄어들고 있는 반면, 정책·공약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6·2지방선거는 퇴행하는 한국 민주주의와 아이들과 4대강을 살리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킨다는 여러 가지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 것만큼,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회·정리 『참여사회』 편집팀


※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무엇이 궁금하세요?
선관위 홈페이지에는 없는 ‘비리와 거짓말 후보’ 명단. 참조 : <한겨레21> 810호 <지방선거 특별기획 : 비리와 거짓말 명단을 공개합니다> http://h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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