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04월 2010-04-01   1015

2010 지방선거_차별 없는 생명의 밥상, 친환경 무상급식


차별 없는 생명의 밥상, 친환경 무상급식


김선희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 급식연대 공동 사무처장

친환경 무상급식이 화두에 올랐다. 저소득층만을 위한 선택적 복지가 옳은가, 헌법이 보장한 ‘무상교육’을 완성시키는 보편적 복지가 옳은가하는 정치권 논쟁이 뜨겁다. 아이들이 밥 먹는 문제가 이렇게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이미 민주당과 진보정당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무상급식 정책을 들고 나왔고 한나라당 후보까지 말을 보태고 나선 만큼 무상급식은 올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거운 핵이 되었다.



식판 놓고 벌어지는 논쟁, 오히려 반갑다

그런데 급식의제가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정치공세가 대단하다. 포퓰리즘적이니, 사회주의 정책이니 하는 색깔논쟁부터 국가재정 파탄설에 부자급식 논란까지…. 국민들이 쉬이 납득할 수 없는 정치적 수사들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정치인과 보수단체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그래도 여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거리에 나가 서명을 받으며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벌써 했어야 하는 일을 이제야 한다고 오히려 나무라기까지 한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부자들이 내는 세금은 90여조가 줄었고 4대강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멀쩡한 22조를 멀쩡한 강바닥을 뒤집는데 쓰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해마다 갈아엎는 멀쩡한 보도블록, 필요이상의 호화청사 등 각종 낭비성 예산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무상급식은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국민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포퓰리즘이니 국가재정파탄이니 하는 정치공세는 점차 수그러지기 시작했지만, 무상보육정책으로 무상급식을 돌파하겠다는 성의 없는 보육정책이 고개를 들었다. 내용이야 어찌됐든 무상급식 논쟁은 ‘누가 더 복지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는가’하는 토론으로 조금씩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선거 이래 처음으로 ‘정쟁’이 아닌 ‘정책’으로 생산적 토론의 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낸 세금이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사회적 합의수준이 매우 낮은 우리사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은 복지 프레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시금석이 되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번 논쟁은 소득에 따른 제도적 차별이 곳곳에 숨어있는 우리사회의 선별적·차별적 복지시스템을 보편적 복지시스템으로 바꾸는 ‘역사적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10여 년 넘게 진행되어온 학교급식운동의 녹록지 않은 여정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학교급식, 어떤 의미인가    

70년대 구호급식에서 시작해 81년 급식법이 제정되고, 95년 중·고등학교 급식이 부분적으로 시행되면서 현재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급식을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제도화된 학교급식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학교급식은 ‘한 끼 식사’라는 의미를 넘어선다. 학창시절 12년간 하루 한 끼 이상 급식을 하니, 성장기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 중 1/3 이상은 급식을 통해 만들어 진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제공되는 점심 밥상, 우리 아이들은 맛있게, 안전하게 먹고 있는 걸까? 2008년 광우병쇠고기 수입파동 때, 여중생들은 제일 먼저 촛불을 들었다. 죽기 싫어서란다.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광우병 소고기 먹으면 죽는다 하니, 그게 싫어서 촛불을 들었단다. 그때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안 사먹으면 된다. 선택은 국민이 하는 거다.”라고. 대통령의 무책임한 발언은 촛불을 더욱 확대시켰는데, 선택권이 없는 학교급식과 군대급식 등 단체급식에서의 미국산 쇠고기 사용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선택권이 없는 단체급식, 그 중 학교급식은 8세부터 19세까지 성장기 청소년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매우 중요한 급식임에도 사회적으로는 점심 한 끼로 치부되기 일쑤였다. 원산지표시도 제대로 안되고 이력추적 시스템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학교급식을 포함한 단체급식의 질은 수입산 식품에 대한 국가 검역 시스템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주민발의 급식조례제정, 그 험난한 여정

학교급식법조례제정국민운동본부와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2001년에 만들어진 연대단체다. 반복되는 식중독 사고와 각종 수입산 식재료가 난무하는 선택권 없는 학교급식이 우리 아이들 건강을 위협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학부모와 지역주민, 생산자가 함께 나섰다. 나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학교급식주민조례발의 서명이 진행되었다. 이름에 주소, 주민번호와 도장(혹은 지장)까지 찍어야 하는 까다로운 서명이었지만 주민들은 지지하고 동참해 주었다. 더 이상 아이들 상대로 대규모 식품유통회사들이 밥장사를 못하게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직영급식, 우리농산물사용, 무상급식 등 3대 원칙을 담은 급식조례제정은 주민들의 열띤 호응 속에 빠르게 퍼져나갔으며 경기. 전남, 전북, 제주 등 조례가 제정되는 곳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허술하게 만들어진 학교급식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했고, 위탁급식 업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 중 가장 큰 장애물은 ‘우리 농산물 사용원칙’에 제동을 건 중앙정부였다. WTO 무역협정 위반 운운하며 행정자치부가 지역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는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할 일을 오히려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한 만큼 힘을 보태줘도 모자랄 판에 훼방을 놓았으니 국민들 분노가 대단했다. 이렇게 난항을 거듭하던 중 대형사고가 터졌다. 2006년, CJ가 위탁 운영하던 수십 개의 학교에서 식중독이 발생해 삼천 명이 넘는 학생들이 병원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중국산 깻잎지에서 나온 노로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었는데 국적모를 수입산 식재료를 대량 사용하는 위탁급식업체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전대미문의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급식법은 전면 개정되었고 조례제정 역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결과, 지금은 전국 16개 모든 광역시도에 학교급식조례가 제정되었고, 230개 자치구 중 195개(전체 자치구의 약 84.8%)가 넘는 지역에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급식운동을 넘어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의 승리로 평가되고 있다.


건강·환경·농업·지역공동체 살리는 친환경 학교급식으로 한 단계 업!

시스템이 정착되면서 급식의 질 또한 높아졌다. 위탁급식에서 수입산 식재료가 다수를 차지했다면, 급식법 개정이후 식재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우리농산물, 지역산 친환경농산물이 급식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친환경급식이 시작된 것이다. 수천 마일 떨어진 먼 나라에서 온 안전하지 않은 식재료와 국적불명의 가공식품 대신 가까운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급식에 사용하면 지구환경까지도 살릴 수 있다. 지역 농촌이 살고, 친환경농업으로 지력은 회복되고 물은 맑아지며, 푸드 마일food mile이 대폭 축소되어 온실가스 배출이 줄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저감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 친환경급식은 우리 아이들 건강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회생과 지구환경보존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내재한다. 유럽이나 일본 등지에서도 학교급식에서의 지역먹거리 사용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모두 같은 이유에서다. ‘농장에서 학교까지Farm to School’ 지역농산물을 우선 공급하여 푸드 마일을 줄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한 지역 농업의 생산체계 전환과 계획생산 및 소비 시스템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 나라들의 노력은 국내 학교급식운동과 맥을 같이 한다.



친환경급식과 식생활교육이 하나로

급식과 연계해 직접 텃밭을 가꾸고 장을 담그면서 농업과 전통식생활문화 교육을 진행하는 학교가 늘고 있다. 농번기나 수확기에는 가까운 농촌지역으로 일손을 도우러 가기도 한다.

우리 단체에서는 이런 식생활 교육을 지원하고 직접 농촌체험을 진행한다. 급식에 식재료를 제공하는 농가를 찾을 경우, 아이들은 자신이 먹는 쌀과 배추가 어떻게 재배되는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으며 농민들의 손길과 정성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온몸으로 배운다. 이는 국적 모를 수입산 식재료와 화학첨가물로 범벅이 된 각종 패스트푸드에 길들여진 우리 아이들의 입맛, 그리고 잃어버린 우리 밥상을 되찾는 중요한 교육이자 식食과 농農의 거리를 좁히는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이기도 하다. 이렇듯, 학교급식은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로컬푸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이 되고 있으며, 학교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사회적 거리를 축소하고 신뢰를 확산하면서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고리가 되고 있다.


멀지만 가야할 길, 친환경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

이제는 무상급식이 이루어질 차례이다. 직영급식으로의 전환, 친환경급식의 확대에 이어 무상급식을 함으로써 완벽한 의무교육을 실현해야 한다. 여기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함’을 명시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무상교육을 헌법에 명시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학부모들이 연간 무려 2조 9천억 원 가량의 급식비를 부담하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은 매년 학기 초에 가난해서 급식비를 낼 수 없다는 증명서를 담임선생님께 제출해야 한다. 평등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저는 가난합니다’라는 낙인은 성장기에 놓인 예민한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시혜적이며 선택적인 교육복지는 낙인효과만 발생시킬 뿐이다. 선진국에서 보편적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완전무상교육을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무상급식은 의지의 문제다. 세계경제 10위권인 우리나라 역시, 현 정권이 교육복지에 관심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실현할 수 있다.
   
‘먹는 일’은 ‘생명을 유지하는 일’이다. 생명을 유지하는 일에 어떤 차별도 있어선 안 된다. ‘잘 먹는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한 학교생활, 농업농촌과 지역공동체의 활성화, 지구환경보호까지 할 수 있으니 우리 아이들의 밥상은 이제 ‘차별 없는 생명의 밥상’으로 차려져야 하지 않을까. 친환경 무상급식, 더 늦기 전에 시작하자. 이는 어른들의 의무이자 국가의 책무다.



– 안내 –


750만 친환경 무상급식 범국민 서명운동에 함께해 주세요!

우리나라 헌법 제31조는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개인과 가정의 이해관계를 넘어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국가백년지대계’입니다. 교육권을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학부모에게 1년에 30~60만 원의 급식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급식 또한 교육과정의 일환임에도 여전히 헌법을 어기며 학부모와 학생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에서만큼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아야 할 우리 아이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해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고 밥을 굶으며 성장기 예민한 시기에 상처받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교육현실입니다. 더 이상 정부는 초·중·고 교육기간의 급식비를 학부모와 학생에게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친환경·무상급식은 차별의 밥이 아닌 평등의 밥이며,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권리이고 아무거나 먹지 않을 권리입니다.




우리의 요구
1. 초·중·고 무상급식 법제화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
2. 결식아동 중앙정부 예산 지원 법제화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3. 농장에서 학교까지! 광역과 기초에 급식지원센터 설치
4. 예외 없는 직영급식 전환


서명하기-> http://www.geubsik.org/sign.html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