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03월 2001-03-01   853

열린사회의 적 여론 독과점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이하 조중동)를 선두로 한 신문독과점업 체는 일간·주간·월간지, 스포츠·소년지까지 신문과 잡지 시장을 지배한다. 이들의 행태 는 여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호텔, 여행사, 골프장, 주식 및 부동산 등 광범위한 투자 로 이어진다. 1999년 10개 중앙지의 총수입이 1조7,131억 원이었다.『조선일보』가 3,912억 원,『중앙일보』가 3,344억 원, 『동아일보』가 3,105억 원을 벌어 남부럽지 않은 실적을 냈다. 서민들은 상상하기 힘든 규모의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좀더 자세히 보면 『 조선일보』 하나가 신문시장의 22.8%를 점한다. 조중동은 전체 시장의 60.4%를 차지한다. 여기에 2,753억 원을 벌어들인 『한국일보』까지 합하면 단 4종의 신문재벌이 연간 1조3,11 4억 원을 벌어들여 신문시장의 76.5%를 차지한다.

얼마 전만 해도 신문사는 그다지 크지 않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이런 신문사를 정부가 탄압하면 야만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국민적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문사의 규모도 엄청나고, 사회적 영향력도 급증하여 이들의 권세는 하늘을 찌른다. 따라서 이런 비정상적 여론독과점 체제를 해체 또는 완화시키려면 일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는 당 연한 것이다.

3종의 신문이 여론을 독과점하는 기현상

먼저 신문지배 구조의 개선은 소유집중을 분산시켜 언론권력을 분산시키는 일에서 출발한 다. 소유 다원화는 결국 소유 지분의 제한 및 지분의 공개로 압축된다. 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지분 상한선은 10%가 적당하며, 친인척 또는 회사 임직원을 통한 주식 분산은 제한해 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이 신문사 주식 소유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도 필요하다. 신문 주식을 다원화하는 것만으로는 신문 개혁의 목적을 이루기 어렵다. 아무리 다원화한다 해도 지배주주가 신문을 사적 목적에 악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식 소유자가 공식 이사회를 제외한 어떤 방식으로든 지 경영에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자 및 편집 책임 자의 임기를 보장하고 인사권을 이들에게 귀속시켜야 한다. 정간법 제3조는 현재와 같은 왜 곡되고 파행적인 언론지배 구조의 원천이 되는 조항(대기업과 그 계열사의 지분을 2분의 1 로 규정)이다. 따라서 우선 정간법 3조만이라도 개정해서 기본적인 틀을 잡는다면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에 힘입어 매체가 다원화되고, 시장이 외국 자본에까지 개방되는 상황이다. 거 대한 글로벌 매체와 일본자본이 시장에 진입하는 현실에 비추어 소유 규제만으로는 시장 독 과점을 규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선진국은 소유 규제를 완화하되 특정 자본에 의한 시장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하고 있다. 일례로 영국 정부는 1996년 방송법을 개정하면서 시장 규제와 관련해 묘한 조항을 넣었다. 신문사는 일간지 시장의 점유율이 15% 를 넘으면 방송시장에 진입할 수 없으며, 한 방송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은 20%를 넘지 못한 다는 것이다. 바로 머독이 소유한 News International사의 시장 지배력을 견제하기 위해 이 런 조항을 만들었던 것. 이들이 채택한 매체시장의 점유율 규제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특정한 기업이 특정한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을 규제하는 ‘단일 시장 점유율 규제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한 기업이 복수의 시장에 투자했을 때 시장별 점유율을 합한 것을 말하는 ‘종합 시장 점유율 규제방식’이다.

그러나 매체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누구인지 규정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 도 한 사업자가 30∼35%의 시장을 점유하거나 2∼3개 사업자가 시장의 50%를 점유하면 지배 적 사업자로 규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4∼5개 사업자가 시장의 60%를 지배하면, 이 역시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인정된다. 이러한 기준은 신문시장에서 다수의 경쟁자가 존재하고, 시 장 진입이 용이한 서구에 맞는 기준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점유율 규제 기준을 더 낮춰 져야 한다. 이미 말했듯이 매체의 시장 점유율은 20%로, 복수 매체사업체의 경우 총 점유율 을 30%로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신문시장에서 상위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은 50% 미만으로 정함으로써 신문독과점업체의 여론조작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

신문사 경영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투명해야 한다. 신문사는 전 사회와 국민을 상대로 시 시비비를 가리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유료발행 부수, 광고, 부대사업, 증권 투자 등은 신문의 논조나 편집 방향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극히 일부의 영업비밀을 제외 하고는 경영 상황이 투명한 어항처럼 맑아야 한다.

유료 발행부수의 공개는 가장 근본적인 신문경영 자료이자 시장원리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유료 발행부수를 공개하려 들지 않 는다. 앞으로는 유료 발행부수를 공개하는 신문사와 그렇지 못한 신문사에 대해서는 차별적 인 대우를 함으로써 신문산업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발행부수 공개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신문사들이 유료 발행부수의 공개를 꺼리는 것은 정확한 발행부수가 알려지면 신 문 간 서열이 공식화되고, 거품이 빠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현재와 같은 신문시 장 질서에서는 독재정권과 함께 성장한 일부 신문사만 유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유료 발행부수 공개는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투명한 경영 체제가 도입돼야 한다. 연결재무제표 작성을 의무 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결합재무제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주주가 과도하 게 신문 경영이나 편집에 개입하는 것을 억제하는 장치가 필요한데 주주들이 이사회를 통해 서만 이러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제의 개정도 검토해봄 직하다. 사외 이사제를 도입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재 신문기업의 이사회는 소수의 사람이 통제하고 있어 신문 경 영이 외부에 공개될 수 있는 통로가 거의 막혀 있다. 사외 이사제는 이런 문제점을 조금이 나마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와는 차원이 다른 독자위원회 구성도 제도화할 필요 가 있다.

독일의 신문통계법 벤치마킹 해볼 만하다

신문 등 매체산업의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제의 필요성을 고려한다면 독일에서 이미 시행중인 신문통계법을 원용해볼 만하다. 그것을 본떠 우리 상황에 걸맞는 매체통계법을 제 정하는 것도 한 대안이다. 매체통계법에서 중요하게 다뤄야 할 사항은 신문사의 소유구조, 증권 및 부동산 투자 현황, 유료신문 발행부수, 매출액의 세부 내역 등이다. 매체통계법에 서는 이런 정보의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

정보공개법을 강화하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만으로는 독특한 매체시장 정보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매체통계법은 독일의 신문통계법을 모형으로 하면 좋 을 것이다. 이 법은 1975년 연방의회에서 통과된 것으로 일간신문 등 정기간행물의 타이틀, 정기간행물의 발행, 판매부수, 신문과 잡지의 법인형태, 신문사와 발행사의 임금노동자 수 , 비용과 수입 구조, 구독료와 광고단가, 매출액과 같은 정보를 신문통계청에 제공해야 한 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회가 시장개방, 디지털 혁명이라는 21세기와 순탄하게 접목하려면 낡 은 언론시스템과 정치 구조를 개혁해야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만약 우리가 이러저러 한 이유로 언론개혁과 정치개혁을 미룬다면 우리 사회는 파행적 언론의 횡포로부터 벗어나 기 어려울 것이다. 언론의 DNA를 바꾼다는 결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김승수 |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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