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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후기] 인턴 숙원사업 직접행동을 마치며

참여연대365
작성자
활기차 차장
작성일
2013-11-19 16:21
조회
3769

 참여연대에서는 청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인턴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12기 인턴은 지난 9월부터 3개월 간 사업팀에 배치되어 직접 실무수습을 받고 있는데요, 지난 11월 11일에는 그동안 인턴 친구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 직접행동을 거리에 나가 실행하는 날이었습니다. 우선 <무관심조>의 직접행동 뒷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후기는 12기 인턴 김정숙 님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인턴 숙원사업 직접행동을 마치며

 

참여연대 인턴 12기 김정숙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인턴 12기에도 그 날이 찾아 왔다. 직접행동. 처음 직접행동 주제를 잡아가기에 너무나 막막했다. 그래서 먼저 각자가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포스트잇에 3가지씩 적어서 모아 보기로 했다. 이렇게 한데 모아보니 평소에 각자가 관심 있어 하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주제들끼리 묶어보고 연결하며 점점 주제를 좁혀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조로 나뉘었고, 그 중 우리는 어떠한 구체적 현황보다도 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사회 구조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직접행동 주제를 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막연했다. 과연 우리가 이 주제로 직접행동을 풀어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컸다. 

 

무관심


조원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큰 주제 속에서 하나, 하나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 사회에 만연해 있는 무관심이란 주제를 가지고 직접행동을 하기로 정했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했다. 누군가에 대한 무관심? 무엇에 대한 무관심? 그렇게 열띤 토론이 한참 일 때였다. 갑자기 간사님께서 동자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서울역 근처, 서울 한복판에 쪽방촌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셨다. 내가 봐 온 서울역과 그 일대는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기업들의 건물, 화려한 쇼핑몰들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른 조원들도 동자동 쪽방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고 높은 건물들에 화려한 이면들만이 다라고 생각한 서울 한복판 쪽방촌이 우리들에 무관심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서울 한복판, 높은 빌딩 숲 사이에 가려 보이지 않는 동자동 쪽방촌에 대한 우리에 무관심을 주제로 직접행동을 하기로 정했다. 

 

20131111_12기 인턴 직접행동 (9)

 

동자동 쪽방촌


직접행동을 기획하며 직접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던 와중 동자동 쪽방촌에서 주민공동체 활동을 하고 계시는 사랑방과 연결되어 그 곳을 방문하게 됐다. 동자동 쪽방촌을 가기 위해 도착한 서울역. 여전히 그 곳은 제 갈 길 바쁜 사람들로 인해 북적였다. 앞만 보고 걸어가는 사람들에 모습이 그 동안 소외된 이웃들을 향한 나에 무관심처럼 느껴졌다. 쪽방촌을 찾아 가기 위해 서울역을 빠져 나와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맨 끝에 동자동 사랑방을 찾을 수 있었다. 

 

수급,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동자동 사랑방에 계신 간사님을 통해서 동자동 사랑방과 쪽방촌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몇 평 안 되는 작은 사랑방에서 간사님과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많은 주민 분들이 사랑방을 찾아 오셨다. 이 곳에 오기 전 신문 기사 등을 통해서 쪽방촌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하고 갔었지만 사랑방 간사님을 통해 주민 분들에 이야기들과 메스컴을 통해 비춰진 모습 이면에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동자동 쪽방촌에 계시는 분들은 대부분이 홀로 사신다고 한다. 쪽방촌을 통계수치로 보면 대부분에 구성원이 남성이고, 독거노인이시거나 장애를 가진 분들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주민 분들 중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노숙을 경험하는 분들이 40%정도가 된다고 하셨다. 그렇게 동자동 쪽방촌과 노숙은 바로 경계선에 놓인 곳이었다. 그렇다보니 이 곳 주민 분들이 어떠한 직업이나 돈벌이 수단이 있으신 것이 아니라 대부분에 분들이 기초생활수급을 통해서 살아가신다고 했다. 한 달에 50만원도 채 안 되는 돈 중에서도 대부분에 돈은 방 값으로 나가다 보니 최소한의 돈으로 살아가신다고 한다. 그렇다보니 수급이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고 하셨다. 우리는 쪽방촌에 열악한 주거 환경만을 생각하고 왔다. 신문 기사들도 쪽방촌 주거 환경 개선 등에 대한 기사들을 많이 봤다. 그렇다보니 단순한 주거문제에만 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실제 이 곳 주민 분들에게 있어서 더 중요한 문제는 기초생활수급과 관련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20131111_12기 인턴 직접행동 (3)

 

부양 의무제와 사진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보호가 필요한 최저 생계비 이하의 국민에게 국가가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기 위한 제도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살아가시는 분들에 삶은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해서 알아갈 때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로 ‘부양의무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부양의무제 때문에 부양가족은 서류상에 존재하지만 실제 부양가족으로부터 그 어느 도움도 받지 못하는 분들에게 국가가 수급을 주지 않는 등 부양의무제와 관련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있어서 부양의무제에 초점을 두어 ‘부양의무제 폐지’ 서명 운동을 통한 직접행동을 하기로 정했다. 서명 운동과 함께 동자동 쪽방촌에서 찍은 여러 사진들도 함께 전시하기로 하였다. 

 

칼바람 불던 서울역 앞 서명 운동


직접행동 당일. 오후에 있을 직접행동을 위해 오전 내내 준비를 하고 허겁지겁 서울역으로 향했다. 동자동 사랑방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전시를 하고, ‘부양의무제 폐지’ 서명을 위한 테이블을 설치하였다. 그렇게 칼바람 불던 추운 서울역 앞에서 우리에 직접행동은 시작되었다. 서울역하면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던 곳이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랄까? 오늘따라 이리도 사람이 없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역에 특징상 빨리 발걸음을 재촉하는 분들이 많았다.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우리에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시는 분들께서 서명에 동참해 주시고, 좋은 일을 한다며 따뜻한 캔 커피를 사주시는 시민분도 만나는 귀한 시간이었다. 직접행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서명에 많은 분들이 참여 해 주셨는데 그 중에서도 동자동 사진을 알아보시고 서명을 해 주시는 분, 노숙을 하시는 듯 한 차림에 분들, 부양의무제 폐지에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는 듯 선뜻 서명해 주시는 분들이셨다. 서명을 받으며 서울역 부근에서 노숙을 하시는 분들과 서울역 부근 쪽방촌에 사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긴 얘기, 여러 얘기 함께 나누지는 못했지만 그분들에 관심을 통해서 기초생활수급제도의 문제점들과 실제 기초생활수급제도를 통해 살아가시는 분들에 힘듦이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추운 겨울 날 우리가 진행했던 직접행동은 불과 몇 시간 안 되지만 그 보다도 더 긴 추운 이 겨울을 지내실 동자동 쪽방촌의 주민 분들과 기초생활수급을 통해 최소한의 삶을 살아가실 분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무거웠다. 

 

20131111_12기 인턴 직접행동 (8)

 

인턴 숙원사업 직접행동을 끝내며.


직접행동을 기획하며 우리가 동자동 쪽방촌 주민 분들에 이야기를 직접 듣지 않고 기획을 했다면 직접행동의 방향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소통하지 않은 채, 직접 가보지 않은 채 누군가에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일인 것 같다. 짧지만 직접 주민 분들에 삶을 듣고, 보고하며 정말 그 분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나에 틀로 누군가에 필요를 채워준다고 한다는 것은 그 분들에게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드릴 수도 있을 것이다. 

 

바람이 차다. 칼바람에 몸이 움츠러든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분들에게 이 겨울은 우리가 맞이하는 겨울보다도 더 춥고 힘들 것이다. 우리에 이 작은 행동에 움직임들이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 다가올 이 겨울 동자동 쪽방촌 주민 분들과 또 함께할 수 있는 시간들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