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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어머니(2)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5 06:05
조회
10555
뜨뜻한 온돌방에 몸을 누이고 천정을 향해 내뱉는 두 사람의 대화는 오랜만에 사람소리로 사방에 베인다.

" 어머니 이번 추석엔 집안에 있는 물건 좀 없앱시다."



광을 두고도 방 네개 중에 두개가 창고이고 그외에 잿간, 헛간, 뒷간 안에도 뭔가가 잔득 재여있다.농가가 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이건 늙은 여자 혼자서 사는 집이 아닌가? 을씨년스럽기 조차 하다.



" 단순히 당신을 위해서 사세요.

" 뭘, 천년을 살 것 처럼!"

여인들은 천년을 하루같이 화석이 되려고 산다.정말이다.오지 않을 미래를 기다리면서 과거의 화석이 되어 사는 것이다.그래서 집안 구석구석 미래를 기다리는 귀신들로 가득차게 해 놓는다.



전쟁으로 시작된 21세기는 나를 무척 자극 했다.

새로운 싦의 방향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장농 하나를 비우며 온갖 잡동산이들을 태우느라 부엌 아궁이에다 불을 놓았다.어머니께서 미련을 가지실까 알게 모르게 태우느라 조심 하고 있을때

시어머니의 고함소리가 뒷통수를 쳤다.



"거~서 뭐하노?"

" 잿간에서 태워라 했지 거~다 해라 했나?"

나는 너무놀래기도 하고 너무 무안 하기도 하여 한순간 숨을 크게 쉰후 이렇게 댓구를 하였다.

"모올~ 랐다~!"



이 말은 "몰랐습니다."의 반말이 아니라 "체 내가 그리하나 봐라" ' 어쭈 내가 그리 하겠다"는 경상도 식의 반어법이다.우리 어머니의 놀람은 미국의 테러 사건 그 이상이 였음을 나는 직감하였다.그러나 어머니의 솔직한 본능은 순간적으로"잿간에서 하세요"

로 되받았던 것이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이런 절묘한 대화를 해보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의 기분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 어머니는 청싱과부로 외아들을 키우신 분이다. 그러니 그 인생에 얼마나 한이 많겠는가?

"모올~랐다" 우리 어머니의 18번으로 후렴처럼 달라 붙는 어머니의 고유한 언어였던 것이다.



" 어머니 남들은 생각해서 하는 말이예요."

" 모올~랐다"

" 어머니 남들 한테는 좋은 말만 하세요."

" 모올~랐다."이런 식이였다.



그 순간에 어머니는 사람의 면상에 충격적인 일격을 가하는 "모올~랐다"의 언어적 경험을 몸소하신 것이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어머니의 언어를 써보는 순간 피부세포가 카멜레온 처럼 바뀌는 것을 느꼈고 비로소 자신의 언어의 충격을 이해한 어머니께서는 문명권의 체질로 돌아 오신 것이다.



이 순간은 우리에게 정말 기적과도 같았다.

일격에 서로를 이해한 느낌이있었다. 이글을 공개하기에는 교양을 갖춘 여러분들에게는 미안한 감이 있지만 어머니와 나는 서로의 문화의 한계를 깨면서 서로를 이해한, 관계에 성공한 충일감이 있다.



나는 지금 이러한 어머니를 몹씨 그리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