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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

자유게시판
작성자
아나키 물개
작성일
2008-10-31 16:22
조회
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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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연탄 갈기에 성공했다.

이 기쁨! 이 뿌듯함!

게다가, 둘째 딸 원주에게 아빠로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니.

10 여일 전에 동해로부터 연탄이 배달되었다.

700 백장 아니면 배달도 해주지 않고, 거기다 심곡 오지라서 배달비 한장 당 20원 붙혀서....



700 백장 연탄을 쌓아놓으니, 겨우살이 준비를 마친 것 같아 가슴이 잠시 뿌듯햇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날 부터 나의 고행이 시작되었다.

번개탄을 아마, 한 박스는 버렸을 것이다.

아내와 고모와 둘째 딸. 세 여자의 보이지 않는 비난에 몸둘 바를 몰랐다.

둘째는, 학교에서 아직 불을 피우지 않아서, 하루종일 추위에 떨다 집에서는 얼은 몸을 녹혀야 했는데..

고모는, 마치 어린아이에게 비웃듯이 그런 거 하나 못하는 투로 웃기만하고

아내는, 나의 어리석음 보다 딸아이 걱정에 얼굴이 비탄에 잠겼고....



매일 연탄 아궁이에 고개를 쳐박고, 어둠 속에서 실 날 같은 불의 생명을 찾고자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사실, 그 눈물은 번개탄 연기에 매운 눈물임)

그런 핍박과 아픔 속에, 드디어 나는 연탄 불 붙이기에 성공한 것이다.

아! 불의 신이여! 부----울-----칸이여!

나는, 마치 올림픽 경기에서 우승을 하여 월계관을 쓰고, 불의 신 불칸에게 무릎이라도 꿇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곳 정동진 심곡리로 이사를 와서, 나는 자본주의 사회와 가능하면 접촉을 끊으려고 노력을 했다.

마치, 미국으로 부터 경제 봉쇄를 50년 이상 받아 온 쿠바처럼, 그렇게 살아보려고 노력을 했다.

내가 쓰는 유일한 소비는, 자동차 가스비.

술 값은 고모네 횟집에서 해결이 되니까..원래 부터 소비를 안하는 나는 돈 쓸데가 없었다.

생활비 역시 여기서는 거의 들지 않았다.

게다가, 생활비 중 지대한 부피를 차지하는 연료비에서 연탄으로 대치 할 수 있었다.

한 장에 380 원. 하루에 4장을 태워도 한달에 4, 5 만원.

자본주의를 박살내는 데는, 혁명 보다 소비를 안하면 된다는 나의 지론에 연탄이 도와 주게 되었다.



그래서, 아! 연탄은 나에게 혁명이었던 것이다.

그런 연탄이, 이럴 줄이야!



연탄이 가지는 공공성이 석탄사업합리화란 이름으로 파기가 되고.

태백 탄광촌 경제는 박살이 나고.

그러다, 치솓는 국제 유가에 발목이 잡혀 어쩔 수 없이 연탄이 가지고 있던 공공성이 다시 발휘가 되고.

그리고, 그 연탄은 혁명에는 안중에도 없는, 허무주의에 빠진 아나키스트인 나에게는, 혁명과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 혁명 역시 쉬운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