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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 관련 논란에 대해 회원님들께 드리는 글

 

회원님들께,

2019년도 어느새 채 두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참여연대는 요즘 국회개혁과 선거제 개혁, 검찰개혁, 민생 입법 등을 위한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여느 때보다 치열할 거라 예상되는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회원님들께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싶은 고민과 생각이 있어 글을 씁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바쁜 와중에도 내내 무거운 마음 어찌하지 못해 10여 일을 끄적이다 말다 반복한 글입니다. 지난 2~3개월 동안 한국 사회를 온통 흔들었던 조국 장관 임명과 그 가족들에 대한 수사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과 갈등 국면에서 참여연대가 취했던 입장에 관한 얘기입니다.

한국 사회 전체가 그랬듯이, 참여연대 안에서도 많은 토론이 있었습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시대적 소명을 수행하는데 있어 조국 지명자가 적임자인지, 마구 쏟아지는 그의 가족에 관한 의혹과 검찰의 전례없이 광범위한 수사를 어떻게 볼 것인지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서로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이에서도 때로는 확연하게, 때로는 미세하게라도 인식이나 입장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사안에 대한 대응은 법무부 장관 임명과 검찰 개혁 관련한 참여연대 내 담당부서인 사법감시센터를 넘어서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검토하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첨예하고 중요한 사안인 경우 참여연대 각 활동부서의 장들과 공동대표단 등으로 구성된 상임집행위원회에서 검토하고 발표해왔던 것이 전례이기도 합니다. 이에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상임집행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지명자에게 제기되는 의혹에 대한 해명 촉구를 시작으로 국회 청문회 개최 요구,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몇 차례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이렇게 발표된 참여연대 입장에 대해 안팎으로 많은 문제제기가 이어졌습니다. 참여연대가 무분별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과 과도한 수사를 하고 있는 검찰에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않느냐는 항의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조국 전 장관이 참여연대 출신 인사라서 의도적으로 의혹제기나 비판적 입장 표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질타를 동시에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한 문제제기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 중에 공동집행위원장이었던 김경율 회계사와 관련된 일로 회원님들께 깊은 심려와 우려를 끼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사안이든 입장 차이나 이견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관련한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참여연대 내부에서 다양한 견해가 표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토론을 통해 이견을 좁히려 노력하고,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모아진 결론은 존중하는 것. 그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겁니다. 그것은 참여연대가 25년동안 큰 분란없이 활동할 수 있었던 기본 원칙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견을 조정하고 조율해야 할 공동집행위원장이 이견을 제기하는 이들을 오로지 권력을 좇는 자들로 폄훼한 것은 부적절한 행위였습니다. 경제금융센터 차원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지만 아직 어떤 결론을 내리지 못하던 사모펀드 의혹에 관해서는 상집에서 그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는 제안도 논의도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여연대는 ‘조국 비판’을 이유로 김경율 회계사를 ‘징계했다’거나, 조국 전 장관에 관한 의혹제기를 묵살했으며, 관련 증거를 은폐했다는 식으로 매도되었습니다. 있지도 않은 일들이 마치 사실처럼 보도되고 유포되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활동해왔던 임원, 상근자들에게는 헤어나기 어려운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어떤 대가 없이 자신의 전문성을 참여연대 활동에 기여하면서도, 정작 정부나 정당 참여 활동에는 엄격하게 제약받았던 임원들이었고, 그 어떤 정치, 경제세력에도 굴하지 않는 떳떳함이 활동의 무기였던 상근자들이었기에, 더 믿기지 않는 일이었습니다. 다들 가슴을 꾹꾹 눌러야 했습니다. 냉정하게 돌아보기 위해 얼마간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번 일로 참여연대 구성원들이 작지 않은 상처를 입었지만, 우리 스스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자고 조언해주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떤 것을 놓치고 있었는지 진지하게 숙고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일부 회원과 임원, 그리고 시민들의 항의와 질타가 아니더라도, 해당 사안에 대한 폭넓은 이견 속에 참여연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어떤 입장에 서 있든지간에, 지금까지 내놓은 참여연대의 입장과 판단이 일부 회원들과 임원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합니다. 부족했습니다. 우리 스스로는 그런 일 없다고 생각하지만, 참여연대가 행여 이중 잣대를 대는 것은 아닌지 많은 분들이 의구심을 갖고 계시다는 엄연한 사실을 직시하고자 합니다. 또한 우리의 의사 소통과 결정의 과정이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고 결정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는지 진지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런 논의 끝에 지난 10월 21일, 상임집행위원회는 김경율 회계사가 이미 밝힌대로 집행위원장직과 경제금융센터 소장직을 포함해 참여연대에서 맡고 있던 모든 직책에서 사임처리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관련된 추가 논의는 더 이상 하지 않고, 대신에 이번 사회적 대논란이 남긴 교훈과 과제를 살펴보고, 참여연대가 점검해야 할 부분을 찾아 정비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더 단단해지는 과정으로 삼기로 한 것입니다.

참여연대에서 이러한 논란이 벌어졌는데도, 상황을 우려하시고 궁금해하실 회원님께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갈등이 첨예해지는 국면에서 참여연대도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회원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우리 활동에 지지와 격려를 마다하지 않았던 많은 분들에게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렸습니다. 이 모든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담담히 기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참여연대는 1만 5천 여명의 회원, 11개 활동부서와 4개 부설기관에서 함께하는 200여명의 전문가 임원, 55명의 상근활동가 등 세바퀴로 굴러가는 조직입니다.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는 우리들이지만,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만큼 사회 현안과 정책에 대해 충분히 다른 입장과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최선을 다해 더 소통하고 조율하는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금 권력감시라는 참여연대의 사명을 새기겠습니다. 그리고 흔들림없이 힘찬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한 부분 돌아보는 데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늘 묵묵히 응원해주시는 많은 회원님들께 저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 박정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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