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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929, 9월의 마지막 일요일! 나는 이 날을 잊지 못합니다. 참여연대의 핵심 간부가 소위 조국 사태에서 조국 장관을 비호한 진보 진영의 여러 인사를 싸잡아서 위선자라고 퍼부어댔기 때문입니다. 수구언론과 자유한국당 지지자들이 신이 나서 뉴스를 옮겼습니다. 이들로 인해 가뜩이나 보수적인 게시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제 카톡방도 더욱 바빠졌습니다. 제가 끔찍하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부지런히 가짜뉴스를 퍼 나르곤 하던 인사들이 이 날은 그들의 취향에 딱 맞는 진짜 뉴스를 보내온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고향이 경북 포항입니다. 대구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1977년에 졸업했고 금년 봄에 환갑을 맞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구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 속하는 한 교회에서 장로의 직분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제가 1999년부터 20년째 (정확히는 만20년에서 1개월이 모자랍니다) 참여연대를 후원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보기 드문 일이지요.

 

문제의 이 간부가 바로 김경율 전 집행위원장입니다. 게시물의 내용보다 그의 표현이 너무나 원색적이라 더욱 놀라웠습니다. 술자리에서나, 그것도 만취했을 때나 쓸 법한 표현들이 그의 블로그에는 아무런 여과 없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해 그는 적폐청산 컨트롤 타워인 민정수석의 자리에서 시원하게 말아드셨다고 표현했습니다. 시민사회에서 몸 바쳐온 교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을 향해서도 권력 예비군, 어공 예비군 생퀴라고 비난했습니다. ‘너희 개같은 생퀴들하고 얼굴 안 마주치고 살고 싶다고도 썼습니다.

 

마치 시라도 쓰듯 줄을 바꿔가며 쓴 그의 게시물은 욕설과 비속어의 범벅이었습니다. 저는 이 놀라운 게시물이 술에 취해 올린 것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라 하더라도 맨 정신으로 이런 식의 막말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말이 담고 있는 일말의 진실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참여연대 간부의 그것으로는 믿기지 않는 거친 표현 때문에 저는 아마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게시물은 내려지고 사과의 글이 올라오리라 기대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본인도 참여연대도 아무런 해명의 말이 없었습니다. 하필 이 날은 주말이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일까?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속은 탔지만 물어볼 곳조차 마땅치가 않았습니다.

 

2. 20년이나 성원해 온 참여연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야 하나? 처음으로 자문해 보았습니다. 나까지 포기한다면, 내가 후원하지 않는다면 누가 참여연대를 지키고 도울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 저는 참여연대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는지를 물었습니다. 전화를 받으신 직원분도 저와 똑같은 안타까움을 토로하셨습니다. 수많은 시민활동가들이 함께 일하는 조직이니만큼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생각들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것이 건강한 조직이라는 말도 덧붙이셨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같은 조직 안에 있어도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수렴되는 과정에서 최선의 방안을 만들어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도출된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인 의견을 아무런 여과 없이 외부에 흘리며 몸담고 있는 조직을 비난하고 폄훼한다면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바깥으로 가져가 외부의 힘에 기대려는 작태야말로 가장 못난 행동입니다. 그의 거친 표현도 마음이 아팠지만 저를 더 속상하게 한 것은 수구언론과 소위 보수꼴통인사들의 신나 하는 태도였습니다. 그들은 김경율 회계사의 게시물을 인용하며 진보진영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하고 진영 내의 분열과 불화를 반가워했습니다. 신이 난 신문과 방송에서 앞을 다투며 김경율 회계사를 불러 인터뷰를 했습니다.

 

3. 김경율 회계사는 조국 전 장관의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참여연대에서는 단 한 줄도 논평이 나건 적이 없다며 화가 나 있었습니다. M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밝혀진 의혹에 대해 문제제기는 해야 나중에 창피하지 않을 수 있다며 시민단체의 임무는 권력 감시로서 참여연대 출신인 조국 장관에 대해서는 더 가혹해고 신랄해야 했다고 주장합니다. 의혹에 대해 눈을 감는 것은 시민단체의 임무를 망각하고 존립 기반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검찰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그 다음에 흘러나오고 있는 이야기에 대해서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하는 강력한 반증도 많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상황에서 또 이것이 미치는 파장이라고 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이고 여기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차원, 이것이 어떤 우리 편이니까 과거 우리 식구였으니까 봐주자가 아니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전혀 없는 겁니까?”

 

인터뷰어의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합니다. “우리가 과거 삼성에 대해서 어떻게 했는지, 재벌에 대해서 어떻게 했는지, 좀 이런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조그마한 단초를 가지고 조그마한 의심을 가지고 출발 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증권가에 나도는 말 한 마디 가지고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문제의식도 출발했던 겁니다. 우리는 이와 같이 항상 일을 해왔었는데 지금 조국 장관에 대해서 드러나고 있는 엄격, 엄밀한 사실들 앞에서 이렇게 침묵해야 하는가.” 그는 이번 건에 대해 권력형 범죄로 비화 가능성이 있다고 봐서 며칠 동안 몇 명이 밤샘을 하면서분석했다며 사실판단에 있어서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그의 말은 일면 맞는 말인 듯합니다. 실체적 진실은 재판에서 가려지겠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을 보면 이번 사건은 그가 말한 대로 권력형 범죄로 의심할 여지가 있습니다. 조범동이 대표로 있는 코링크와 WFM, 익성의 관계에는 뭔가 수상쩍은 냄새가 납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문제는 그 안에서의 역할입니다. 조범동이 사모펀드를 이용한 수상한 투자들을 주도적으로 행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러면 정경심 교수는 조범동의 공범일까요? 수십 년을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저는 수많은 사모펀드를 접하고 판매했습니다. 조범동과 판박이 같은 운용사와 정경심 교수와 비슷한 투자자를 수없이 만나본 저로서는 이 사건의 핵심이 한 눈에 잡힙니다. 정경심 교수는 조범동의 말을 믿고 투자했다가 거액을 날린 순진한 투자자로 보이는 여러 정황 증거들이 있습니다. 정경심 교수의 잘못은 복마전과 같은 사모펀드의 세계에서 권유자(더욱이 친척)의 말만 믿고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욕심을 품은 일일 것입니다. 그러니 성경에서도 말하지 않습니까.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야고보서 115)

 

거듭 말하지만 김경율 회계사사 몇 명이 밤샘을 하면서 분석했다는분석이라는 작업은 조범동과 정경심과 조국을 한 덩어리로 놓고 이 전체에 대해 권력형 범죄로의 비화 가능성을 살펴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안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펀드 내에서의 조범동과 정겸심의 역할과 그 관계입니다. 이는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는 전문가들이 모여 며칠을 분석하고 토론해도 답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자금이 오간 사실뿐만이 아니라 투자 결정의 배경은 어떠한지, 두 사람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오갔는지, 펀드 내에서의 역할은 어떻게 배분이 되었는지를, 조국 장관은 과연 어디까지 알았는지 사실 관계를 면밀히 따져야 하는데 모든 기록은 검찰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조국 장관 부부를 엮기 위해 수십 명의 인력을 동원, 석 달이나 수사를 하면서 70여 곳(일부에서는 100곳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습니다)에 걸쳐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행한 바로 그 검찰 말입니다. 검찰이 아니니 김경율 회계사도 이 부분에 대한 분석은 충분히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4. 김경율에 이어 조혜경이 참여연대를 떠났습니다. 김경율에 비하면 조혜경은 한층 차분하고 정제된 어조로 감시자로서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지도부의 집단적 결정과 일련의 대응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심을 잡는 일이 어려워진 참여연대의 입장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던 중에 불거져 나온 조국 사태는 그간의 힘겨운 중심잡기 노력을 모두 수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번 사태가 우연적이거나 일회적인 일탈이 아니라 앞으로도 같은 일이 계속해서 반복될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녀의 고민에 공감합니다. 이는 김경율이 맹비난한 것처럼 참여연대에서 활동해 오신 분들이 이 정부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거나 어공 예비군이어서일 수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이 정부가 참여연대에서 그간 지향해온 가치와 동일한 가치를 많은 부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가면서 상대를 비판하는 일이 쉽지 않겠지요. 참여연대의 후원자 그룹과 이 정부의 지지자 그룹 또한 참 많은 부분에서 겹치고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참여연대를 20년 동안 지지해 오면서 한편으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기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안타깝게도 조국 사태는 이 둘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과거 엄혹한 유신 시절이나 5공 시절에 그랬듯이 가족들을 있는 대로 불러대고 협박하고 수사 상황을 시시때때로 언론에 흘려 망신을 주곤 하는 검찰과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이 이 선택을 강요하고 있기도 합니다. 내 식구가 잘못이 있을 때, 혹은 그런 의혹이 있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미시적인 관점에서 동일한 비판적 잣대를 강조할 수도 있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역사적 맥락을 살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전자가 공평과 정직에 중점을 둔다면 후자는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이 사건이 갖는 의미와 그 과정에서 있었던 수많은 희생, 힘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긴 역사에서 보면 조국 사태는 과거 공안 검찰이나 국정원(혹은 국가안전기획부)이 진보 진영의 도덕적 흠결을 찾아내 침소봉대하던 행태와 100% 판박이입니다.

 

어느 쪽이 옳은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선택은 각자의 몫일 것입니다. 그러나 다만 한 가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상대에 대한 배려의 마음은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 상대가,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함께 땀 흘리고 피 흘려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5. 회원 게시판을 보니 김경율이나 조혜경과는 정반대의 이유로 참여연대를 떠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은 김경율이나 조혜경이 있는 참여연대가 싫다고 했습니다. 지난 한 달 저 또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내가 집행부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지 않은 문제였습니다.

 

어제 그저께 박정은 사무처장의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김경율 회계사는 징계없이 참여연대를 떠났다고 합니다. 그것이 김경율 본인이나 참여연대를 위해 최선이었을까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이제는 저도 지난 한 달여의 긴 고민에 마침표를 찍어야겠지요. 앞으로도 늘 지켜보며 응원하겠습니다. 참여연대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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