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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회원들의 사랑방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당황했습니다.

신입회원
작성자
김윤정
작성일
2012-04-02 22:25
조회
3088

오늘 오후에 첨보는 전화번호를 아무생각없이 받은 전화가   설마 참여연대일 거라고 생각도 못했습니다. 겨우 한달에 만원씩 자동이체를 해놨는데,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니 제가 얼마나 민망하고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굉장히 조심스럽게 몇가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제가 반갑게 받을 수 없었던 것은 정말 너무나 약소한 금액이 민망해서 그랬습니다. 알뜰하게 잘 쓰시겠다는 말에 더 몸둘 바를  몰랐습니다.

 

작년에 조정래 선생님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 오랫동안 했었습니다. 그런데 마음만 있을 뿐 어떤 단체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몰라 항상 마음의 짐이었습니다. 조정래 선생님은 제가 처음으로 마음 우러러 존경하게 된  첫번째 인물이십니다.

초등학교 부터 자기 소개나  그 밖에 숙제처럼 내어지던 존경하는 사람은? 할 때마다 (사실 존경이라는 뜻 조차도 막연하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감도 없어서 이기도 하지요) 달라졌습니다. 심지어 누굴 썼는지 조차 기억이 안납니다.

 

그런 그 분의 말씀에 깨달아 감동한 바가 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얼마나 죄송스런 마음이었는지 모릅니다. 겨우 회비 몇 푼에 감사인사를 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제가 오히려 진심으로 감사인사를 드려야 마땅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시민단체에 얼마의 회비라도 내는 까닭은 제가 잘 살고, 제가 피곤하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을 여과없이 깨닫게 되는 요즘입니다.  과거 현대사에서 느꼈던 온갖 부조리와 비리에 울분을 터트렸지만, 지난 10년 동안 어느 정도 사회가 정화되어 간다고 느껴왔는데,  이명박 시대로  인해서 회귀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놀랐고,  정치가 얼마나 일상의 사람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지를 여실히 느끼고 있으며,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민의 힘이 무섭다는 것을 가슴이 미어지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가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는 아까 전화하신 분은 참으로 친절하게 이것 저것 설명해주셨으나, 저는 당황함과, 민망함에  빨리 끊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좀 뜨아하게 전화를 받아 죄송스런 마음 전하려고 홈피에 들렀습니다.

제가 올린 참여 이유를 보신 그 분께서 조정래 선생님 말씀을 하실 때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혹시 참여연대 행사에 선생님이 오시면 꼭 가보고 싶습니다. 제가 정기 간행물을 직장으로 받길 원했는데,  이유는.... 제가 직장 이유로 애들 둘 데리고 남편과 주말 부부하며 저희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는 조선일보만 보시는 말 안통하는 우파이신 관계로 제가 참여연대에 가입해 있다는 사실을 아시면 아마 쫓아 내실 수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비굴하지만 들키지 말아야 합니다. ㅋㅋ

 

사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어려서 부터  세뇌(?)가 안 되는 큰 딸이 너무나 마음에 안 들어, 정확한 시점이 기억은 안나지만, 십대 후반 적어도 고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 빨갱이 같은 연" 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대학을 보내시면서는 혹시 데모하고 돌아다닐까봐 걱정을 무지하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걱정과는 반대로,  4년 동안 조용히 다니며  졸업하였습니다. 이유는 아부지도 모르십니다. 아마 아직도 왜  조용히 다녔을까??? 싶으실텐데.... 저는 제 학교의 커트라인이  부끄러웠고, 특히 저희 단과대가 교 내에서 가장 운동 성향이 강하였는데, 그 선배들이 너무 기본 지식이 없고, 수업도 안 들어가고... 학생으로 기본 자세가 영~~~ 아니었습니다.  제가 95학번인데, 수업에 결강해야 할 만큼 학생운동을 해야했던 시절은 아니란 말입니다. 아.... 내가 이런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싶어 그냥 수업에 충실히 결강하는 일 거의 없이 잘 다녔지요.

 

이런 제가 삼십대 후반에 접어들어, 사회참여에 관심을 두게 될 줄이야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저 조정래 선생님 소설의 시대 배경처럼 그 때에나 있을 법한 일을 제가 겪게 될 줄이야.... 그  시절의 민중들은 그렇게 당할 수 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 배움의 기회, 의식에 있어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그 분들은 타의에 의해 짖밟힌 것이라 변명이라도, 또 위로라도 받을 수 있지만, 우리가 겪는 이명박 시대는 참으로 어이없이 우리 손으로 만든 것이라 후대의 자손들에게 두고 두고 지탄을 받거나, 위로도 받을 수 없는 세대로 남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게 되니 무섭습니다.

도덕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뼛속깊이 경험하게 되었으니, 우리 모두 눈 똑바로 뜨고, 정신 바짝 차려서  반드시 되돌리고,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저 같은 작은 참여가  한 데 모여 큰 뜻을 이룰 수 있다고 희망을 가져봅니다. 참여연대에 전하고 싶습니다. 아즘찮이 또 아즘찮이 입니다.... (조정래 선생님 소설에 자주 나오는 표현입니다. ㅎㅎ) 

 

이상  떨어져 살고 있는 남편과  두 아이와 행복하고 싶은  아내이자 엄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