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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김정인 교수와 함께하는 5.18 특강 "나에게 다가온 5월이란"

참여연대365
작성자
나나나
작성일
2020-05-18 14:44
조회
1698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 특강 후기


공감하는 시민의 토대를 만든 5.18 광주민주화운동


 


 


이선희 시민참여팀 간사


 


 


 


시간이 지나면 모든 일은 기억에서 흐릿해지고, 잊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잊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어떤 일들은 잊으면 안되는 것일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사건 중 하나는 5.18일 것이다.


 


 올해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몸소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후대에 교과서를 통해 배운 사람들이 5.18에 대해 가지는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80년 광주를 기억해야 할까?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를 모시고 우리가 함께 기억해야 할 5.18의 보편적 정신은 무엇인지 이야기 듣는 시간을 가졌다. 코로나 19로 오랜만에 열린 특강에는 참여연대 회원 및 시민 20여 명이 참여했고, 당일 유튜브 생중계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5.18의 의미를 함께 되짚어 볼 수 있었다.


 


20200518_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기념특강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김정인 교수가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끝나지 않은 과거청산


1995년 ‘5.18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국가의 사과와 함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5.18에 대한 과거청산이 끝났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아직도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발포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이념적 잣대로 5.18이 고정간첩, 빨갱이의 사주로 일어났다고 시비를 거는 경우가 빈번하다. 5.18에 대한 홀대와 모독, 왜곡과 부정은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다. 김정인 교수는 5.18이 여전히 정치적 맥락에서만 이해되고 다루어지면서 이같은 진상규명이 충분히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홀로코스트처럼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성스러운 악’이라는 도덕적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도덕적 보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은 모든 이들이 다함께 희생자를 위로하고, 슬퍼하며, 인류에 남긴 상처를 함께 치유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이념적 잣대로 5.18을 모독하는 일이 빈번하다는 것이 그런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6월항쟁을 통해 5.18에 대한 진상규명이 시작되었음에도 꽤 오랜 시간동안 광주민주화운동은  광주만의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만화 <망월>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나온다.


 


“대중들은 이미 관련자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죠. 민주화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5.18항쟁이 언제부터인가 듣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 되고 말았어요.…(중략)… 5.18을 달력에서만 기억하는 기념일로 만든 거예요.”


 


20200518_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기념특강


▷당일 강의는 영화, 드라마, 소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사료를 활용해 진행되었으며, 유튜브로도 생중계 되었다. (사진=참여연대)


 


5.18 에 공감하려는 노력들


홀로코스트가 세계인이 함께 공감하는 보편 기억으로 자리한 것은 심리적 동일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설, 만화,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은 타자도 우리도 아닌 ‘나’ 자신이 되어, 각자 5.18의 다양한 주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게 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는 평범한 시민들의 죽음에 분노하여 총을 들게 된 시민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다방 여종업원이 군인의 총에 죽자, ‘이러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역부족인 줄 알지만 총을 들어야 한다’는 평범한 시민의 절규가 재현되고 있다. ‘나’는 국민을 향해 총을 쏘는 군인에게 이러면 안 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총을 들었다!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는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진압작전을 펼칠때 죽어간 시민군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민우가 남긴 마지막 말은 ‘우린 폭도가 아니야’ 라는 외침이었다. 주인공 신애는 광주 시내를 밤새 돌며 ‘광주 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며 죽어간 시민군의 마음을 전한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시민군이 되어 끝까지 싸운 ‘나’를 잊지 말아 주세요! 


 


5.18이 끝난 후 살아남은 사람의 삶은 너무 힘들고 고달팠다. 엄마를 잃은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꽃잎>에서, 그 시절 매일 진행되던 국기를 향한 경례를 할때 울려퍼지는 애국가는 소녀에게 총에 맞고 쓰러진 엄마를 두고 도망쳐야 했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고통스러운 장치일 뿐이다. ‘나’는 국가가 쏜 총에 엄마를 잃었고, 내가 갈 길도 잃었다고 소녀는 절규한다. 


 


5.18은 희생자에게만 고통스러운 기억일까. 영화 <박하사탕>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평범한 개인으로 당시 신군부의 명령을 받아 진압에 나섰던 군인 중 한 명인 주인공 영호는 위험에 처한 한 소녀를 엄호하려고 쏜 총에 그 소녀가 죽게 되는 일을 겪는다. 이 의도하지 않은 살인 이후 죄책감에 시달린 주인공은 자신의 삶을 추스르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자살을 선택하고 만다. 


 


물론, 속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사람들도 있다. 만화 <26년>에서 전두환을 지키는 경호실장으로 살아가는 마상열과 같은 인물들 말이다.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신군부는 5월 18일부터 광주의 민주화 시위를 과잉 탄압하였다. 급파된 공수 부대는 폭력을 휘두르며 학생과 시민을 대거 체포하였다. 신군부는 언론을 통제하여 광주 시민을 폭도로 몰아갔고, 광주로 통하는 모든 교통을 차단하였다. 분노한 시민들은 전남 도청 앞에 모여들자 계엄군은 시위대를 향하여 발포하였다.”


 


이처럼 교과서 속 5.18은 사건과 사건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쓰여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집합주체인 학생, 시민, 시민군 등이다. 그런데 5.18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난 지금 당시 시민군은 집합주체가 아니라 개인적 삶을 홀로 혹은 가족들과 영위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심리부검보고서>에 따르면 시민군으로 활약하다 계엄군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사람은 지금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죽은 자나 살아남은 자의 가족인 2세들 역시 5.18의 트라우마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사건으로서의 5.18은 1980년 5월에 끝났지만, 삶으로서의 5.18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국가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불행했던 과거의 역사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그와 같은 불행이 재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인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이루었고 그 결과 우리 사회가 오늘날과 같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그 과정에서 대의를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의 삶과 그 가족들의 고통에 눈을 돌리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책임일 것이다.


 


4.16 세월호 참사 역시 여전히 진상규명의 과제가 남아있고,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다. 일각에서 왜곡과 비난을 일삼는 이들도 여전하다. 그러나 80년 광주가 오랜 시간 고립되어 있었던 것과 달리, 많은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잊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면에는 긴 시간 상처와 트라우마로 얼룩진 광주의 아픔을 이겨내는 과정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 운동 40년. 광주가 여전히 기억된다는 것은 그 아픔을 딛고 세상이 살만해 진 만큼 시민들이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20200518_5.18광주민주화운동40주년기념특강


▷코로나 19로 인해 당일 특강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지만,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사진=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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