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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부탁해 와 조폭마누라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9 01:20
조회
7748
오랫만에 군에서 휴가나온 아들과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서 '정동 스타씩스' 라는 영화관엘 갔죠.

여러편의 영화 중에서 한편을 골라야 했습니다.

아들은 '고양이를 부탁해' 를,

나는 어제 저녁 회식에서 화제가 되었던 '조폭마누라' 쪽을 주장했습니다.

결국 휴가나온 군바리 취향으로 결정했습니다.



뉴휴먼카드로 대금 결재를 하니까 요금이 반액이더군요.

둘이서 7000원 지불 했답니다.

애들 취향의 영화겠거니, 돈이 조금 들었으니 본전 생각은 안나겠거니 하고 심드렁하게 관람하려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관람석이 텅텅 비어 채 열명도 안 찼습니다.

320만을 돌파했다는 "조폭마누라" 쪽 과는 대조적이었죠.



그런데 영화가 정말 수준이 높았습니다.

감동적이었습니다.

눈물이 나더군요.

사이사이 진동으로 전환한 전화를 받느라 자리를 떠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저의 한국영화 앝보기는 그 날 이후 끝났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자꾸 생각나는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몇년전 영화 "박하사탕" 만큼이나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오늘 조간(한겨레)을 보니 대박이 터진 영화 '조폭마누라' 제작투자자 서세원과 영화평론가 심영섭의 인터뷰기사가 한면을 가득 채웠더군요.

"많이 보는 영화가 좋은영화 아닌가요?" 서세원

"사회에 끼칠 영향 생각해 보셨는지..." 심영섭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군바리 아들이 자조적으로 말합니다.

"아무리 영화를 잘 만들면 뭘해? 사람들이 보러오지 않는데 ....,"



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를 부탁해" 도 "박하사탕" 처럼 흥행에서 실패하겠죠.

이 시점에서 대중은 조금 진지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무엇이고, 문화의 역할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상업주의에 놀아나기만 할 것인가?



이 가을에 영화 한편을 보려 하신다면

"고양이를 부탁해" 쪽에 줄을 서십시요.

한번쯤 , 십대 소녀의 눈으로 이 혼란의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서 정리하게 됩니다.

비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

가슴이 미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