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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09-29 02:16
조회
17045
커피를 마시며
홍수희님*
내 한숨의 한 토막만 여기다 넣자
네 통한의 한 움큼만 여기다 담자
그리하여 낮설은 이별주 대신
싸늘한 너의 등을 눈 앞에 두고
쓸개를 마시듯 너를 마시자
창 밖은 바람 불고
거리는 더없이 야위어만 가는데
우리 어디다가 따스한 온기
그나마 남기어 지탱하련가
다만 커피 한 조각에
해바라기 같은 꿈 하나늘 치장하고서
그 안에는 칠흑처럼 쓰디쓴 순리
밀크처럼 골고루 번지게 하고
오늘 단 하루라도
아니 어제 단 하루이라도
우리의 사랑 감사 여기며
내 한숨의
한토막 네 통한의 한 움큼
온몸으로 절절히 여기다 담고
눈물처럼 조용히 너를 마시자
차마 부서지지 않으시도록
말없이 너를 마셔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