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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라는데

자유게시판
작성자
덕진
작성일
2017-12-22 12:59
조회
750

법의 목적은 정의 실현이라는데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시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선정됐다. 현 정부의 적폐청산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4년을 돌아보면, 도행역시(시대착오를 꾸짖다), 지록위마(옳고 그름을 뒤바꾸다), 혼용무도(어리석고 용렬한 지도자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다), 군주민수(강물이 화나면 배를 뒤집는다) 이었으니, 이 나라도 헬조선에서 희망을 되찾았다고 할 수 있겠다.


 


지난 59일 대통령 선거 이후 꾸려진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여전히 70~80%를 유지하고 있어, 대선 때에 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의 반수 이상이 현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일부 기득권층과 대선 때에 자유한국당을 지지했던 경상도와 노인들 일부만이 여전히 현 정부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1776년에 미국의 독립선언이 있었고, 1789년에 프랑스혁명이 시작되어 절대왕정이 무너지고, 국민에 의한 공화정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조선의 지식인과 지도층은 여전히 주자학은 정()이고 서학은 사()라고 주장하며, 기득권에 집착한다.


단적인 예가 대한제국의 망국이다. 고종을 둘러싼 일부 위정자들이 기득권을 지키고 정권연장을 위하여 1862년 진주민란 때에 국민에 약속한 조세제도 개혁을 외면하고, 1894년 동학농민저항을 진압하기 위해 외세를 끌어들인다. 나아가 1897년 대한제국 수립을 선포한 후, 대한국국제(헌법)를 공포하는데 그 내용은 민권을 무시하고 절대적인 황제권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였다. 따라서 갑오개혁은 거부되었고 만민공동회와 독립협회는 강제 해산되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흔히 법의 목적은 정의의 실현이라고 답한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이냐고 더 캐물으면 답이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니 여기에서는 일반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점 세 가지만 논하자.


하나, 정의도 역사와 함께 변한다. 중세에는 성경의 말씀이, 절대국가에서는 왕의 명령이 정의였다. 사실 정의란 각 시대, 각 정치공동체가 맞서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는 시도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 한 사회가 어떠한 정의관을 가지는지는 그 사회의 수준에 따른다. 예를 들어, “순전히 나의 노력으로 번 돈을 왜 게을러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쓰느냐는 말에 다수가 지지하는 사회와 같은 공동체에 사는 사람으로서 내 이웃의 운명에 대해 책임을 나누는데 협력하자는 주장에 다수가 동의하는 사회는 정의관이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 잘못된 선입관이 있다. 예를 들어 많은 한국인들은 언론의 일방적 보도로 인해 이슬람교도들을 폭력배로 잘못 오해하고 있다. 그래 2003년 미국이 UN 결의를 무시하고 이라크를 침공할 때 이 나라 종교인들도 대부분 침묵했다. 또한 예로 미국 특공대가 파키스탄 국경을 무단으로 침범하여 국제법을 무시하고 오사마 빈 라덴을 살해하는 장면을 TV 중계로 보면서 박수를 친 사람도 있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폐기와 민주주의 정권 수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중동에서 전쟁을 일으켜 산업시설을 파괴하고 난민을 대량으로 양산해 유럽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서 미국의 군수산업은 떼돈을 벌고 석유기업은 많은 유전을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자신의 믿음도 부정의와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하고 그것이 드러날 때 항상 교정할 수 있는 열린 자세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면 지난 연말 이 나라를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혁명에서 1,700만 시민들의 요구가 무엇이었나. 몇 개만 추린다면 경제민주화, 법치 그리고 평화일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경제민주화부터 간략히 짚어보자.


먼저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부끄러운 기록을 몇 개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살율 1, 저출산율 1, 산재사고율 1위 노동시간 2위 등이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에 나타난 현상인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인해 빈부격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가 무너지고, 각자도생을 강요받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음은 한·100대 부자를 분석한 결과 미국은 상속부자가 22 명에 창업자가 78 명인데 반해, 한국은 상속부자가 84 명에 창업자가 16 명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계급 사회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바꿔 말하면 이 나라에서 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나갔다는 얘기다.


이를 방치하면 선진국 진입은 어렵고 나아가 국가 위상이 동남아나 남미와 같은 상태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나타내는 징조다. 이달 초 이병천 강원대 교수가 정년퇴임 강연 후 기자회견에서 김대중 전임 대통령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나, 이를 유럽식이 아닌 미국식을 택한 것은 아쉬운 점이 많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미국은 우리와 비슷하게 저부담(세금) 저복지 사회다. 반면 남부 유럽은 중부담 중복지 사회이고 북유럽은 고부담 고복지 사회다. 이에 대한 설명은 여기서 생략한다.


 


이곳은 법률전문가를 지망하는 법학도들의 한국방송대 법학과 단톡방이다. 그러나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법학도에게 기초소양을 소홀히 했을 경우 우병우나 김기춘 같이 법을 악용하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법꾸라지가 나타날 수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여기 큰나래 회원들은 정의, 공동체, 법치, 민생, 경제민주화, 평화와 같은 가치의 참 뜻을 이해하고 이들 이념을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나 흔히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혁명은 무력으로 신속히 개혁을 할 수 있지만 개혁은 이해 당사자들의 동의를 이끌어 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인내를 먹고 큰단다.


 


여기서 학우님들께 세계인권선언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히 경제 사회문화적 권리를 규정한 22조부터 27조 사이의 규정을 눈여겨 읽어보기를 권한다. 내년이면 UN에서 세계인권선언이 선포한지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아울러 대한민국은 30년 만에 다시 개헌이 예정되어 있다. 인권을 전제로 개헌의 방향이 어때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헌법은 그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감을 키우는데 기여해야 한다.


 


끝으로, 우리 근대사에서 있었던 동학농민혁명을 중심으로 정의의 문제를 반추해 보기로 하자. 조선조는 충효(忠孝)가 절대적인 정의인 신분사회였다. 최제우 선생이 동학을 창도하고 사람이 한울(人乃天)‘ 사상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강조했으나, 대구감영에서 혹세무민죄로 사형에 처해진다. 교조신원운동이 실패하고,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분노한 농민들은 18941보국안민‘, ’척왜양의 기치를 걸고 전라도 고부에서 봉기한다. 이들은 관군을 격파하고 전주성을 점령하였으나 후에 일본군의 신식병기에 의해 공주 우금치에서 수 만명의 전사자를 내고 괴멸된다. 지도자 전봉준 장군은 체포되어 서울로 압송되어 재판에서 사형을 언도 받고 집행되어 광화문 네거리에 효시된다.


당시 대부분의 백성들은 물론 김구 선생을 비롯한 의식 있는 지식인 일부는 동학혁명에 가담했지만, 대부분의 유생들은 민보군을 조직하여 후퇴하는 농민군을 공격하고 일본군의 작전에 협조하였단다.


당시의 실정법과 동학교리가 충돌하는 장면이고, 어느 쪽을 선택하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문제는 무엇이 정의인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이나 결과들이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재판관도 많은 고민을 했을까 하고 추측해 본다.


 


2017. 12. 20, 맹 행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