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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산곳매 이야기

자유게시판
작성자
덕진
작성일
2020-08-10 13:31
조회
211

장산곳매 이야기


 


  사회학자 동국대 조은 명예교수가 지난 8월7일자 한겨레신문에 ‘장산곳매 이야기 좀 빌려도 될까요?’란 글을 올렸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나름의 의견을 표현한 것인데, 조은 교수의 글에 동의하며 여기 그 요점을 옮긴다.


1970년대 중반 황석영 작가가 한 일간지에 <장길산>을 연재하며, 서막글로 올렸던 장산곳매 이야기는 민중 서사 특유의 은유로 가득하다.



“장산곳이라는 동네에 엄청나게 날개가 크고 험악한 독수리가 마을을 집어삼킬 듯 쳐들어왔는데, 마을 사람들은 잠들어 있었고 매 혼자서 싸워 독수리를 물리쳤으며, 피투성이가 되어 낙락장송 위에서 지친 몸을 쉬고 있는데 피 냄새를 맡은 구렁이가 매를 향해 기어 올라간다. 그때야 마을 사람들이 알고 튀쳐나와 매더러 빨리 날아오르라고 소리치는데 매는 퍼덕거리며 날지 못한다. 자신들을 지켜줄 매라고 발목에 묶어준 그 표식 끈이 나뭇가지에 걸려 매가 날지 못하는 것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발을 구른다.  

매는 끈에 묶인 채 독수리와도 싸우고, 구렁이와도 싸워 이겼으나, 결국 발에 묶인 끈을 풀지 못하고 죽음을 맞는 것으로 마감하다.“


 


마당극 형식의 희곡에서는 당골네의 입을 빌려 ‘매듭이 걸려? 몸주님 표시를 하느라고 묶어드린 끈 매듭이 장수매를 죽게 하였고나. --- 가지에 걸린 매가 날지 못하여 날개를 퍼덕거리는 안타까운 여러 밤이 끝도 없이 흘러 가는고나“로 한숨을 내뱉으며 끝난다. 신탁이 내린 숙명도 아니고, 개인 결함도 아닌 공동체와의 관계로 풀어낸 매의 죽음이라는 비극성이 아프게 읽혔다.


 


박시장 사건이 15년 후 또는 30년 후 페미니즘 운동과 사회운동 그리고 지성사에서 어떻게 기록되고 조명될 것인가는 간단치 않다. 성폭력은 진영논리로 접근하면 안 되지만 성폭력의 정의, 발화 방식, 맥락과 정황에 대한 해석은 사회적 정치적 논쟁이 경합하는 장일 수밖에 없으며 미래 세대를 위한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다시 문학평론가 신영철의 말을 빌려 “일부 나쁜 비판의 목소리들은 그들 자신의 쾌락을 위한 것이지 대의나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2020. 08.10,   맹   행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