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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섬.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9 01:40
조회
7219
아무 생각없이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기쁨이 되는 강물,

나 역시 강물같은 사랑으로

여기까지 흘러왔음을 저 강물은 말해 주네.



누군가를 처음으로 사랑하기 시작할땐 차고

넘치도록 많은 말은 하지만,

연륜과 깊이를 더해 갈수록 말은 차츰 줄어들고

조금은 물러나서 고독을 즐길 줄도 아는

하나의 섬이 된다.



나는 섬이 되더라도 가슴엔 늘상 출렁거리는

파도가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메마름과 무감각을 초연한것이나,

거룩한것으로 착각하며 살게 될까봐 두렵다.



살아가면서 무엇보다 마음의 가뭄을 경계해야

하리라,



낮익은 것에 집착하는 나이기에 가끔은

답답하리만큼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것쯤은

나 자신도 안다.



향아리속의 오래된 장맛처럼 낡은 일기장에 얽힌

세월의 향기처럼 편안하고 담담한것, 낮설지않는

것이 나를 기쁘게 한다.



흙빛의 차디찬 침묵사이로 언뜻 스쳐가는

당신네들의 외도, 바람.

먼지처럼 작은 내가 있음을 정녕 그대는

잊었는가?



교묘한 위선으로 그늘이 느껴지는 이중적인

자만심이 고개드는 스산한 가을밤,

늘 사랑의 빚을 지고 사는 나.



겉으론 긍정적인것 같으면서도

보이지않는 가시가 숨어있는 이중성,

뜻깊고 진지한 의미의 언어라기보다는

가법고 충동적인 지껄임에 누누히 농락당하는 나,



그러나 하루의 삶에

즐거움와 활기를 더해주는 청량음료와 같은

세상을 갈망하는 몸부림이 있다.



한줄기의 햇살도 예사롭지 않는 오늘 오후,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같은 음성으로 그대앞에

서고 싶다.



평소에 조금씩 떠나가는 연습을 하며 살자.

죽음에 초연해야 할 사람들 틈의 나.



어느날 임종의 고통으로 말문이 막히고

너무 갑자기 떠나게 되어 큰 아쉬움이 없을 만큼

평소에도 조금씩 떠나는 연습을 한다.



높은 벼랑끝 하늘 가까이 있는 나.

떠나려 하는자는 떠나가게 놔두자.

진실이 오염된 빈껍데기 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그리고 잿빛심장으로 천천히 가슴을 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