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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알뜰 가게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3 02:21
조회
11368


동대문 근처 신설동에 있는 '알뜰 가게'는 서울시 교육청과 경실련(경제정의실천연합)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두 단체가 하는 알뜰 가게는 신설동 외에 신림동에도 하나 더 있다고 했다.

알뜰 가게는 골목을 꽤 들어가 사람의 발길이 쉽게 닿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곳에 있다.

교육청 산하 건물이 이제는 철거를 앞두고 비어 있다.

그곳 마당에 컨테이너로 가건물을 지어 알뜰 가게 간판을 달았다.

100 여 평? 장소는 넓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장난감, 학용품, 옷, 구두, 가방, 책 등 그야말로 만물상이었다.

일부는 잘 진열되기도 했으나, 대부분 무더기 무더기 쌓여 있다.

그 넓은 공간이 넘치는 물건 때문에 발 디딜 틈이 부족해 다니기도 불편했다.

알뜰 가게는 두 분의 전직 교사 출신의 봉사자, 한 분의 도우미, 그리고 운전사 이렇게 4명이 전담하고 있다.

서울 전 지역의 학교에서 물건을 가져오고 있다니 엄청날 것으로 짐작된다.

가게 바로 옆에 딸린 창고에도 많은 물건들이 분류되어 있는 것이 보였고, 빈 건물에도 커다란 창고가 있다고 한다.

그 물건 하나하나가 어린 학생들 손에 들려서 나왔다.

알뜰 가게는 자라는 세대들에게 교육적인 목적 우선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검소한 생활과 절약 정신도 배우고, 그것을 팔아 이웃을 돕기도 하고, 알뜰 가게에 와서 일을 거들며 봉사 활동도 한다는 여러 좋은 점이 있다.

알뜰 가게 운영자 설명에 의하면 경제가 어려우면 알뜰 가게도 어렵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진 물건을 아껴 쓰고, 또 쓰기 때문에 나오는 물건이 적고 좋은 물건도 드물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이 어려운 때이어서 수익면에서는 겨우 현상 유지 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한 거의 한 시간 가량 동안 찾아와 물건을 고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루에 20~30명이 들른다고 하는데 고객은 꾸준히 있으며, 멀리 수원에서조차 단골로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 많은 물건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상태도 천차만별일 것이다.

잘 분류하고 진열하면 좀더 산뜻한 가게가 되어, 찾아오는 손님들이 기분 좋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이 생각되는데.

컨테이너 가건물인데다 제대로 손이 가지 않은 듯 알뜰 가게는 가게라기보다는 창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허름한 건물, 허름한 가게, 허름한 물건들.

엄청난 물건의 양과 아이들의 정성을 생각할 때, 사람들의 더 많은 관심과 손길이 필요한 곳이다.

그곳에서는 단지 흙 속에서 진주캐기나 기대할 수 있을까, 알뜰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비록 헌 물건들이라 해도 손질해서 좀더 밝고 산뜻한 가게에 잘 진열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손에 손에 들고 왔을 물건들이 더 잘 쓰여져 보람도 느낄 수 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