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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대가리 머리가 된 사연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2 01:02
조회
6535




서울서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박 여인이 밴쿠버에 온다니 반가왔다.

그녀는 서울서 20년간 미용사 경험이 있고, 물론 서울서 미용사 자격증도 있고,

강남구 신사동에서 주택가에 자그마한 미용실을 경영하고 있었다.

남편하고 이혼하고, 두 딸들 데리고 혼자 미용실 경영하고 어렵게 살던 중

이곳 밴쿠버에 부인과 사별한 홀아비를 소개받아 재혼하러 이곳에 왔다.



박여인은 서울서 고교, 초등학교 재학하는 딸들을 데려오고, 여기서 벌어먹고 살려니 우선 미용실에 취직을 하여야 한다. 한국의 미용사 자격증은 여기선 소용없으니, 여기서 새로 따야하는 데 , 과목은 실기와 필기로 되어있다. 우선 실기시험을 목표로 하고 모델을 구하는데 50불을 주어야 한다며

나보고 부탁하기에, 남는 것은 시간 뿐인데 못해 줄 것이 무언가 싶었다.



그녀가 임시로 일하는 Robson 거리의 미용실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찾아가 내 머리를 빌려주었는데 이 곳의 만만찮은 교통요금이며, 파마 연습, 젤 발라 핸드 웨이브, 핀컬웬이브 연습하라고 3시간 정도 머리를 대주는 일이 엄청 피곤한 일이었다.

그러자 남편은 그건 남에게 이용당하는 일이라 불만이 고조되고 있고, , 나는 한가한데 그런 것 하나 못 도와 줄건 무어냐고 섭섭하여 막 가정불화로 악화 될 즈음에 어제 시험을 치루었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이른 아침 그래도 남편은 좋을 결과를 빌어주며 스카이 트레인가지 태워다준다. 장소에 도착하니 여기저기 거울이 붙여진 화장대가 40개 정도 있고, 시험치루는 학생들과 모델들이 준비로 분주하다. 모델들은 주로 백인 할머니들이 80%정도 되고, 20여명의 예비 미용사 중에는 백인 젊은 여성이 반수, 인도여성,1명 동양 젊은 남성이 2명, 세명은 30대의 중년 한국 여성이고 나의 팀 메이트 박 여인이 젤 나이 많다.

캐나다 미용업계의 중견들이라 보이는 시험관들은 4명 전부 금발의 4-5대 백인 여성들인데 허리 부분은 굵으면서도 머리를 과감하게 솥 카트로 하고, 손톱을 잘 손질하고, 이어링, 목걸이 등 엑서사리를 조화있게 착용하고 있는 것이 참 우아한 중년 캐나디언 여성들이란 느낌을 받았다.

시모어 스트리트에 있는 이곳은 미용 학원인데

머리 과정만 10개월에 8000불의 등록금이 든다며 여기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 시험을 치루는 젊은 청년이 정보를 준다. 영어가 상당히 훌륭한 25세의 훤칠한 이 청년은 이미 한국인 미용실에 취직해 있다 한다.



우선 준비물을 화장대위에 가지런히 정리하고, 카트 하기..

나는 어렵사리 기른 내 머리가 잘려가는 데 눈물이 났다. 머리 기르는 사람에겐 Mm도 귀한 것이다. 카트를 마친 머리를 시험관은 다니면서 잘 되었나 첵크를 한다.

다음은 드라이를 하고, 전기 아이언으로 컬을 만드는 것. 우린 시간제한을 무시하고, 정성 들여 해야 하다고, 작전을 약간 변경하였다.

다음은 젤을 가지고, “처음 염색하는 사람일 경우 어떻게 염색하는 가?”하는 것을 시험관이 요구하는 데 , 한국 미용사들이나 모델들은 잘못 알아 듣는다. 그 다음이 파마 말기인데

이번에 진짜 솔류션을 가지고 말아서 그만 내 머리는 전혀 내가 하던 머리와 다른 꼽슬 꼽슬 저 50년대, 60년대초 한번 파마 하면 풀릴까 봐 뽀글 보글 볶는 그런 머리가 된 것이다.

다음은 젤를 발라 핸드웨이브를 만드는데 이는 저 흑백영화에 나오는 단발머리에 머리 반쪽을 물결 치는 웨이브 만들어 바짝 붙이는 그런 머리를 만드는 것이다. 요즘도 이런 머리 하는 사람 있나 하겠지만 머리가 유난히 곱슬거리는 흑인들이 멋내기로 이 머리를 요구하지 싶다.

우리 미용사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실기시험을 치룬 것 같다. 언뜻 문제를 보니 필기시험은 한번에 합격할 욕심을 버리는 게 좋을 듯하다. 나는 필기시험 치루는 박 여인을 남겨두고, 시험장을 나와 베이 건물을 통과하면서 생각했다.

지난 번 바로 이 건물에서 어느 중년 두 남자들이 지나가다가 걸음을 멈추어 서서 내게 말을 걸었는데 이유가 나의 미모가 “어메이징”해서 찬사를 드리고 싶어서 그랬다는데.. 한국사람들은 도저히 믿지를 못할 것이다. 내외모가 뭔 찬사의 대상이냐???근데 내가 비싼 비행기타고 와서 최고의 보람은 이곳 남자들은 여성한테 예쁘다는 말을 자주해준다는 점이다.,



하나, 나는 이제 불대가리다 그것도 폭탄 맞은 …. 집에 돌아 오니 남편이 내 머리를 보더니 기절한다. 그리곤 박 여인을 벼른다 “어디 전화만 왔단 봐라. 가만 두나 ..” 남편의 텔레파시가 통해선지 박 여인에게선 전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