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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미남과 잘 나가다가 그만....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수길
작성일
2001-10-13 03:20
조회
11195
저녁 쯤이었다. 넓은 쇼핑몰 주차장 에 갖가지 모양과 색깔이다른 차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거리의 소형차들과는 달리 이 쇼핑몰에 몰려드는 차들은 옛날 미국 영화에서 본 희귀하고 커다란 차들이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 져서 “대체 이 차들이 왜 모입니까?”하고 한사람을 잡고 물었다. “자동차 쇼”라는 것이다. 여기서 거래도 이루어지고 정보도 얻게 된단다.

그의 차도 67년 형인데 자신이 5년 전에 사서 손질해 아끼면서 타고 있다고, 자랑한다.

노란 차 색깔과 아주 잘 어울리는 선 글래스와 금발의 큰 키에 전형적 30대 백인 미남청년인 브라이언은 이렇게 만났다.



나는 이곳에 처음 오자마자 선량하고 순박한 이곳 사람들하고 쉽게 친해졌는데

그 이야기를 올리자 한겨레 이민자 사이트의 많은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았다.

그래서 이곳 저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 의도적으로 도도한 척, 가식적으로 굴기도 했는데, 이내 그건 참 어리석은 짓이란 것을 알았다.



내가 외출한번 하면 낚시에 고기걸리듯 친구를 줄줄이 만들어오는데 일일이 전화번호를 적어주기가 귀찮아 명함을 만들었다.

이게 나 "민들레의 사람 사귀는 방법이고 이렇게 사람 사귀기 좋아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캐나다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 테러 사태가 터지자 나는 사람 만나기가 싫어졌다.



나도 이제 늙어서인지 논쟁하여 친구들을 잃고 싶지가 않아 한동안 전화를 피했다.

또 cnn방송을 틀면 미국 국회의원들이란게 나와서 부시의 영도력 찬양하면 백인들이 성조기 흔드는게

마치 금강산 댐 규탄하며 전두환 찬양하던 80년대의 우리모습 닮아 영 TV보기도 싫었다.



그래서 한동안 외출도 않고 900여페이지에 달하는 이삼성의(세계와 미국) 이란 책을 독파하였다. . 그러다 전화를 받으니 이 미남이다.

백인 남자들은 여성에 대한 매너가 좋아서 유부녀라도 여왕처럼 위해주는 걸 알기에 나는, 떠들고 싶기도 하고 기분 전환겸 만나기로 했다.

내가 아는 백인남성들은 여성에 대한 미모를 후하게 칭찬하는 게 습관이다. 내영어선생은 늘 내가 이쁘다고 칭찬해 주는 데 십여년 친구하며

어떤 때는 내가 무척 뚱뚱한 적도 있었는데 이때는 “우아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내가 코트를 입을 때는 꼭 입혀주었고, 문도 자신이 꼭 열어준다. 부탁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들어 주려하고, 종이 한장이라도 떨어지면 꼭 집어준다.

겨울엔 자신의 장갑을 더 끼고 있으라고 우리집 앞까지 에스코트 해주기도 하였다.



하여간 백인 남자들에겐 이런 좋은 점이 있었다.

남편한테서 듣기 힘든 말, 한국 남성들은 인색하고, 같은 여성 끼린, 낯 간지러워 못해주는 말 미모에 대한 칭찬을 백인 남성들은 참 후하다.



브라이언도 이런 스타일이래서 나는 될 수 있으면 사이 좋게 지내야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당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 데 자기의노란 차를 비싼 값에 팔았다고 자기가 한턱낸단다. 그건 좋았다 근데

대화중 "빈라덴의 사촌이 터론터에서 산대."

하는말에 나는 참지 못하고, “우리 한국 여성들은 빈 라덴 한테 반한 사람 많아.”

하고 콱 질러 버렸다.



어리둥절 하는 브라인언한테

‘생각해봐, 그 남자는 미남이지.지적이지 그윽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어디 감히 힘자랑 하는 무식한 부시에 비해?

너 얼마 전에도 캐나다인으로서 으스대는 미국인 꼴 보기 싫다고 했잖아?

너희 미국한테 침략당한 적 있어?

너희 전쟁 경험해 보았어? 우린 일본 식민지에서 겨우 독립한 다음에 바로 전쟁을 겪었어.

바로 50년전 이지 .국토는 참혹하게 파괴되고, 300만명이 죽었지. 베트남도 그래 . 중동은 어떨까 미국 넘 들 중동에서 기름 파 내가느라 이스라엘을 심어놓고, 왕들을 세워 무기를 팔아 쳐먹어 진짜 기름 주인은 이세상에서 제일 가난해 . 아랍 국가 다 합해도 캐나다 하나의 GDP만 못해. “

너 한번 이라도 아랍 테러리스트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적이 있니?”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솟구쳐 올라왔다.



놀란 미남이 말한다.

“아미(蛾眉)

(이 이름은 천하 미인에게 주어지는 이름이다.) 그렇구나…….



우리 앞으로 이런 대화 피하자.

근데 나는 너의 미모가 이런데 신경 써서 망가질 까 봐 걱정이야.”



“왜 아니겠어.백인 미남과 조선 미녀가 우아하게 저녁 먹으려면 세계 평화가 와 야지 …

아님 백인 미남 쪽에서 현대 세계사에 대해 공부 좀 하던가…”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