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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홍수] 연출된 현실

자유게시판
작성자
김홍수
작성일
2013-02-07 16:50
조회
5527
13.01.23.어등초교4거리 (2).JPG

큰소리가 나도 쳐다보지 않는 사람들

지난 1월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멀리 이동할 시간이 부족해서 집근처 어등초교 4거리에서 행인보다는 주로 신호대기하고 있는 차량을 상대로 외치는 활동을 했었습니다.

차량운전자들에게 보이기 위해 새로 현수막을 제작하면서 '현수막에 여백이 없이 글자를 최대한 크게 해달라'고 했지만 제작된 현수막은 사진에서 보는대로 여백이 많습니다.(광주에서는 현수막 한장 제작하는 것도 무쟈게 힘듭니다)

그동안 내가 일인시위하면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일화(逸話 에피소드)로 쓰면서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 몇번 언급했는데, 아무리 소리를 버럭지르며 외쳐도 내 옆의 행인도 차량운전자도 앞만 볼뿐 '뭔일인가 궁금해서 고개를 돌리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몇번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에릭 슈밋 구글회장 모녀의 방북기를 보도한 동아일보의 기사를 읽고 내가 외칠때 쳐다도 보지 않던 행인들과 앞만 쳐다보고 있던 차량운전자들의 행동에 대해 왜 그렇게 하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소피 슈밋의 방북기

동아일보는 1월23일자 신문 A31면의 '횡설수설' 란에 ['트루먼 쇼'의 북한] 이라는 제목으로 에릭 슈밋의 딸 소피 슈밋이 자신의 블러그에 올린 방북기에 대해 소개하고 해설하는 글을 올렸는데 그중 일부를 적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정부의 명시적 반대에도 북한을 방문(7~10일)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와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란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에릭 슈밋 구글회장 부녀(父女)의 방북기가 화제다, 딸 소피 슈밋은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트루먼 쇼' 같았다"고 썼다. 19세 소녀가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묘사한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소피는 "평양 체류기간에 북한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어떤 사람과도 대화할 수 없었다"며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곰곰 생각해볼수록 그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점점 더 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북한을 처음 찾은 소피에게도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조작된 현실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였나 보다.

북한이 자랑하는 김 일성 대학의 전자 도서관도 소피가 보기엔 '포툠킨 빌리지'였다. 새로 병합한 크림 반도 시찰에 나선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女帝)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리고리 포툠킨이라는 주지사가 여제의 배가 지나는 강둑에 종이로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 눈가림을 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소피는 "모든 컴퓨터에 사람이 앉아 있지만 모니터를 바라볼뿐 방송 카메라가 비춰도, 시끄럽게 소리쳐도 미동도 없다"고 적었다. "혹시 이 사람들도 마네킹이 아니었을까..."라는 소피의 농담은 깜찍하면서도 정곡을 찌른다. 작정하고 북한 체제를 비난한 소피는 평양을 다시 방문할 뜻이 없는 모양이다.[하태원 논설위원]】



몰래 쓰는 일기도 다 보나보다

위의 내용의 기사를 읽고 내가 소리쳐도 쳐다보지 않던 이상한 현상들에 대해 '내가 소리쳐도 쳐다도 안본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조직에 의해 동원된 사람들이었나보다 놀랍다 그렇게 많는 사람들을 동원할 수 있다니'라고 1월23일 일기에  적고 '이것을 일화로 써서 블러그에 올리자'고 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4일 어제(23일)처럼 어등초교 4거리에서 신호대기중의 차량을 상대로 외치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랍쇼!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날은 바람도 불고 날씨도 무척 찬데 내가 외치기 시작하자 신호대기중인 차량의 약70~80%의 차량운전자들이 일제히 차창문을 내리고 나를 쳐다보는데, 보니 옆에 있던 몇사람의 행인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오후 6시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이어졌고 그 다음날인 25일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마치 내 일기를 보고 '그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나는 나를 감시하고 있는 자들이 어떤 수단을 쓰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혼자 보고 듣는 것 모두를 그들도 모두 보고 듣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그들에게 약점잡히지 않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행동하고 있어서 그점은 좋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