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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게시판
  • 덕진
  • Apr 27, 2013
  • 2
  • 2900

 

한참을 망설이다가 힘을 내어 이 글을 쓴다. ‘이 글 역시 무단 삭제되면 상처를 더 받을 텐데’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던데, 할 말은 하고 붓을 꺾어야지 하는 오기가 발동했다.

 

자유 계시판 글을 무단 삭제해

 

지난 한달 나는 내가 나가는 방송대 ‘중어중문학과 강남-서초 스터디’ 홈피 자유 계시판에 글을 3편 올렸다(곽노현은 무죄다, 장충단 공원의 유래,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시국선언). 그런데 글의 논조가 정치적이라는 표면상 이유로 2편은 필자에게 연락도 없이 무단 삭제되고, 가운데 것은 몇몇 학우들에게서 거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이들의 요지는 내가 추측컨대, 곽노현은 종북좌빨 범죄자인데 어찌 무죄라고 추켜세우느냐? 일 것이고, 평화를 촉구하는 541인 시국선언 또한 종북좌빨들이 모여 한 평화행사에 관한 기사이니 삭제했을 것이다(전쟁을 하지는 건 아닐 테니까).

 

3건의 글 가운데 삭제된 2건은 모르겠지만 아직도 살아남은 장충단 공원에 관한 글에 대한 댓글은 이곳 회원수 334명 가운데 단지 6명만이 의견을 표시했는데 긍정이 2명이고 부정의견이 4명이었다. 그렇다면 침묵하는 328명의 의견은 들어보지도 않고 나타난 의견 6명(2%)의 다수결에 의해 삭제했다는 말이 되는데, 회원들에게 봉사하라고 뽑아준 집행부가 회원들 위에 군림하고 권력을 함부로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책임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도 묵묵부답이다. 세월이 40년 전의 유신시절로 되돌아 간 것일까, 그때는 긴급조치라는 게 있어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은 영장 없이 잡아서 비상군법회의에 넘겼다니 말이다.

 

여기서 분명히 밝히는데, 나는 방송대 경제학과와 법학과를 졸업하고 중문학과는 3번째로 입학했다. 따라서 다른 학과 동아리에도 같은 글을 올리는데 지난 10여 년동안 이런 일은 처음 당한다. 방송대 외에 시민단체는 물론 동문모임, 직장모임에서도 마찬가지로 글을 읽고 자기 의견을 댓글로 다는 것뿐이지 몰상식한 욕설이나 글을 통째로 무단 삭제하는 일은 듣고 보지를 못했다.

 

강남서초스터디의 사이트에는 공부를 위한 재학생 자료실, 수준향상 게시판 등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우리들의 이야기’ 코너는 누가 봐도 ‘자유 계시판‘이라 회원들이 자유롭게 자기 얘기를 하라고 마련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는 물론이고 교육, 문화 등 생활의 모든 부문에서 정치와 관계없는 것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사람은 얼굴 모양이 다 다르듯이 각자의 가치관과 철학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대학의 존재 이유

 

 

대학이 학원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대학의 존재 이유가 ‘진리욕구의 실천도량’과 ‘학문의 발전과 지성의 실천을 통한 사회봉사‘라고 한다면, 취업을 위한 중국어 스펙 쌓기에만 몰두할 게 아니고 대학의 설립목적에 부합하는 교양과 교육의 공공성 추구에도 관심을 기우려야 할 것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세계 일류대학의 교과과정 개편 방향은 교양교육의 강화로 인문학을 대폭 늘렸다 한다. 방송대 중문학과 교과과정에서도 2학년에 한국사, 4학년에는 ’한국의 사회문제‘가 들어있고, 사회문제 교과서에는 불평등, 정의, 풍요 등의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그러니 방송대 학생들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토론을 거쳐 말 그대로 교양 있고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강명관 교수는 자신이 펴낸 ‘침묵의 공장’에서 “인문학은 태생부터 자본에 비판적이며, 비판적이어야 한다“라고 전제하고 ”대학 내에 자본과 국가로부터 해방된 공간을 만들고 증식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의 유일한 생존로다“라고 말했다.

 

 

흔히 한국인의 성향에 권위주의를 든다. 권력은 사회의 기본 사실로서 간주되기 때문에 권력이 합법적이냐 옳으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를 않는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청와대나 국회 검찰 등과 같은 권력집단들이 스스로를 성역화시켜 국민들이 그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을 극히 싫어하고 동시에 국민들도 그것을 따지기 보다는 권력을 무조건 선망하는 것과 통하는 바가 있다. 이런 후진 사회에서는 부정부패나 인권탄압이 성행한다.

 

 

세계화와 문화 다양성

 

우리는 인류역사에서 획일화된 문화상품의 세례를 받아 생각하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획일적인 취향을 지니게 된 독일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히틀러의 선동에 쉽게 휩쓸리게 되어 나라를 망치고 이웃나라에도 큰 상처를 준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사에서도 성리학에 매몰된 조선조가 문화 후진국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치욕된 역사를 기록했다.

 

 

우리는 지금 외국인 거주자가 100만 명이 훌쩍 넘은 사회에 살고 있다. 자본이 이동하고 상품 교역과 문화적인 교류가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문화를 상상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외국인 노동자나 외국인 신부들에게 한국어나 한국문화를 가르쳐서 그들이 한국문화에 순치되도록 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그들의 고유문화와 그들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그들이 이를 간직하고 품위와 긍지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함은 물론 우리 자신의 기존 문화도 변화시키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하리라. 그래야만 이들도 한국사회의 진정한 구성원으로 들어올 것이다.

 

 

내가 만나본 외국인 노동자나 탈북자들의 하나같은 불만은 한국인의 차별대우와 남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함이란다. 사실 우리는 대상을 성, 종교, 인종, 출신학교, 성향, 지역, 부 등으로 끊임없이 분류하고 명분을 붙여 차별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었고, 교역규모는 세계 10위권이니 수치상으로는 분명 선진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문화가 차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다른 것은 그른 것 또는 잘못된 것으로 치부한다면 우리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가 없다.

 

옛 성현의 말씀에 “내가 타인을 이해해야 비로서 나도 타인에게서 이해 받는다.”라 하지 않던가.

 

  • profile

    덕진님 상처를 많이 받으셨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봤던 글귀, 그리고 요즘 잘 사용하고 있는 글귀 중 하나가 "평화 : 다른 생각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라는 건데요. 그 글귀가 생각이 납니다. 

  • profile

    님의 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님이 겪은 처우에 대하여 공감이 되며 님의 필력이 예사롭지 않았고 상처난 환부를 날카롭게 도려내는듯 하더군요^^ 근데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이 대화를 한다면 중학생은

    요목 조목 초등학생의 의견이나 질문에 적절히 대응할것 같지 않나요?  반면 초등학생은 어떻게 이 상황을 이해할런지!! 아마 대화가 아니라 후배에게 타이르는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되는데 님은 이 질문이 어떻게 와 닿으시는지??

    아마 우물을 벗어나본 사람은 우물안에서 본 하늘이 세상의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닐것이라는 사실을  덕진님은 학식이 뛰어나셔서 모르시지는 않으실거 같은데!! 적절한 비유가 될런지 모르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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