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1-08-08   3115

[인턴후기]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순간

 7월 4일부터 8월 12일까지 6주간 참여연대에서는 14명의 8기 인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경험해 보는 이번 인턴 프로그램의 후기가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인턴후기 10]

 


너, 나, 우리. 너와 내가 만나 우리가 되는 순간

 

참여연대 8기 인턴 윤호녕


인턴 생활 내내 우중충하던 날씨가 오랜만에 활짝 갠 아니 무척 더운 여름날, 우리는 모두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다. 기대가 컸다면 아쉬웠을 시간이고, 정신없이 한 몸을 불살랐다면 느낀 점이 많은 경험이었으리라. 목은 목대로 쉬고, 뜨거운 여름의 열기 속에 몸은 천근만근. 하지만 우리 8기 인턴들이 불사른 열정은 한나절 태양보다 더 뜨거웠을 것이라 생각한다. 

약 한 달 여 동안 서로 조를 나누고 문제의식을 정한 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제시하고 직접 행동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우리 조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쳐 ‘공직선거법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현행 선거법으로 인해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는 사례를 소개하여 선거법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캠페인을 준비했다. 유권자 자유 네트워크에 올라온 대표적인 수난사를 살펴보면서 우리 역시 이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었고, 그동안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못했던 선거법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선거기간이라 속칭되는 대략 6개월의 기간 동안 국민들은 선거법이 휘두르는 칼날 밑에 납작 엎드려 있어야 한다. 입을 틀어 막힌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에 등장하는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사회를 연상케 한다.

선거법으로 인해 개인 홈페이지에 후보와 관련한 지지,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는 행위나 투표를 권유하는 행위, 패러디물을 제작해 개시하는 정상적인 표현마저 억압되는 현실에 대해 황당함을 넘어서 약간의 분노를 느꼈다. 또한 선관위가 제시하는 위법의 기준이나 처벌도 매우 자의적이었다. 우리들이 이제까지 몰랐기에 이러한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자행되어왔던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캠페인의 목적을 20대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즉 현행 선거법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고 공감을 얻어내는 것에 두었다.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준비되었다.

먼저, 현행 선거법으로 인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받은 수난사례를 선정하여 일반 시민들도 이를 정말로 위법행위라고 생각하는지 길거리 투표를 준비했다. 우리의 길거리 투표는 선관위가 위법행위로 규정한 것이, 일반 시민들도 공감할 수 있는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이와 함께 퍼포먼스의 일환으로 ‘구린내 나고 더러운 선거법’이라는 것을 내세우며 똥 모양 모자를 쓰고 선거법 독소조항과 재미있는 문구를 넣은 피켓을 매고 홍보하는 것도 준비했다. 여기에는 ‘말하는대로 줄줄이 선거법 위반’이 되는 현실과 ‘우리는 언제라도 후보자와 정당을 비판하고 지지할 권리, 정책을 요구하고 알릴 권리, 투표를 마음껏 권유할 권리’가 있음을 써넣었다.

또한 ‘압구정 날라리’라는 노래를 ‘날라리 선거법’이라는 제목으로 개사하여 직접 부르고 영상을 만들기로 했다. 완성된 영상은 유투브와 유자넷에 올라갈 것이다.

본격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날에는 개사한 곡을 녹음한 뒤, 명동 거리로 나가 준비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판넬을 세운 뒤 관심을 보이는 시민들에게 투표를 유도하고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고, 현행 선거법의 부적절한 기준과 유자넷의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이와 함께 유자넷이 제작한 강렬한 유인물도 함께 나눠주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선거법에 대해 알리고자 노력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었고, 그들 역시 선거법의 부당함에 대해 공감했다. 어린 학생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거의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 같다. 목소리는 점점 쉬어갔지만, 땡볕 아래서 잘 버텨준 나의 인내심과 체력에 감사했다. 

사실 공부를 더 꼼꼼히 해오지 못해 시민들에게 더 적절하고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다. 캠페인의 진행과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에 치중하다 보니, 정작 선거법에 대한 개정방향과 현행 선거법에 대한 아주 정확한 이해는 부족했던 것이다. 또한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것인 만큼 그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의외로 사례가 어렵게 느껴진다고 하는 분들도 많았고, 단어 선택 등에 있어 혼란을 주는 부분도 있었다. 그로 인해 우리가 예상한 것과는 달리 각 사례가 선거법 위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어느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는 쉬운 말로 다가가는 것. 그래야 공감을 얻는 것도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함께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동안 우리들 스스로가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생한 만큼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작은 조직 속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설명하는 경험을 통해 나의 안전지대 범위를 더욱 넓힐 수 있었다. 이번 직접행동은 아쉬움 보다는 뿌듯함이 더 많았다. 힘들었던만큼 보람도 컸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 것이다. 지금의 경험이 나중의 소중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턴캠페인 032_준비작업.jpg

△ 캠페인 준비 중인 8기 인턴들

 6주 간의 인턴도 이제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나의 여름방학도 이렇게 훌쩍 지나가 버렸다. 참여연대 인턴 생활을 통해 비슷한 생각을 지닌 사람들과 연대하는 것에 대해 더 익숙해졌다. 이 일을 선택할 때 망설이지 않고 도전한 것이 너무나 다행이다. 이렇게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니 말이다.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면서 고생한 우리 8기 인턴들의 인연도 여기서 끝이 아니리라. 2011년 여름의 기억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문득 생각나는 그런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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