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1-08-10   3219

[인턴후기] 열차와 사람과 마음이 함께 달린 행복열차마리

※ 7월 4일부터 8월 12일까지 6주간 참여연대에서는 14명의 8기 인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경험해 보는 이번 인턴 프로그램의 후기가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인턴후기 12]

 

열차와 사람과 마음이 함께 달린 행복열차마리

 

8기 인턴 김현민

 

 

나에게 캠페인 활동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가장 좋았던 교육 프로그램이다. 인턴십 시작 전에는 가장 걱정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가장 인상 깊고 재미와 보람을 많이 느꼈던 활동인 것 같다.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투쟁 현장에 간다는 것이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캠페인 진행에 있어서 극도로 날카로워진 마리 사람들을 자극하게 되지는 않을지,  약간이나마 신경 써야  한다는 점이 걱정되었다. 나는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던, ‘운동’에 대한 거부감도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 조가 ‘마리’를 택한 것은 여러 주제를 검토하다 보니 ‘문제가 아닌 것이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였던 것 같다. 해결하지 못할 거면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힘을 실어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다른 인턴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물론 ‘간편하다’는 편의적인 생각도 없지 않았다.

주제 선정 과정에서 논의가 길어지면 실천에 옮기기도 전에 지쳐버린다는 걸 깨달은 우리는 캠페인 기획 과정에서 조금 더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팀원들끼리 조금 더 사이가 가까워지니 합의된 의견을 도출해내기도 훨씬 쉬워졌다. 이 과정은 우리 모두 훌륭했다고 칭찬하고 싶다.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명동마리에 대해 알아가다 보니 세상에는 참 상상 이상으로 부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설마 그렇겠어?’ 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은 소름끼치게 무섭고 아무도 믿지 말라는 엄마의 말이 새삼 다시 생각났다. 아마 이때부터 나는 진심으로 분노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진심으로 무언가를 느끼기가 이렇게 어려운가 싶으면서 목표를 높게 잡아서도 일반 시민들에게 기대를 해서도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목표는 ‘명동 마리’를 단순히 알리는 것이었다. 안 보고 싶어도 보이고 안 듣고 싶어도 들리는 것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다보니 역시 전단지와 발언이었다. 다만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운동권 이미지를 어떻게 없앨 수 있을까 생각하다 나온 것이 행복열차와 진선 간사님이 말씀해 주신 일본의 ‘사운드데모’였다. ‘귀엽고 재밌고 신나게’가 컨셉이었던 우리 열차는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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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복열차마리’ 를 만들고 행진 준비 중인 8기 인턴들

열차 출발 전날, 생각보다는 참 많은 세세한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열차의 창문이 될 피켓을 어떻게 연결해야할지, 어떤 노래를 틀어야 할 지, 구호는 어떻게 외쳐야 할 지 등 많은 문제가 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지만 하나의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캠페인은 기획에 있어서 세세한 점을 많이 신경 써야 하는데, 캠페인단의 일원으로 온 한양대 친구들 두 명은 기획하는 기획사인 우리가 꽤나 못미더웠을 것 같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당일은 날씨가 정말 좋았다. 다행히 우리는 큰 엠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시간은 크게 두 타임으로 나뉘었는데, 먼저는 전단지와 부채를 나누어 주는 일이었다. 해본 적은 있었지만, 오랜만에 하려니 부끄럽고 민망했다. 하지만 이내 꽤 자신감이 붙었다. 더운 날씨 덕에 부채는 주지 않아도 달라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작전이 성공한 것 같아 정말 기뻤다. 새로운 것은,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시는 아저씨, 할머니들이 갑자기 대단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드디어 행복열차마리가 출발할 시간이 왔다. 모두 긴장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 지, 얼마나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걱정이었다. 결론은 우리 인턴들말고 2명이 왔다. 언젠가는 100명 오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을 때도 있었는데, 역시 현실은 그랬다. 우리의 건설적이고 기대하고 실망했던 열차는 이렇게 출발했다. 

 

예상과 실재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겪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따라서 빠른 배움과 전향이 필요하다. 또한 이번 캠페인에서 배운 점이다. 우리는 구호가 통일될 필요성을 금세 느꼈고, 우리 중 하나는 얼른 유능한 손님에게 구호 선창을 부탁했다. 그 후 캠페인단 모두 안정된 발걸음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이윽고 다른 인턴들도 우리 캠페인에 합류했다.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사람 수가 승부수였던 7명이서 하던 캠페인을 18명이서 하게 되니 얼마나 기뻤을까. 와준 사람들에 감동받아 우리의 빠진 힘이 다시 넘쳤다. 짧은 열차와 긴 열차는 정말 느낌이 틀렸다. 확신, 자신감, 사람들의 관심, 모든 것이 달라졌다. ‘희열이라는 게 이런거구나.’하고 느끼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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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캠페인 중 구호를 외치고 있는 8기 인턴 김현민

 

 캠페인은 인턴들 모두 다함께 명동을 1바퀴 돌면서 끝이 났다. 이번 캠페인은 나 스스로가 즐기는 것이 나의 일차적인 목표였지만, 글을 쓰는 지금은 아쉬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좀 더 섬세하지 못했던 점에 대한 아쉬움이다. 다음 캠페인에서는 나 스스로의 즐거움은 물론이고 그 캠페인으로 사람들이 우리가 알리고자 했던 것을 얼마나 더 알게 되었을 지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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